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간호섭이 엄선한 패션박스, 6월호 아이템은 뭘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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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시작한 패션멘토 간호섭 교수

‘바이박스’를 론칭한 간호섭 홍익대 교수.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바이박스’를 론칭한 간호섭 홍익대 교수.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매달 바뀌는 트렌드에 맞춰 패션 아이템을 모아 상자에 넣어 보내면 어떨까?’

간호섭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는 유행처럼 번지는 ‘서브스크립션(정기구독)’ 서비스를 보고 불현듯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매달 화장품, 식품 등을 하나의 박스에 넣어 소비자에게 보내주는 유통 모델을 뜻한다.

1년간 준비한 끝에 이달 초 패션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바이박스’를 론칭한 간 교수는 “액세서리, 가방 같은 패션 아이템을 골라 박스에 넣는 서비스는 보질 못했다”며 “패션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는데 이를 따라가기에는 숨 가쁜 이들을 위해 직접 제품을 골라주는 서비스를 시작해 보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간 교수가 선보인 바이박스 5월호는 여러 면에서 파격적이다. 한 상자에 금빛 메탈 장식이 돋보이는 반지와 심플한 검은색 클러치백, 스타일의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목걸이, 귀고리, 팔찌가 모두 들어 있다. 각각 정가를 따지면 약 24만 원에 육박하지만 박스로 사면 4만9500원으로 5만 원이 채 안 된다. 어떤 옷과 매치하면 좋을지 간 교수가 직접 스타일링한 화보를 소개하는 점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독특한 점은 박스에 들어 있는 제품이 모두 국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신진 디자이너의 브랜드라는 것.

간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많은데도 아직 한국 소비자들은 유명 브랜드만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게 사실”이라며 “자신의 안목보다 브랜드에 의존하는 소비자들과 실력이 있음에도 유통망을 찾지 못해 고전하는 디자이너를 연결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블TV 신진 디자이너 선발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멘토로 활약하며 수많은 신진 디자이너의 고충을 보고 느꼈다. 또 한국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유명세에 비해 가격이 비싼 한국 디자이너 제품을 멀리하는 것도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래서 제품이 팔릴 때마다 판매자가 수수료를 챙기는 일반 유통 관행과 다른 방식을 택했다. 그가 바이박스에 담으려고 하는 제품의 물량을 한꺼번에 직매입하기로 한 것.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직매입하는 대신 가격을 시가의 70∼80% 수준으로 파격적으로 낮췄다. 간 교수는 “신진 디자이너는 목돈을 한번에 받고 재고 부담이 없어서 좋고, 소비자는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좋은 것”이라며 “디자이너들은 주어진 생산량만큼 미리 만들고 바이박스 측에 팔아 만든 목돈으로 다음 컬렉션을 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여 디자이너와 브랜드는 그의 안목으로 꼼꼼히 골랐다. 5월 박스에 참여한 ‘빈티지 헐리우드’ ‘스탈렛 애쉬’ ‘비엔베투’ ‘발라 뉴욕’은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게 간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신진 디자이너라고 해서 검증되지 않은 디자이너 제품을 소개할 순 없다”며 “어느 정도 패션업계에서 잠재성을 인정받은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엄선해야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정 수량만 준비해서 팔겠다는 원칙도 세웠다. 남과 다른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서는 물량을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간 교수는 “5월 박스는 론칭 일주일 만에 준비한 물량의 절반 이상이 팔렸다”며 “6월 박스는 제품 구성이 다른 박스 1, 2호로 나눠 팔되 각각의 박스는 철저하게 한정 수량만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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