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뼘의 지구촌… 54개국 아마대표 ‘축제의 한수’

  • 동아일보

경주 세계선수권 열기 후끈

위태웅 아마 7단(왼쪽)이 8일 세계아마바둑 선수권대회 6라운드에서 1위를 달리던 중국의 왕뤄란 아마 6단에게 불계승을 거두고 복기하는 모습. 이로써 5승 1패자가 6명이 나왔다.
위태웅 아마 7단(왼쪽)이 8일 세계아마바둑 선수권대회 6라운드에서 1위를 달리던 중국의 왕뤄란 아마 6단에게 불계승을 거두고 복기하는 모습. 이로써 5승 1패자가 6명이 나왔다.
경북 경주시 현대경주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제35회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는 54개국에서 온 아마추어 바둑인들의 축제마당이다. 대회 사흘째인 8일에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우승 후보 간의 선두 경쟁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대다수 참가자들은 승패보다 바둑 자체를 즐겼고, 밤이면 대회장 옆의 ‘친교실’에서 다른 나라에서 온 바둑인들과 친목을 다졌다.

한국에 바둑 유학을 온 베트남 소년 보녁밍 아마 2단(왼쪽)이 8일 이스라엘의 프라그만 아미르 아마 4단(22)과 대국하는 모습. 보녁밍은 패했다. 경주=윤양섭 기자 lailai@donga.com
한국에 바둑 유학을 온 베트남 소년 보녁밍 아마 2단(왼쪽)이 8일 이스라엘의 프라그만 아미르 아마 4단(22)과 대국하는 모습. 보녁밍은 패했다. 경주=윤양섭 기자 lailai@donga.com
이번 대회에서는 12세의 최연소 참가자 2명이 관심을 끌었다. 베트남의 보녁밍 아마 3단(이하 아마 단수)과 인도네시아의 라티프시치 피트라 4단. 보녁밍은 1년 전 한국에 와 권갑용 도장에서, 피트라는 일본에서 유학 중인 바둑 영재. 한국기원 관계자에 따르면 보녁밍은 대진표에서 피트라의 성적을 확인하는 등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보녁밍은 2승 4패, 피트라는 3승 3패로 중위권으로 밀렸다. 한국말이 유창한 보녁밍은 “피트라와 한번 겨루고 싶다”고 했다.

60, 70대의 노인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브라질의 자영업자 딕 시바 1단(73)과 전직 교수인 호주 대표 한상대 7단(73), 영국의 퇴직 음악교사 프랜시스 로즈 2단(71) 등 60대 이상도 7명이나 된다.

직업도 다양하다. 엔지니어와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들이 많지만 호텔 매니저(몽골) 우편배달원(덴마크) 스포츠맨(러시아) 심리학자(슬로바키아) 내과의사(슬로베니아) 인테리어 디자이너(아일랜드)도 참가했다. 급수가 단(段)이 아니라 급(級)인 참가자도 있다. 코스타리카 대표는 7급이다.

이하진 국제바둑연맹(IGF) 사무국장(프로 3단)은 “매일 저녁 친교실에서 선수들이 승부를 떠나 사귀는 모습이 바로 이 대회의 본모습”이라고 말했다.

8일 우승 후보는 6명으로 압축됐다. 동아일보 주최 아마국수전에서 우승해 한국 대표로 출전한 위태웅 7단(21)은 이날 오후 5전 전승의 중국의 왕뤄란 6단(17)에게 불계승을 거둬 기사회생했다. 우승에 바짝 다가선 6명은 5승 1패의 두 기사와 대만의 첸이티엔 7단(21), 태국의 티아와타나놋 타나폴 4단(24), 미국의 리앙지에 7단(43), 러시아의 수린 드미트리 6단(42).

우승자는 9일 7, 8라운드에서 결정된다. 9일 오전에는 7라운드, 오후에는 8라운드가 열린다. 오전에는 한국-미국, 중국-러시아, 미국-태국 선수가 겨룬다. 스위스리그식이어서 마지막 라운드에서 7승 1패의 동률이 나올 경우 누구와 싸워 이겼는지에 따라 우승자가 가려진다. 위 7단이 우승할 경우 입단포인트 40점을 받게 된다. 입단 포인트가 100점이 되면 프로가 될 수 있다.

한국은 그동안 6차례 우승했다(김찬우 유재성 이강욱 하성봉 송홍석 최현재). 특히 1998년 김찬우 6단, 1999년 유재성 5단, 2004년 이강욱 3단은 이 대회 우승으로 특별 입단했고, 최현재 초단은 지난해 이 대회 우승으로 입단포인트를 채워 수졸(守拙)에 올랐다.

프로기사들은 이 대회의 든든한 버팀목. 진동규 6단, 김진훈 4단, 김현섭 3단은 8일 저녁 출전 선수와 지도다면기를 펼쳤다. 대회 심판위원장 조훈현 9단, 심판위원 박승철 7단, 남치형 초단도 나흘 내내 대국장을 지켰다.

경주=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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