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뮤지컬

보이첵, 심약한 인간의 무력함 파헤치는 윤호진 연출의 역작
킹키 부츠, 팝스타 신디 로퍼 작사 작곡… 작년 美서 최고의 화제
프랑켄슈타인, 충무아트홀 개관 10돌 기념… 유준상 등 스타들 참여

처음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독일 고전 희곡 ‘보이첵’. 2012년 영국 런던 워크숍 공연 장면. LG아트센터 제공

뮤지컬 시장은 지난해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인터넷 예매업체 인터파크의 2013년 뮤지컬 티켓 매출은 1767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6.4% 증가했다. 관객이 많이 찾은 공연은 ‘레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엘리자벳’ 등으로 여전히 라이선스 공연이 강세를 보였다.

올해의 승자는 어떤 작품일까. ‘투자 대비 수익이 저조하다’는 고질적 핸디캡에 아랑곳없이 기획사들은 저마다 야심 찬 ‘빅 카드’를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LG아트센터는 ‘명성황후’, ‘영웅’의 윤호진 연출과 손잡고 신작 ‘보이첵’을 제작해 10월 9일부터 한 달간 무대에 올린다. ‘보이첵(보이체크)’은 1837년 24세로 요절한 독일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이다. 심약한 성품의 군인이 상관에게 아내를 뺏긴 뒤 살인을 저지른다는 이야기로, 환경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무기력함을 파헤쳤다. 여러 나라에서 연극 무용 오페라 같은 다양한 장르로 가공됐지만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건 처음이다. 윤 연출은 2012년 6월 영국 런던에서 현지 배우들을 기용해 ‘루비 목걸이’라는 제목으로 ‘보이첵’ 워크숍 공연을 올려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1980년대 팝 스타 신디 로퍼(60)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2013년 최고의 블루칩 ‘킹키 부츠’는 11월 첫 내한공연을 시작한다. 모티브는 영국 BBC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소개된 실화. 150년 전통의 신사화 공장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청년이 경영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장남자 주민들과 손잡고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쇼에 도전한다는 이야기다. “세대 간 갈등, 자아를 찾아 방황하는 현대인, 나와 다른 타인을 인정해가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따뜻한 스토리로 풀어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지난해 6월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 음악,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휩쓸었다.

‘프랑켄슈타인’은19세기초에나온소설을원작으로국내제작진이대본과곡을쓴초연작이다. 충무아트홀 제공

충무아트홀이 개관 10년을 맞아 처음으로 제작에 나선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3월 18일∼5월 11일)도 기대를 모으는 초연작이다. 유준상 박은태 한지상을 포함해 뮤지컬 스타들이 참여했다. 원작은 메리 셸리의 소설로,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때를 배경으로 ‘죽지 않는 군인’을 만들려 한 과학자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삼총사’와 ‘잭 더 리퍼’로 흥행성을 인정받은 왕용범 연출은 “신이 되려 했던 인간, 그 인간을 동경한 피조물의 관계를 매력적으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공개 오디션 공모를 시작해 8월 막을 올리는 ‘스위니 토드’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작사가 스티븐 손드하임(84)의 대표작이다. 197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토니상 작품상 등 8개 부문을 가져갔다. 19세기 산업혁명 초기 런던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한 남자의 처절한 복수극을 담았다. 2008년 팀 버튼 감독이 조니 뎁을 기용해 영화로도 만들었다. 2007년 국내 초연 후 7년 만의 재공연이다.

2014년을 마무리하는 12월의 기대작은 단연 ‘원스’다. 2008년 제80회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저예산 영화를 무대로 옮겨 2년 전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 연출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8개 부문을 쓸어 담았다. 오케스트라 없이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소박한 무대를, 중세 유럽풍의 화려한 의상과 무대에 익숙한 국내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