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맥베스-여자 로미오… 시대따라 변하는게 연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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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까지 셰익스피어축제 여는 이윤택-백하룡 ‘솔직 토크’

《 셰익스피어(1564∼1616). 26일은 그가 탄생한 지 450년이 되는 날이다.
수백 년 전 존재했던 그는 지금 우리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맞아 셰익스피어학회와 연극인들이 이달부터 7월까지 셰익스피어문화축제를 연다. 백하룡 오세혁 이채경 등 젊은 연출가와 이윤택 박근형 양정웅 등 중견 연출가가 일제히 셰익스피어 작품을 올린다.
모두 기존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고 비틀었다.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2일 이윤택 셰익스피어문화축제 공동추진위원장(62)과 백하룡 연출가(40)가 축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셰익스피어문화축제에서 리어왕과 맥베스를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한 작품을 올리는 연출가 이윤택(오른쪽) 백하룡 씨. 이 씨는 “아무 생각 없이 셰익스피어 연극 하는 건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다”며 “셰익스피어 작품을 공연하는 이유를 지금 현실에서 찾아보기 위해 축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셰익스피어문화축제에서 리어왕과 맥베스를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한 작품을 올리는 연출가 이윤택(오른쪽) 백하룡 씨. 이 씨는 “아무 생각 없이 셰익스피어 연극 하는 건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다”며 “셰익스피어 작품을 공연하는 이유를 지금 현실에서 찾아보기 위해 축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백하룡(이하 백)=저를 모르시는데 ‘길 잃어 헤매던 어느 저녁에 맥베스’ 극본만 보고 연출을 맡겨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10여 년 동안 글만 쓰다가(희곡 ‘한중록’ ‘파행’ ‘전명출 평전’ 등) 이번에 연출가로 데뷔하는데 ‘큰 판’에 와서 행복합니다.(웃음)

▽이윤택(이하 이)=맥베스를 샐러리맨으로 그린 게 흥미롭더라고. 맥베스를 장군이 아니라 일상 속으로 집어넣은 게 셰익스피어를 동시대적으로 표현한 거잖아.

▽백=평생 전쟁터를 누빈 맥베스처럼 우리도 전쟁 같은 세상에 살고 있잖아요. 맥베스를 빌려서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될 것인가’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어요.

▽이=중요한 지적이야. 셰익스피어는 우리 삶과 가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늙은 소년들의 왕국’(오세혁 연출)에서는 재산 때문에 자식들에게 사육당하는 맥베스와 정신병원에 있던 돈키호테가 서울역에서 만나. 노인 문제와 노숙인 문제를 다루지. ‘로미오와 줄리엣’(양정웅 연출)에서는 로미오가 여자고 줄리엣이 남자야. 이 시대 남성과 여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어. 연극하는 젊은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 깔치뜯고(‘쥐어뜯고’의 경상도 사투리) 고민해야 돼.

▽백=요즘은 다들 내면의 말을 못하고 사는 것 같아요. 말은 넘치는데 내 말은 없어요. 그냥 대본을 쓰면 독백이 잘 안 나오는데 신기하게도 맥베스를 빌리니까 긴 말이 나오더라고요. 선언적인 말도 공허하지 않고 땅에 붙는 느낌이 들고요.

그때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기국서 씨(62)가 나타났다. 3일로 잡힌 기자간담회를 이날로 착각한 것이다. 내친김에 같이 대화를 나눴다.

▽기국서(이하 기)=‘미친리어2’(기국서 극본·이윤택 연출) 첫 페이지 쓴 상태야. 40년간 리어왕 역을 한 노배우와 평생 광대 역을 했지만 한 번도 관객들을 웃기지 못한 노배우가 만나 이야기를 나눠.

▽이=재미있는 발상이야.

▽기=나이 먹다 보니 평생 연극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해지더라고.

▽이=셰익스피어는 고정된 게 아니야. 그 나라 그 시대에 따라 다시 쓰여지면서 당대의 현실을 반영하지.

▽백=요즘 돈의 노예 아닌 사람이 없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맥베스처럼 욕망을 취하면서 추락하죠. 맥베스를 통해 그래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산다는 건 어마어마한 가치니까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백하룡#이윤택#기국서#셰익스피어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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