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프란치스코]분열이 있는 대한민국에 일치를 주소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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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님께 드리는 시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분열이 있는 대한민국에 일치를 주소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드리는 시

정호승 (시인)
빛이여 오소서
어둠을 헤치고 새벽 별빛으로 오소서
아침을 기다리는 나라
고요한 무명순교자의 나라에
사랑의 별빛으이 되어 오소서
새들과 노래하는 아시시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새들과 노래하면서 오셔서
대한민국의 창공에 희망의 새들이 날게 하소서

희망은 젊음의 일부라고 말씀하신 대로
대한민국을 희망의 청년으로 축복해 주소서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논밭 같은 우리가
당신의 거룩한 단비에 젖어 하나 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가난한 발에도 입을 맞추고 축복해 주소서

우리의 상처를 우리가 이해함으로써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을 수 있게 해주시고
대한민국에 피어난 화해와 평화의 꽃향기로
세계가 사랑의 향기에 휩싸이게 하소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무논에 모심기하던 우리 동네 농부들을 닮았습니다
교황님의 함박웃음은
갓 베어낸 벼 포기를 가슴 가득 안고 환히 웃던
고향집 제 할아버지의 미소와 닮았습니다
저는 교황님의 미소에서 오늘도
인생에서 왜 사랑만 남게 되는가를 깨닫습니다

교황님
대한민국의 골목골목마다
부정과 불의의 부끄러움을 일깨워 주시고
세월호 참사로 어린 자녀를 잃은 이들을 위로해 주소서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통한도 위로해 주시고
잠깐 짬을 내어 서울력 노숙인들과도 소주 한잔 나누어 주소서

교황의 의자에 선뜻 개구쟁이 아이를 앉히신 프란치스코 교황님
그 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은 동심의 교황님
당신의 절망에 빠진 우리의 희망의 이름입니다
고단한 내 인생이 만난 사랑의 이름입니다

내 손이 빈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을 잡을 수 있도록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벗이 될 수 있도록
권위는 내려놓음으로써 더욱 커지고
존경은 낮춤으로써 더욱 받게 될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한 마리 양만 있고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잃었다는 말씀
지금 밖으로 나가 그 양을 찾아야 한다는 말씀
늘 잊지 않겠습니다
인생이란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넘어진 적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넘어졌음에도 그곳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것이라는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사랑이 없을 때
우리 안에 사막이 생긴다고 말씀하셨으므로
우리 안에 사랑의 샘이 솟아 사막이 생기지 않게 해 주소서
미움이 있는 대한민국에 사랑을 주셔서
절망이 있는 대한민국에 희망을 주셔서
분열이 있는 대한민국에 일치를 주셔서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를 다시 한 형제가 되게 해 주소서
::프란치스코 교황 약력::

1936년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생
1958년 3월

예수회 입회
1969년 12월

사제 수품
1973년 4월

예수화원으로 최종서원
1973년 7월

예수회 아르헨티나 관구장으로 임명
1992년 6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 보좌주교 수품
1997년 6월

부에노스아이레스 부교구장 주교로 임명
1998년 2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 취임
2001년 2월

추기경 서임
2005년 11월

아르헨티나 주교회의 의장 선충, 2008년 재선
2013년 3월 13일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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