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도시남녀 출근복 반바지를 허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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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아이템으로 떠오른 반바지 스타일링법

포멀 오피스룩- 남성 재킷·셔츠: 바나나리퍼블릭, 반바지: 빈폴맨, 신발·가방: 엠포리오 아르마니, 선글라스: 타테오시안 바이 비씨디코리아, 시계: 펜디 워치 여성 재킷·가방: 조르조 아르마니, 블라우스: 보브, 반바지: 지컷, 신발: 엘리자베스 앤 제임스, 안경: 타테오시안 바이 비씨디코리아, 시계: 펜디 워치  모델=박병민·박민지(k-plus), 헤어&메이크업=이경민 포레, 장소 협조=신세계백화점 본점
포멀 오피스룩- 남성 재킷·셔츠: 바나나리퍼블릭, 반바지: 빈폴맨, 신발·가방: 엠포리오 아르마니, 선글라스: 타테오시안 바이 비씨디코리아, 시계: 펜디 워치 여성 재킷·가방: 조르조 아르마니, 블라우스: 보브, 반바지: 지컷, 신발: 엘리자베스 앤 제임스, 안경: 타테오시안 바이 비씨디코리아, 시계: 펜디 워치 모델=박병민·박민지(k-plus), 헤어&메이크업=이경민 포레, 장소 협조=신세계백화점 본점
‘쿨비즈’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더위에, 내 몸도 살고 지구도 살릴 수 있는 ‘착한 패션’이기 때문이다. ‘쿨(시원한)’과 ‘비즈니스(업무)’를 결합한 단어인 이 핫한 패션 코드의 대표 아이템은 반바지다. 가벼운 리넨, 마 소재 재킷을 입는 것에서부터 조심스레 시작된 쿨비즈룩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반바지로 옮아간 양상이다.

에너지 절감이란 ‘국가적 사명’을 위해 내 한 몸 바쳐 속살을 드러내는 일부 공무원 집단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일부 패션, 정보기술(IT) 벤처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시행된 반바지 패션이 본격적으로 사무실 문턱을 넘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패션 업계는 이미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는 반바지들은 물론이고 비즈니스룩으로도 손색이 없는 슈트형 스타일을 내놓으며 이 발랄한 패션이 ‘커밍아웃’ 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남성보다 옷차림이 자유로운 여성들도 반바지를 출근 패션으로 선택하기엔 여전히 망설여지기 마련이다.

A style은 올여름을 맞아 반바지 매장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소심한 도시 남녀를 위한 반바지 스타일링 법을 이론과 실전, 상황에 맞게 소개한다.

자, 이제 대한민국 도시 남녀에게 반바지를 허하라!

  
세미 캐주얼- 남성 니트: 클럽모나코, 셔츠·반바지: 갭, 벨트: 바나나리퍼블릭, 신발: 조르조 아르마니, 안경: 트리티, 자전거: 루이가르노 여성 재킷: 보브, 블라우스: 폴앤조, 반바지: 지컷, 신발: 빈폴 레이디스, 가방: 빈폴 액세서리, 반지: 토스
세미 캐주얼- 남성 니트: 클럽모나코, 셔츠·반바지: 갭, 벨트: 바나나리퍼블릭, 신발: 조르조 아르마니, 안경: 트리티, 자전거: 루이가르노 여성 재킷: 보브, 블라우스: 폴앤조, 반바지: 지컷, 신발: 빈폴 레이디스, 가방: 빈폴 액세서리, 반지: 토스
▼ 男쇼트쇼츠 스마트&경쾌… 女탭쇼츠 섹시&발랄 ▼


남성 이론 편… “반바지+면 양말은 전문가에게 양보하세요”

해외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컬렉션에서 반바지는 올여름 핵심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특히 슈트와 스포츠라는 상반된 주제가 사이좋게 공존하게 된 시즌인 만큼 ‘뉴 클래식’ 스타일이 반바지에도 옮아갔다. 긴 정장 바지 못지않게 클래식한 느낌이라 반바지 쿨비즈룩의 ‘초보자 코스’로 활용할 수 있는 스타일부터 무릎은 물론이고 허벅지 일부까지 드러나는 ‘쇼트 쇼츠(short shorts)’까지 장르와 난이도도 다양하다.

