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α… 음악-건축-안무와 만나 더욱 빛나는 현대미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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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의 의미와 재미 선보인 ‘탁월한 협업자들’전 과 염중호 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관장 김태령) 1층에 ‘기둥 서점’과 아트숍이 문을 열었다. 건물 기둥을 둘러싼 책장은 건축가 최춘웅 씨, 기존 비품을 재활용한 아트숍의 가구는 길종상가에서 디자인한 ‘작품’이다. ‘탁월한 협업자들’이란 제목으로 지난달 27일 개막한 새 기획전의 실마리를 제시한 공간이다.

오늘날 서로 다른 장르가 결합한 복합장르가 대세를 이루면서 작가가 총괄 기획하고 타 분야 전문가들의 힘을 빌리는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최종 결과물은 작가 혼자의 몫이다. 한데 이 전시는 협업자를 주인공으로 앞세운다. 음악 건축 안무 분야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권병준, 데이비드 디그레고리오, 장영규, 정영두, 최춘웅 씨의 고유한 영역과 내공을 접하는 기회다. 8월 25일까지. 1000∼2000원. 02-2020-2050

‘더불어 작업’이 갖는 다양한 층위를 보여 주는 또 다른 전시가 있다. 서울 청담동 하이트컬렉션에서 열리는 사진가 염중호 씨(48)의 ‘예의를 잃지 맙시다’전. 그는 도시에서 곁방살이하듯 사는 식물들을 사진으로 채집한 뒤 그와 협업한 작가 7명이 이미지를 선택해 자기 작업으로 재해석하도록 했다. 그래서 개인전인 동시에 7명이 우정 출연한 그룹전이다. 8월 10일까지. 무료. 02-3219-0271
    

○ 미술과 다른 장르 사이    
‘탁월한 협업자들’전에 뮤지션이자 사운드 아티스트 권병준 씨가 꾸민 공간. 조도에 의해 음색이 변하는 사운드 설치작품을 비롯해 빛과 소리를 전자기기와 연계한 다양한 작업이 18분 동안 순차적으로 펼쳐진다. 일민미술관 제공
‘탁월한 협업자들’전에 뮤지션이자 사운드 아티스트 권병준 씨가 꾸민 공간. 조도에 의해 음색이 변하는 사운드 설치작품을 비롯해 빛과 소리를 전자기기와 연계한 다양한 작업이 18분 동안 순차적으로 펼쳐진다. 일민미술관 제공
‘탁월한 협업자들’전은 독립큐레이터 김현진 씨가 학예실장이 된 뒤 처음 기획한 아카이브형 전시다. 협업 과정과 결과물을 통해 서로 다른 영역이 어떻게 만나서 접합되는지를 살펴보았다. 김 실장은 “미술관이 다양한 영역의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을 주목하면서 시각미술이 넓어지는 추세를 보여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1층에는 안무가 정영두 씨가 김소라, 서도호 씨와 협업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추상적으로 걷기’라는 김소라 씨의 난해한 제의를 그가 야외 퍼포먼스로 구현한 영상을 볼 수 있다. 건축가 최춘웅 씨는 김범 씨와 협업으로 상하농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된장공방은 이웃집 할머니, 미니 축사는 동네 처녀 등 건물을 사람 캐릭터로 접근해 흥미를 더했다.

음악 분야에선 영화 ‘복수는 나의 것’과 안무가 안은미 씨 작업에 참여한 작곡가 장영규, 이주요 김성환 씨와 협업한 디그레고리오, 임민욱 씨의 영상에서 퍼포먼스를 펼친 권병준 씨가 참여했다. ‘삐삐 롱스타킹’의 뮤지션이자 사운드 아티스트 권 씨는 3층 전체를 무대로 영상 사운드 설치가 결합한 18분 길이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기와 전자에 대한 기술과 지식을 활용한 아날로그형 결과물이 인상적이다.     
○ 미술과 현대미술 사이     
‘예의를 잃지 맙시다’전에 선보인 염중호 씨의 사진(위)과 로와정의 설치작품. 염 씨는 인간 중심의 환경에서 적응해 살아가는 나무와 화분을 찍고, 다
른 작가들에게 그 이미지를 전달해 식물을 테마로한 새로운 작품을 만들도록 했다. 하이트컬렉션 제공
‘예의를 잃지 맙시다’전에 선보인 염중호 씨의 사진(위)과 로와정의 설치작품. 염 씨는 인간 중심의 환경에서 적응해 살아가는 나무와 화분을 찍고, 다 른 작가들에게 그 이미지를 전달해 식물을 테마로한 새로운 작품을 만들도록 했다. 하이트컬렉션 제공
‘예의를 잃지 맙시다’전은 애완동물처럼 인간이 만든 환경에 길들여져 살아가는 식물을 테마로 ‘공존에 대한 예의’라는 화두를 던진다. 염중호 씨의 사진과 여기서 영감을 받은 다른 매체의 작업을 비교해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쓰러진 나무를 벽화로 그린 최대진, 조경 식물의 무기력함을 캔버스에 담아 낸 강석호 김수영 권경환, 잡지에서 식물 이미지를 오려 팝업북처럼 전시한 로와정, 버려진 손톱으로 꽃을 만든 리오넬 사바테, 드로잉 그림편지의 박진아 씨. 이들은 한 이미지가 어떻게 다른 이미지로, 혹은 다른 장르로 발전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전시를 보려면 사무실 출입구를 이용해야 하는 점이 번거롭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탁월한 협업자들#염중호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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