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인기가 만만치 않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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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캐릭터 만든 불교카툰신문 ‘卍卍한 뉴스’ 대표 지찬 스님

《 반짝반짝 머리에 기러기 날개 눈썹과 여덟팔자 눈, 웃음을 머금은 입술…. 꼭 쥔 작은 손 주변에는 ‘힘내’라는 작은 글씨들이 모여 부처님 광배처럼 빛난다.
요즘 불교카툰 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 ‘어라’(사진)다.
어라 캐릭터를 만든 이는 ‘진짜 스님’ 지찬 스님(40)이다.
2004년 출가한 뒤 여러 선방에서 수행하던 스님은 어라 캐릭터로 작품 활동을 하다 5월 불교카툰신문 ‘만만(卍卍)한 뉴스’를 창간해 대표가 됐다. 》      
       

불교카툰 ‘만만한 뉴스’의 대표이자 만화가로 활동 중인 지찬 스님. 만화 속 어라 주변에 떠다니는 촌철살인은 어쩌면 불가의 화두와 닮은꼴인지도 모른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불교카툰 ‘만만한 뉴스’의 대표이자 만화가로 활동 중인 지찬 스님. 만화 속 어라 주변에 떠다니는 촌철살인은 어쩌면 불가의 화두와 닮은꼴인지도 모른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어라, 왜 어라일까?

“왜 그러지 하며 궁금해 하다 조금 엉뚱하게 궁금증이 풀릴 때 어∼라 하잖아요. 제가 화두를 참구하는 분위기가 강한 절집에 출가해서 그런지 이 말 자체가 화두처럼 느껴졌어요. 재밌다 싶어 어라로 정했죠. 그 캐릭터가 못생긴 저를 닮았다고도 해요. 하하.”

어라, 왜 만만한 뉴스일까?

“불교박람회에 같이 참가한 작가들과 의기투합했어요. 불교적이면서도, 만화가 삽화로 있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되는 웹툰을 한번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죠. 만만(卍卍)은 부처님 가르침이 가득하다는 뜻과 한글로 어렵지 않게 쉽게 대할 수 있다, 두 가지 의미가 있죠.”

만화와 카툰 분야에서는 스님보다 훨씬 선배격인 배종훈(39) 똥개김작가(본명 김동범·36) 양경수 씨(30)가 참여했다. “우리, 너무 만만해 보이는 것 아닐까”라는 반대도 있었지만 그대로 만만한 뉴스가 됐다.

어라, 만만한 인기가 아닌데?

만만한 작가들은 수원 봉녕사에서 열리는 세계사찰음식대향연(10월 3, 4일)을 앞두고 비구니 스님들과 불화와 만화가 어우러지는 전시회(17일∼10월 4일)를 개최한다.

“비구니 스님들이 찾아주는 덕에 먹고살아요. 어라를 귀엽다며 좋아하는 분이 많아요. 전시 제목은 우리 상징 문자인 만(卍)자를 살리고 음식 행사라는 것을 감안해 ‘만두전(卍do展)’으로 했어요.”

어라, 왜 만화를?

출가 전 만화가 지망생이었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스님의 말은 영 싱거웠다. 불과 3년 전 만화를 본격적으로 배웠단다. “여러 스님과 생활하다 홀로서기를 준비할 때 일본 작가 고이즈미 요시히로의 ‘우리는 모두 돼지’를 봤는데 큰 충격이었어요. 간단한 그림이 지닌 힘과 영향력이 대단했어요. 그래서 만화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겠다고 결심했죠.”

어라, 만화와 수행은?

고교 시절부터 생사에 대한 고민이 많던 스님은 일찍 출가를 결심했지만 아직 인연이 아니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결국 동국대 선학과에 진학한 뒤 2004년 용주사에서 성관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고민하는 어라가 제 모습일 수도 있죠. 만화가 수행의 전부는 아니지만 한 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어라를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고 배우면서 삶과 수행을 배워야죠.”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지찬 스님#어라#卍卍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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