트렌드 정보업체 인터패션플래닝은 올해 남성 반바지 트렌드 키워드로 △배기(baggy·넉넉한 스타일) △가죽 소재 △강한 프린트 △정장 바지처럼 주머니나 커프스가 달린 ‘테일러드’ △몸에 붙는 슬림한 스타일로 무릎을 살짝 덮을 길이의 워킹(walking) 쇼츠를 제시했다.

포멀 오피스룩 재킷·셔츠·반바지: 바나나리퍼블릭, 안경: 트리티, 가방: 쿠론
포멀 오피스룩 재킷·셔츠·반바지: 바나나리퍼블릭, 안경: 트리티, 가방: 쿠론
해외 컬렉션에서는 반바지 패션계에서 ‘비주얼 테러리스트’라 불리는 ‘반바지+복사뼈 위로 올라오는 면양말+정장 구두’의 조합이 의외로 스타일리시하게 선보인 사례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특별한 패션 센스를 갖췄거나 유명 패션쇼 무대에 설 정도의 A급 모델 체형이 아니라면 지양해야 할 스타일이다. 제일모직 ‘빨질레리’의 이은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반바지 오피스룩을 연출할 때 양말, 정장용 구두, 드레스 셔츠를 피하는 ‘3무(無) 법칙’을 지키는 것이 무난하다”고 말했다.

슬리퍼나 샌들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LG패션 관계자는 “쿨비즈 제품은 자연스럽게 구겨지는 멋이 매력이지만 지나치면 자기 관리가 안 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너무 캐주얼한 스타일의 신발도 같은 맥락에서 피할 것을 권장한다”고 전했다.

체크처럼 강렬한 무늬도 남성 반바지에 대거 상륙했다. 과감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해외 패션쇼 디자이너들조차 이 경우 상의는 평범하게 매치할 것을 제안했다. ‘돌체앤가바나’는 갈색과 검은색이 교차하는 가로무늬 스트라이프 반바지 위에 깔끔한 흰색 라운드 티셔츠를 받쳐 입었다.

허벅지를 드러내는 초미니형 ‘쇼트 쇼츠’도 캘빈클라인, 루이뷔통, 모스키노 등 유명 브랜드 쇼에서 대거 선보였다. 그것도 일곱 색깔 무지개를 연상시키는 알록달록한 색깔로! 신세계인터내셔날 ‘바나나리퍼블릭’의 김소영 바이어는 “올해 남성 반바지는 지난해에 비해 평균 2cm가량 짧아진 게 특징”이라며 “밑위(허리선부터 엉덩이 부위 아래 선까지 부분)부터 바지 끝까지의 길이 역시 1cm가량 짧아졌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이미 이런 ‘쇼트 쇼츠’가 잘 팔리고 있다. 올해 들어 바나나리퍼블릭에서 길이가 짧은 반바지가 일반 반바지에 비해 2배가량 매출이 더 높게 나오고 있다.

여성 이론 편… “개성 있는 밑단, 치마바지 스타일에 주목”

포멀 오피스룩 블라우스: 앤디앤뎁, 반바지·신발: 엠포리오 아르마니, 가방: 쿠론, 선글라스: 엘리자베스 앤 제임스 바이 비씨디코리아, 뱅글: 토스, 시계: 펜디 워치
포멀 오피스룩 블라우스: 앤디앤뎁, 반바지·신발: 엠포리오 아르마니, 가방: 쿠론, 선글라스: 엘리자베스 앤 제임스 바이 비씨디코리아, 뱅글: 토스, 시계: 펜디 워치
황선아 인터패션플래닝 트렌드랩 책임연구원은 해외 컬렉션에서 나타난 여성 반바지 트렌드를 △폭이 좁고 포멀한 느낌의 버뮤다팬츠 △무릎 길이의 폭 넓은 반바지로 언뜻 보면 스커트처럼 느껴지는 퀼로트(culotte·여성의 운동용 치마바지) △퀼로트보다 더 짧아 발랄한 느낌에, 밑단이 물결무늬 또는 레이스 등으로 장식된 ‘탭 쇼츠(tap shorts)’로 정리했다.

