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지구촌 질병전쟁 지휘… ‘亞 슈바이처’ 이종욱의 생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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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평전/데스몬드 에버리 지음/이한중 옮김/372쪽·1만5000원/나무와숲

고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한국인 최초의 국제기구 수장이다. 2006년 5월 22일 뇌혈전으로 쓰러져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이 전 총장은 헌신적인 의사였고 뛰어난 행정가였다.

1945년 서울시 공무원의 5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난 그는 군복무를 마치고 남들보다 7년 늦게 서울대 의대에 들어갔다. 그는 졸업 후 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일하며 한센병 환자들이 생활하는 경기 의왕시의 성 라자로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곳에서 일본인 여성 봉사활동가 가부라키 레이코 씨를 만나 결혼에 이른다.

그는 춘천도립병원과 남태평양 사모아 섬의 린든존슨 병원 임상의를 거치며 환자들에게 친절하고 몸을 사리지 않은 봉사활동으로 ‘아시아의 슈바이처’로 불렸다. 그는 1983년 WHO에 들어가 남태평양의 피지에서 한센병 담당 의무관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WHO 백신국장, 결핵국장을 거치며 그는 유능한 관리자로 인정받았다. 당시 북한은 WHO로부터 6만여 명 분량의 결핵약을 전달받으면서 그의 사무총장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03년 1월 사무총장에 취임한 그는 2005년까지 300만 명이 에이즈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3 by 5’ 캠페인을 추진해 ‘공중보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저자는 이 전 총장의 재임 시절 연설문을 작성했던 전기 작가다. 저자는 그에 대한 주관적 판단보다 언론 보도와 공식 자료 등을 바탕으로 글을 전개한다. 평전이 자칫 찬양 일색으로 빠지기 쉬운 데 비해 담백한 서술이 돋보인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이종욱 평전#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아시아의 슈바이처#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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