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강사 설민석 씨 “사극도 아는 만큼 보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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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광해’ ‘관상’ 등 사극 인강으로 인기, 한국사 강사 설민석 씨

한국사 강사 설민석 씨의 인기는 ‘대중문화로 역사를 배우는 시대’의 분위기와 맞물린다. 평소 낮은 톤으로 조곤조곤 말하는 설 씨는 카메라 앞에서 돌변했다. 복식호흡 발성으로 힘차게 말문을 틔운 그는 눈썹부터 손가락까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온몸으로 강의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국사 강사 설민석 씨의 인기는 ‘대중문화로 역사를 배우는 시대’의 분위기와 맞물린다. 평소 낮은 톤으로 조곤조곤 말하는 설 씨는 카메라 앞에서 돌변했다. 복식호흡 발성으로 힘차게 말문을 틔운 그는 눈썹부터 손가락까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온몸으로 강의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국사 강사 설민석 씨(44)는 영화 제작자들이 사극 영화를 내놓기 전에 떠올리는 인물이다. 영화 ‘명량’의 흥행에는 그의 ‘명량 스페셜 인강(인터넷 강의)’ 2편도 한몫했다. 이순신과 명량대첩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한 그의 인강 조회수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130만 건에 이르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확산된 수는 그 이상이다.

그는 ‘명량’ 외에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 ‘관상’(2013년), ‘역린’(2014년)의 역사 인강을 제작했고 최근엔 소현세자를 소재로 한 tvN 드라마 ‘삼총사’ 인강도 만들었다.

‘명량’의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사극 영화는 역사적 배경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게 느껴지기 때문에 사전에 역사 지식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며 “인강은 스마트폰을 통한 확산 속도가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들어 최근 영화계에서 선호하는 마케팅 방식”이라고 말했다. 사극 인강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설 씨를 21일 만났다.

설민석 씨가 인터넷 강의(인강)에서 다룬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관상’ ‘명량’(위부터). 그는 ‘광해’ 인강에선 광해군의 즉위 과정과 재위 기간의 업적을, ‘관상’ 인강에서는 계유정난의 뒷이야기를 펼쳤다. 동아일보DB
설민석 씨가 인터넷 강의(인강)에서 다룬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관상’ ‘명량’(위부터). 그는 ‘광해’ 인강에선 광해군의 즉위 과정과 재위 기간의 업적을, ‘관상’ 인강에서는 계유정난의 뒷이야기를 펼쳤다. 동아일보DB
“오랫동안 한국사를 가르쳤지만 ‘서얼’의 느낌이었어요.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듯 다루는 역사의 범위가 시험에 나올 것에 한정되어야 하니까요. 요즘엔 그 아쉬움을 해소하는 기분이에요.”

그는 올해로 20년차인 대학수학능력시험 강사다. 보습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1995년 경기 성남시 분당의 대형학원에서 본격적으로 한국사 강사를 시작했다. 인강이 대중화된 2000년대 초부터 스타 강사로 이름을 알렸다. 요즘도 한 대형학원에서 수능 인강 강사로 활동 중이다.

“역사에 관심을 가진 건 집안 분위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버지(설송웅 전 국회의원)가 4·19혁명 때 학생 대표로 이승만 대통령 하야를 이끈 분이라 어릴 때부터 한국 근현대사 얘기를 지겹도록 들었습니다. 지금도 아버지 휴대전화 끝자리 번호가 0419, 컬러링은 애국가거든요. 그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죠.”

학창 시절부터 끼가 넘쳤다는 그는 학부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하고 역사교육으로 석사학위를 땄다. 그래서일까. 인터넷에 올라온 강의 평엔 “현대사 파트의 역대 대통령 성대모사는 빙의 수준”이라는 칭찬도 있다.

‘명량’ 인강은 이런 그의 재능을 백분 발휘한 강의다. 그는 “이소룡처럼 비장미 넘치는 강의도 있지만 성룡처럼 코믹한 강의도 있다. 내 강의는 재미가 강조되다 보니 학생뿐 아니라 역사에 관심 없는 대중에게도 어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량’ 인강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에는 강연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인터뷰가 있던 날 오후에도 대기업에서 이순신 리더십 강연이 잡혀 있었다. 최근에는 기획재정부 홈페이지에 실리는 ‘역사 속 세법 이야기’ 인강도 만들었다.

“요즘도 이동하는 차 안에서 모의고사 시험문제를 푼다”는 그는 “(수능 강사인) 본업에 충실하겠지만 역사를 대중에게 알리는 가교 역할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설민석#명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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