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보다 더 숨막히는 백스테이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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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42번가’ 공연현장 가보니…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분장실에서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 눈 깜짝할 사이에 가발을 쓰는 배우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분장실에서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 눈 깜짝할 사이에 가발을 쓰는 배우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포티∼ 포티! 세컨드∼ 세컨드! 스트리트∼ 스트리트! 예∼!”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공연되는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분장실. 6일 오후 3시 공연을 20분 앞두고 배우와 스태프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매일 공연 시작 전 각오를 다지는 일종의 의식이다. 구호를 외치기에 앞서 권미정 조연출가는 “앙상블(합창, 군무를 맡은 배우)은 ‘이유 있는 리액션’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좀 더 긴장감을 갖고 연기를 해달라는 뜻이다.

화려하고 시원한 탭댄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 ‘42번가’의 백스테이지는 검은색 옷을 입은 스태프들이 배우와 호흡을 맞추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시골에서 온 배우 지망생 페기 소여가 브로드웨이에서 꿈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 ‘42번가’는 1996년 국내 초연됐다. 한국 프로덕션은 박자를 더 잘게 쪼개는 방식으로 탭댄스의 난도를 높여 힘 있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공연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이형진 무대감독의 목소리가 스피커로 전해지자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스태프들은 김영호(줄리안 마쉬 역), 홍지민(도로시 브록 역), 전예지(페기 소여 역) 등 배우들이 무대로 드나들기 위해 깜깜한 연결 통로로 지날 때마다 넘어지지 않도록 손전등으로 발아래를 비췄다.

극 중 분장실 장면이 나오기 전, 스태프들은 소파와 거울 세트를 고리로 엮어 대기했다. 무대의 불이 꺼지자 세트를 막대로 밀어 무대에 배치했다.

앙상블 배우들이 은색 링을 들고 춤을 춘 뒤 퇴장하며 스태프의 팔에 링을 던져 걸었다. 순식간에 스태프의 양팔에는 링 8개가 쌓였다.

대형 은색 동전 모형을 굴리던 앙상블 배우 4명이 분장실로 향했다. 스태프 4명이 각각의 배우 뒤에 섰다. 1분도 채 안 돼 가발 쓰기를 마친 배우들은 다시 무대로 뛰어나갔다. 땀에 흥건히 젖은 전예지는 선풍기처럼 바람이 부는 포그머신 앞에서 땀을 식히기도 했다.

박수, 환호와 함께 막이 내렸다. 배재기 프로듀서는 “아무 사고 없이 잘 끝났다”며 활짝 웃었다. 31일까지, 6만∼12만 원. 1577-3363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브로드웨이 42번가#백스테이지#분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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