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계백과 관창도 무섭고 두려웠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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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 반굴 관창/박의식 글·그림/42쪽·1만8000원·장수

장수 제공
장수 제공
표지가 무겁다. 누군가 바라보고 있다. 체념한 듯 서늘한 눈. 비가 내리고 피가 흐른다. 관창이다. 백제와 신라의 마지막 전투에서 신라군의 용맹을 떨치며 죽은 어린 화랑이다. 그가 죽음의 칼날 앞에 마주 서있다.

삼국사기는 관창의 임전무퇴 정신을 이야기한다. 그의 죽음으로 신라군의 기세가 다시 살아나고, 황산벌 전투에서 신라가 계백의 백제를 물리치고 승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열여섯 관창은 죽을 줄 알면서도 적진에 홀로 돌진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관창은 두렵지 않았을까? 자신을 적진으로 보내는 아버지가 원망스럽지 않았을까? 이 그림책은 이런 인간적인 물음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관창의 돌진에 앞서 또 다른 화랑 반굴의 죽음이 있었다. 반굴의 죽음을 본 관창의 아버지 품일 장군이 관창에게 말한다. “너는 어째 그 모양이냐, 반굴은 너와 같은 화랑이 아니냐!” 관창은 대답한다. “아버지… 너무 무섭습니다.”(28쪽)

관창의 두려움과 함께 아들을 죽음의 자리에 보내야 하는 아버지의 고뇌도 무겁게 다가온다. 자신의 가족을 죽이고 전투에 참가한 계백이 자신의 아들과 동갑인 관창을 죽여야 하는 회한도 함께 읽힌다. 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 책은 대여섯 개의 이야기 모티브가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배치되어 있어, 처음 읽을 때는 조금 혼란스럽다. 하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각 모티브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그러면서 백제와 신라 전투에서 신라가 이겼다는 역사적 사실 뒷면에 그 전투에 참여한 사람들의 고뇌와 두려움이 있었음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책의 내용을 깊이 이해하려면,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가 읽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장수들의 그림을 보는 재미는 저학년 아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작가는 오랫동안 장수들의 그림을 그려왔는데, 이 책은 그 절정이다. 그의 장수 사랑은 출판사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 출판사, 그가 직접 만들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계백 반굴 관창#죽음#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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