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조연뿐 아니라 주연들도 1인 2역을 맡아 완전히 상반된 인물을 표현하며 폭넓은 연기를 선보인다. 충무아트홀 제공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올해 선보이는 창작뮤지컬 중 기대작으로 첫손에 꼽혀 온 ‘프랑켄슈타인’은 11일 프리뷰 첫 공연부터 관객들을 압도했다. 충무아트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내놓은 ‘프랑켄슈타인’은 서양 원작에서 캐릭터와 괴물 창조라는 기본 구조만 가져왔을 뿐 국내 제작진이 새롭게 만들어낸 ‘토종 뮤지컬’이다.
외롭고 상처 많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생명 창조에 매달린 끝에 성공한다. 하지만 태어난 건 괴물. 빅터에게 버림받은 괴물은 인간들에게 처절하게 짓밟히고 배신당한다. 괴물은 창조주인 빅터가 사랑하는 이들을 차례로 없애며 복수의 퍼즐을 완성해 간다.
‘프랑켄슈타인’은 강렬한 이야기와 음악으로 3시간 가까운 공연 시간 내내 관객을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였다. 잔인한 인간들과 고뇌하는 괴물을 대비시켜 누가 진짜 괴물인지 묻는다.
이날 빅터 역의 류정한과 괴물 역을 맡은 박은태는 섬세한 연기와 절규하며 내지르는 고음도 매끈하게 소화했다. 빅터 역엔 유준상 이건명이, 괴물 역엔 한지상도 함께 캐스팅돼 실력파 톱 배우들로 탄탄히 포진했다.
원작에 없는 ‘앙리’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건 절묘한 아이디어였다. 유일하게 빅터를 이해하는 친구 앙리를 통해 빅터가 겪는 고통의 크기를 배가시킨 것. 극본과 연출을 맡은 왕용범은 ‘삼총사’ ‘잭 더 리퍼’ 등을 통해 쌓은 기량을 ‘프랑켄슈타인’에 유감없이 쏟아부은 듯했다. 스릴러 장르가 갖는 이야기의 힘을 십분 활용했고 잘 알려진 이야기를 신선하게 가공했다. 인간의 몸을 해부해 열어놓은 듯한 구조로 만든 실험실을 비롯해 북극의 빙하, 음산한 숲을 표현한 무대디자인도 탁월했다.
다만 빅터와 괴물이 북극에서 대면하는 마지막 장면이 다소 짧게 처리된 것은 아쉬웠다. 격투장이나 술집 장면의 시간을 줄이고 마지막 장면에 좀더 힘이 실리면 작품이 보다 단단해질 것 같다.
공연이 끝난 후 쏟아지는 기립박수에 류정한과 박은태의 얼굴에는 안도감과 벅찬 감정이 휘몰아쳤다. 5월 11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6만∼13만 원. 1666-8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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