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11년간 소설 딱 1편… 상실과 집착, 생존을 묻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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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도나 타르트의 ‘황금방울새’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달 초 2013년을 빛낸 소설을 발표했다. 본지의 글로벌 북카페에서 소개됐던 엘리너 캐턴의 ‘더 루미너리스’(The Luminaries)’와 이언 뱅크스의 ‘채석장’을 비롯해 케이트 애킨슨의 ‘반복되는 삶’(Life after life)과 스티븐 킹의 ‘닥터 슬립’(Dr. Sleep)이 들어 있다. 이 중 낯익은 듯, 낯선 듯한 한 작가의 이름이 눈길을 끌었다. ‘황금방울새(Goldfinch)’라는 소설로 11년 만에 문단에 돌아온 작가, 도나 타르트였다. 가디언은 이 소설을 가리켜 ‘더 루미너리스와 함께 올해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서 빛날 선물’이라고 소개했다.

도나 타르트는 1992년 여대생 시절 발표한 데뷔작 ‘비밀의 역사(Secret History)’로 혜성처럼 등단했다.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 그리스고전학과 엘리트 학생들의 치정 살인을 다룬 이 책은 전 세계 24개국에 판권이 계약되었고, 수백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 타르트는 데뷔작 이후 10년이 지난 2002년에 이르러서야 두 번째 작품인 ‘어린 친구(Little Friend)’를 발표했고, 다시 11년이 지난 2013년에 세 번째 작품을 들고 나타났다. 작가 인생 21년에 단 세 편의 소설만 발표한 것이다.

작가가 10년 넘게 공들여 다듬은 ‘황금방울새’의 주인공은 열세 살 소년 테오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날 테오와 그의 엄마는 비를 피해 네덜란드 화가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던 미술관으로 들어간다. 엄마는 테오에게 파브리티우스의 ‘황금방울새’라는 작품을 보여 주며 이 전시회에서 가장 작고 간단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말해 준다. 그때 미술관에서 폭탄이 터지면서 전시회장은 아수라장에 빠진다.

테오의 엄마는 즉사했고, 폭발이 일어났을 당시 테오의 주변에 있던 남자는 자신이 끼고 있던 오래된 반지를 빼 테오에게 전해 주며 이 반지를 어떤 장소로 가져다 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테오는 폭발로 인해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남자가 남긴 반지와 황금방울새 그림을 가지고 미술관을 빠져나온다. 고아가 된 테오는 엄마와의 마지막 추억이 살아있는 황금방울새 그림을 품에 안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지 주인을 찾아 나선다.

타르트는 이 소설을 상실과 집착, 그리고 생존에 대한 것이라고 요약했다. 엄마와 아빠를 모두 잃은 한 소년의 고독한 성장기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이 소설은 타르트의 지난 11년을 보상해 주듯 710쪽 분량의 방대한 소설로 탄생했다. 6개월마다 소설 한 편씩을 펴내는 제임스 패터슨과 같은 작가가 난무하는 요즘, 11년의 세월을 오롯이 소설 한 편에만 투자한 작가의 작품이라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jahn80@gmail.com
#도나 타르트#황금방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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