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배우, 무대]‘드라큘라’ 4중 회전무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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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무덤 순식간에 장면전환… 등골이 ‘오싹’

드라큘라(김준수·오른쪽)가 십자가를 든 반 헬싱(양준모)의 공격으로 휘청대는 모습. ‘드라큘라’는 4중 회전무대를 활용해 거실, 정원, 무덤으로 쉼 없이 장면이 바뀌어 무대가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드라큘라(김준수·오른쪽)가 십자가를 든 반 헬싱(양준모)의 공격으로 휘청대는 모습. ‘드라큘라’는 4중 회전무대를 활용해 거실, 정원, 무덤으로 쉼 없이 장면이 바뀌어 무대가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건 무대지요. 제작진은 작품의 모든 것을 무대 디자인을 통해 표현하려 애씁니다. 무대를 보면 작품이 한눈에 보입니다. 그래서 무대는 또 다른 배우로 불립니다. 많은 이야기가 녹아 있는 그곳, 무대와의 만남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음산하고 기묘한 가운데 때로 꿈틀거리듯 때로 포효하듯 휘몰아치는 무대.

류정한 김준수 정선아 조정은 양준모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드라큘라’가 흥행몰이를 하는 가운데 역동적인 무대 미술도 주목받고 있다. ‘드라큘라’의 무대는 순식간에 거실, 정원, 기차역, 무덤으로 바뀌며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드라큘라’는 미국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이지만, 스토리만 가져오고 무대는 한국에서 새로 창작했다. 무대를 디자인하는 데만 10개월 넘게 걸렸다. 무대를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드라큘라의 힘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 오필영 무대디자이너는 “무대는 드라큘라의 분신”이라며 “생명력을 갖고 숨쉬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빠르고 드라마틱한 전환을 위해 도입한 것이 4중 회전무대. 원형 테이블을 겹겹의 도넛 모양으로 4개로 잘라 각각 회전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4개의 원형 테이블은 좌우 양방향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2막에서 ‘다 끝났어’라는 노래와 함께 드라큘라와 그를 처치하려는 반 헬싱이 대립하는 장면은 현란한 무대 전환의 압권. 이들은 침실에서 서로 맞닥뜨린다. 드라큘라가 마력을 발휘하면 원형 테이블 3개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다 어느새 정원으로 바뀐다. 반 헬싱과 동료들이 드라큘라를 쫓아 헤매다보면 테이블 3개가 다시 요동치다 거실로 바뀐다. 반 헬싱과 동료들은 어리둥절해하고 커튼이 휘날리는 가운데 드라큘라가 이들을 맞는다.

4개의 무대 세트는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정교하게 움직이며 역동적인 모습을 연출해낸다. 조연인 루시가 3명의 남성 가운데 신랑감을 선택할 때 안쪽 두 개의 원형 테이블 위에 벽돌 아치가 놓여 시계 방향으로 돌아간다. 바깥쪽 두 개의 원형 테이블 위에는 신랑감 후보 3명이 동상처럼 선 채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간다. 오 디자이너는 “한 치의 오차라도 발생하면 모든 게 어그러지기 때문에 빈틈없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고 말했다.

높이가 4∼8m가량 되는 돌기둥, 성 세트는 무대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원심력으로 인해 넘어지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아래에 두고 설계했다. 9월 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만∼14만 원. 1588-5212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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