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기 국수전 도전기 3국
252수 만에 6집반 승리 거둬… 조한승에 2패 벼랑서 기사회생
이세돌 9단(왼쪽)이 7일 열린 제57기 국수전 도전3국에서 조한승 국수를 상대로 귀중한 1승을 챙겼다. 이세돌은 앞으로 2승을 더하면 5년 만에 국수에 오르며, 조한승 9단은 1승만 더하면 국수 3연패에 성공한다. 사이버오로 제공
이세돌 9단(31)의 바둑은 치열하다. 그는 “내 안에 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책 ‘판을 엎어라’에 썼다. 자유분방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다. 그러면서 날카롭다. 어느 순간 상대의 턱 밑에 붙어 쑥 내미는 검객의 비수를 닮았다.
대국만큼 치열한 게 복기(復棋)다. 자신이 진 바둑은 의문이 풀릴 때까지 복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인이 둔 바둑이 아니라도 결승전 최종국 복기현장에서 종종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새해 벽두인 2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4층 본선 대국실에서 열린 제57기 국수전 도전5번기 제2국에서 조한승 9단(32)에게 진 뒤 이뤄진 복기가 그랬다. 1국에 이은 연패여서였을까. 복기 시간이 1시간 반이 넘었다. 웬만한 속기라면 한 판이 끝날 시간이다.
국수전은 국내 유일의 제한시간 3시간인 장고바둑이라 오전 10시부터 시작했지만 이세돌이 패배를 인정한 것은 6시간이 지난 오후 4시 반이었다. 그 뒤 둘은 계시원마저 사라진 텅 빈 본선 대국실에서 바둑판에 돌을 놓았다가 내리기를 되풀이했다. 바둑 판 위에 수십 개의 참고도가 생겼다가 사라졌다. 이세돌은 장면마다 “형, 이렇게 두면 어떻게 돼” “이렇게 두면 내가 좋은 게 아닌가”라며 납득할 때까지 묻고 또 물었다. 때로는 스스로 자책도 했다. “이게, 패착이네. 이게 잘못됐네. 그러면 어떻게 뒀어야 하지?”….
1시간쯤 지난 뒤 랭킹 1위 박정환 9단과 2위 김지석 9단도 방에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판의 해부가 이뤄졌다. 프로기사도 복기 때 가장 많이 배운다고 한다.
그 뒤 닷새 만인 7일 오전 10시. 이세돌은 벼랑 끝에 배수의 진을 치고 국수전 도전3국에 임했다. 흑을 쥔 이세돌은 초반 실리작전을 폈다. 우상귀에서 실리를 잔뜩 차지한 뒤 중앙 백 진영에 뛰어들어 타개에 승부를 걸었다. 이 과정에서 이세돌은 우하귀 대마를 내줬지만 대세를 잡으며 앞서가 승리를 이끌어냈다. 252수 만에 흑 6집반 승.
송태곤 9단은 “이세돌 9단이 요즘 주춤한 모습을 보였는데, 오늘 대국은 예전의 완벽한 대국 운영 솜씨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제 이세돌은 귀중한 1승을 챙겨 국수를 향한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세돌은 2007, 2008년 국수위를 2연패한 바 있다. 도전 4, 5국은 13, 15일 열린다. 국수전은 기아자동차에서 후원한다. 우승상금은 45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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