오피스레이디라면 평범한 블랙 버뮤다팬츠 위에 속이 살짝 비치는 시스루 스타일의 레이스 블라우스를 매치한 ‘폴 스미스’ 등을 벤치마킹해도 좋을 듯하다.

버뮤다팬츠나 퀼로트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면 ‘탭 쇼츠’ 스타일도 눈여겨볼 만하다. 밑단을 물결무늬로 자르거나 레이스를 달아 한층 여성스러워 보이게 하는 스타일이다.

국내 브랜드들도 이런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부문의 디자이너 브랜드, ‘럭키슈에뜨’는 A라인이라 치마 같은 느낌을 주는 ‘데님 셔링 쇼트 팬츠’를 선보였다.  
위크엔드 룩- 남성 셔츠·페도라: 갭, 반바지: 타미힐피거 데님, 신발: 스케쳐스, 가방: 제롬 드레이퓌스, 안경: 트리티, 선글라스: 크리스찬 로스 바이 비씨디코리아 여성 블라우스: 럭키슈에뜨, 반바지: 갭, 신발: 지컷, 뱅글: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반지·목걸이: 토스, 샴페인과 전용 잔은 뵈브 클리코 트래블러 세트
위크엔드 룩- 남성 셔츠·페도라: 갭, 반바지: 타미힐피거 데님, 신발: 스케쳐스, 가방: 제롬 드레이퓌스, 안경: 트리티, 선글라스: 크리스찬 로스 바이 비씨디코리아 여성 블라우스: 럭키슈에뜨, 반바지: 갭, 신발: 지컷, 뱅글: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반지·목걸이: 토스, 샴페인과 전용 잔은 뵈브 클리코 트래블러 세트
A Style이 제안하는 남녀패션 실전편


▽포멀 오피스룩=반바지는 슈트 재킷과 의외로 참 잘 어울린다. 이때 통이 좁은 반바지를 선택하면 좀 더 스마트한 느낌으로 입을 수 있다.

― 남성+여성: 남성의 경우 블랙 슈트 상의에 상의와 비슷한 소재의 반바지를 선택하고 몸에 적당히 달라붙는 슬림핏 셔츠를 매치했다. 여성의 경우 셔츠와 반바지는 튀지 않는 흰색으로 선택하되 재킷과 구두에 포인트를 줬다.(사진[1])

― 남성: ‘올 블랙’의 답답한 오피스룩이 지겹다면 프린트 패턴을 활용하는 게 어떨까. 체크는 보는 사람에게 청량감을 주는 대표적인 여름철 인기 아이템이다. 진한 체크가 부담스럽다면 은은한 파스텔 톤을 선택하면 된다. 신발이나 가방은 체크 패턴에서 주로 쓰인 색상을 선택하면 좀 더 점잖은 오피스룩을 완성할 수 있다.(사진[5])

― 여성: 퀼로트 스타일의 깜찍한 반바지를 체크 패턴으로 선택했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의 화이트 블라우스와 함께 매치하고 핑크빛이 감도는 시계와 가방으로 포인트를 줘 발랄함과 고상함이 공존하도록 연출했다. (사진[9])

▽세미 캐주얼=자칫 잘못하면 후줄근한 ‘동네 패션’으로 전락하는 스타일. 입었을 때 편안한 것이 최대 장점이지만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할 때나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데이트나 미팅 때 입는다면 2%만 더 신경을 쓰면 좋을 듯.

― 남성+여성: 옥스퍼드 소재 셔츠와 브이넥 카디건을 곁들이거나, 편안한 면 소재 티셔츠에 셔츠를 레이어드해 반바지와 매치하면 말끔한 인상의 ‘교회 오빠 스타일’이 완성된다. 좀 더 센스 있는 오빠로 보이고 싶다면 스타일링의 기본인 ‘톤 온 톤’을 기억하면 좋을 듯. 상하의를 비슷한 색상으로 고르는 것이다. 신발은 운동화나 샌들처럼 지나치게 캐주얼한 스타일보다 구두 앞부분에 날개 모양의 장식이 더해진 ‘윙팁 슈즈’나 옥스퍼드화를 신는 게 더 세련돼 보인다.

