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를 찾아서]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여행 어디가 제일 좋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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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J 투어 2000 부사장 칼럼<2>

“Why!” 왜?라는 단어는 인간을 진화시킨다. 여행업에 오래 종사한 필자에게 많은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질문이 바로 “여행 어디가 제일 좋아요?”란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여행은 “어디든 다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커리어우먼들의 로망인 도시 뉴욕도 좋고, 지저분해 보이는 강물에서 시체를 태워 흘려 보내면서 진정한 해탈을 염원하는 인도의 갠지스 강도 좋다.

인간은 여행을 통해서 소진했던 삶의 영양분을 보충한다. 다양한 삶의 빛깔과 질을 경험하면서 그제야 깨닫게 되고 또 행복을 얻게 된다. 필자 역시 정말 뜻하지 않은 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4년 전 무엇을 해도 기쁘지 않고 힘든 시절이었다. 마침 리조트와 골프장을 돌아보는 출장이 있어 업계 지인에게 동행을 제의했다. 그러다 골프 2팀이 가서 라운드도 하고 체험 후기도 들어보는 것으로 일이 커져서 결국 일행은 8명으로 늘어났다. 목적지는 보루네오 섬에 위치한 코타키나발루였다. 동행한 지인은 골프 핸디캡별로 작은 돈을 걷어 4일 동안 합산한 성적으로 상금 시상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필자는 여기 덧붙여 양주 킹 조지 5세를 내놨다. 다들 정말 신중하게 골프들을 치며 즐거워했다.

그러던 이틀째 정말 뜻하지 않은 행복한 순간이 왔다. 필자가 18홀 마지막 퍼팅을 끝내는 순간, 컵 안에는 작은 선물이 들어 있었다.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모두 함께 노래를 불러줬고 얼굴에 케이크 세례를 퍼부었다.

좋은 여행에 초대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일행들이 선물과 케이크를 준비했던 것이다. 아마도 여권에 있는 주민번호를 보고 사전에 준비한 듯했다.

그렇다고 여행에서 달콤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날 우린 성적순에 의해서 시상을 했다. 마지막 양주 킹 조지 5세를 시상할 때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 처음엔 우승자에게 부상으로 주려 했지만 모두가 킹 조지 5세는 추첨으로 주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하필 묘하게도 정작 우승자는 그 제의를 듣지 못했던 것이다. 추첨을 통해 킹 조지 5세가 전달되려는 순간 우승자는 작은 항의를 했고 분위기는 차갑게 변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오해도 풀고, 분위기는 돌아왔지만 이전과는 달랐다. 그리고 모두 한국에 돌아와 문자를 교환했다. 모두가 좋은 여행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며 작은 사건에 대해 반면교사하며 살겠다는 내용 일색이었다. 가슴 뭉클했다. 이들 8명이 같은 마음으로 같은 반성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여행 아니면 또 있을까 싶다.

지금도 4년 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그리고 아주 힘들 때는 그때를 생각하고 혼자 웃고, 또 혼자 반성해 보기도 한다. 여행 안에는 다양한 삶의 부스러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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