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언 몸을 녹이는 아랫목 같은 치유소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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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신다/아녜스 마르탱 뤼강 지음/정미애 옮김/288쪽·1만2000원·문학세계사

“그들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계단을 우당탕탕 뛰어 내려갔다. 그들이 차 안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깔깔대고 있는데, 트럭이 그대로 돌진했다고 했다. 나는 중얼거렸다. 둘 다 활짝 웃으며 마지막 숨을 거두었구나, 나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주인공 디안느는 절망의 순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과 다섯 살배기 딸을 잃자, 제 심장이 뛰는 것이 끔찍한 불행이라고 믿게 됐다. 그는 “태엽을 감은 자동인형”처럼 같은 의식만 반복하며 산다. 딸기향이 나는 아이의 샴푸로 머리를 감고 남편의 셔츠를 입고 남편의 향수를 뿌린다. 무덤처럼 변한 집 안에서 줄담배를 피우며 남편과 딸 사진을 보면서 끊임없이 말을 건다.

사고 1년 후, 디안느는 무덤으로 변한 집을 벗어나 남편이 좋아했던 기네스 맥주의 고장 아일랜드의 한적한 마을로 떠난다. 그곳에서 “집채만 한 파도가 절벽에 부딪치는 모습”을 보며 심연을 응시하고,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진작가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생의 감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한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전공을 살려 디안느의 치유 과정을 정교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냈다. 프랑스에선 자비출판 형식으로 1유로(약 1350원) 정도에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이 책이 인기를 끌자 다시 종이책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까지 올랐다. 추운 겨울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글 때 몸으로 전해지는 온기를 책에서 느낄 수 있다.

제목은 디안느가 운영하는 북카페 이름 ‘행복한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신다’에서 따왔다. 디안느는 책만큼은 늘 손에서 놓지 않았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행복한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신다#아일랜드#아녜스 마르탱 뤼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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