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神父가 되려 했던 소년, 왜 反骨 영화감독이 됐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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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부딪쳐라 세상이 답해줄 때까지/마이클 무어 지음·오애리 옮김/340쪽·1만4000원/교보문고

할리우드 영화계의 큰 잔치 아카데미 시상식. 보통 수상자들은 시상식 무대 뒤에서 두 가지 선물을 받는다. 하나는 축하 샴페인이고, 다른 하나는 브레스민트(입 냄새 제거용 민트)다. 그런데 2003년 한 남자는 덤으로 하나를 더 받았다. “미친 놈”이라는 욕이었다.

남자의 수상 소감이 문제였다.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최우수 다큐멘터리 상을 받은 남자는 무대에 올라 “대통령이 허구의 이유로 전쟁을 벌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끄러운 줄 알라”고 했다. 당시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조차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지 않는 미국 분위기에서 이 발언은 이례적이었다. 나중에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남자의 수상 소감은 설득력을 얻었다.

이 남자는 왜 사회의 주류 질서에 반하는 반골이 됐을까? 그는 고등학교 대신 가톨릭 신부가 되려고 신학교에 들어갔다. 전 과목에서 A학점을 받았지만 신에 대한 믿음을 부정하는 질문을 자꾸 해 학교에서 쫓겨났다. 신학교를 나온 뒤 편입한 공립고등학교. 여름 캠프에 참가한 17세 소년은 흑인을 멤버로 받지 않는 골프클럽이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주제로 연설 콘테스트를 주최한다는 사실에 격분했다.

그래서 ‘골탕 좀 먹어 봐라’ 하는 마음으로 경연에 참가해 연설했는데 그만 1등을 했다. 연설문이 유명해져 CBS방송의 전설적인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가 직접 취재 요청을 해왔다. 한 하원의원실에서도 그를 찾았다.

커서 영화감독이 된 이 남자는 ‘화씨 911’로 2004년 세계 최고 권위의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탔다.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사상 첫 최우수작품상 수상이었다. 이라크전쟁과 관련해 부시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한 이 영화의 수상을 두고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을 겨냥한 정치적 수류탄”이라고 논평했다. 남자는 2005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선정됐다. 세상이 모두 당연하다고 믿는 것 뒤에는 보지 못하는 진실이 있을 수 있다고 끊임없이 말해 온 이 남자. 책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자전적 에세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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