연휴는 길다. 서울은 한적해졌다. 하지만 알차게 시간 보낼 만한 곳은 의외로 많지 않다. 설 연휴 내내(18∼22일) 무료 개관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과천관은 좋은 선택지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 프로그램, 공짜라면 놓치기 아깝다.
서울관에서는 ‘현대차 시리즈’ 첫 기획전인 스타 작가 이불 씨의 설치작품을 볼 수 있다. 폴리카보네이트 널판 위에 아크릴유리 파편을 흩뿌려 대형 전시실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난반사로 채운 ‘태양의 도시 2’, 금속 프레임과 투명 플라스틱으로 옛 독일 비행선의 형상을 오마주한 ‘새벽의 노래 3’을 내놓았다.
20세기 초 독일에서 디자인과 건축을 통합적 문화 접근 도구로 정립한 미술디자인학교 바우하우스의 족적을 보여주는 ‘바우하우스의 무대실험-인간, 공간, 기계’, 박스형 전시실을 정박된 배와 물그림자 이미지로 채운 ‘한진해운 박스 프로젝트-레안드로 에를리치’전, 서울관 개관 1주년 기념전인 ‘정원’전, 30, 40대 작가 7명이 공동으로 기획한 ‘환영과 환상’전도 열리고 있다.
과천관에서는 신진 작가들의 에너지 넘치는 실험 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젊은 모색’전을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로 18회째를 맞이한 이번 전시에는 작가 8명이 회화,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백남준과 같은 시대에 활동한 미디어 아티스트 박현기의 작품과 자료 1000여 점을 집결시킨 ‘박현기 1942∼2000 만다라’전도 색다른 볼거리다. 한국 현대미술 형성 초기 추상 미학을 선도한 김병기 작가의 60여 년 작품 세계를 망라한 특별전 ‘감각의 분할’도 함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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