여성의 경우 전체적으로 블루 컬러를 주조색으로 삼아 시원한 느낌을 더했다. 퀼로트와 탭쇼츠 스타일을 결합한 듯, 러플 스타일로 만들어진 반바지는 보는 사람을 설레게 할 로맨틱 아이템.(사진[2])

세미 캐주얼- 남성 재킷: 조르조 아르마니, 셔츠: 겐조, 반바지·벨트: 일레븐티 여성 재킷: 보브, 블라우스: 클럽모나코, 반바지: 갭, 신발: 크리스티앙 루부탱, 가방: 코치
세미 캐주얼- 남성 재킷: 조르조 아르마니, 셔츠: 겐조, 반바지·벨트: 일레븐티 여성 재킷: 보브, 블라우스: 클럽모나코, 반바지: 갭, 신발: 크리스티앙 루부탱, 가방: 코치
― 남성: 바지에 주머니가 부착된 카고 팬츠를 활용할 때는 최대한 통이 좁은 디자인을 택해야 ‘헐렁이 스타일’을 피할 수 있다. 재킷과 셔츠의 조합이 식상하다면 튀는 색상이나 패턴으로 장식된 슈즈를 매치한다.(사진[3])

― 여성: 상하의를 모두 스트라이프로 매치하는 과감한 패션이 시각적으로 얼마나 시원한 효과를 낼 수 있는지는 입어본 사람만 안다. 스트라이프 패턴의 컬러와 크기를 모두 다르게 하는 게 중요하다. 또 재킷은 강한 색상으로, 블라우스는 옅은 색상으로 선택하는 등 강약 조절을 잘하는 게 핵심 포인트.(사진[4])

▽위크엔드 룩=주말이나 연휴에 입는 반바지 스타일링에는 요즘 뜨는 아웃도어 또는 스포티 스타일을 가미해도 좋다.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문 아웃도어 의류를 입는 것보다는 한두 가지 아이템을 활용해 ‘자제의 미덕’을 발휘하는 게 좋다.

위크엔드 룩- 남성 셔츠: 갭, 반바지: 클럽모나코, 신발: 코치, 가방: 프레드 페리 여성 셔츠: 세인트제임스 바이 플랫폼플레이스, 반바지·뱅글: 넘버 투애니원 X 지컷, 목걸이: 브이엘
위크엔드 룩- 남성 셔츠: 갭, 반바지: 클럽모나코, 신발: 코치, 가방: 프레드 페리 여성 셔츠: 세인트제임스 바이 플랫폼플레이스, 반바지·뱅글: 넘버 투애니원 X 지컷, 목걸이: 브이엘
― 남성: 올여름 한 번쯤은 같은 색 계열의 상하의로 과감하게 매치해 보자. 레몬색 피케셔츠에 톤 다운된 색감의 노란 반바지, 민트색 슈즈로 포인트를 줬다. 한 가지 색상의 농담을 달리한 그러데이션 셔츠를 활용해 이국적이면서도 시원해 보이는 효과를 냈다.(사진[6])

― 여성: 올여름 유행하는 스트라이프 셔츠에 품이 좁은 버뮤다팬츠로 여성미를 강조했다. 스타일이 좀 밋밋하게 느껴진다면 눈에 띄게 큰 디자인의 목걸이와 뱅글로 화려하게 스타일링하자.(사진[7])

― 남성+여성: 패션 초보 남성이라면 원색 계열의 상의에 회색, 감색, 베이지색 또는 데님 소재의 모노톤 하의를 매치해 보자. 반바지 끝단을 돌돌 말아 살짝 걷어 올리면 더욱 젊은 감성을 뽐낼 수 있다. 패턴이 화려한 여성 반바지를 소화할 때는 주요색으로 쓰인 색상 중 하나와 같은 색의 상의를 고르면 한층 통일감 있게 입을 수 있다.(사진[8])

글=김현진·권기범 기자 bright@donga.com 사진=김덕창 포토그래퍼(studio 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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