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올봄에 떠오르는 핫컬러… 초록, 그 강렬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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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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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패셔니스타가 왔다

‘튀는 색’으로 여겨지던 초록색이 올봄 대세로 떠올랐다. 사진은 ‘중급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채도가 높은 초록색과 다소 낮은 초록색 의상을 같이 입거나 어두운 색 옷을 입어 초록색을 강조한다. 왼쪽 모델은 캘빈클라인컬렉션 정장에 바나나리퍼블릭 셔츠, 프레드페리 신발, 알프레드 던힐 벨트, 아이그너 시계, 키오야마토 안경을 착용했다. 오른쪽 모델은 필립림 셔츠에 매그앤매그 스커트, 슈콤마보니 신발에 니나리치컬렉션 가방, 마르블랑 팔찌를 했다. 모델=조성훈·박민지, 장소 협찬=롯데백화점 본점, 롯데아울렛 서울역점, 헤어·메이크업=이경민 포레
‘튀는 색’으로 여겨지던 초록색이 올봄 대세로 떠올랐다. 사진은 ‘중급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채도가 높은 초록색과 다소 낮은 초록색 의상을 같이 입거나 어두운 색 옷을 입어 초록색을 강조한다. 왼쪽 모델은 캘빈클라인컬렉션 정장에 바나나리퍼블릭 셔츠, 프레드페리 신발, 알프레드 던힐 벨트, 아이그너 시계, 키오야마토 안경을 착용했다. 오른쪽 모델은 필립림 셔츠에 매그앤매그 스커트, 슈콤마보니 신발에 니나리치컬렉션 가방, 마르블랑 팔찌를 했다. 모델=조성훈·박민지, 장소 협찬=롯데백화점 본점, 롯데아울렛 서울역점, 헤어·메이크업=이경민 포레
초록색 크레파스. 어릴 적 산(山)을 그릴 때 외에는 손가락에 몇 번 끼워본 적이 없다. 초록색 물감도 인기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중고교 미술시간에 나뭇잎 부분에 붓 몇 번 대본 게 끝이다. “좋아하는 색이 뭐냐”는 질문에 파란색이나 흰색, 빨간색, 심지어 검은색을 대는 사람들도 있지만 초록색을 좋아한다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풀색’쯤으로 알려진 초록(草綠).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한국판에서도 ‘파란 물감과 노란 물감을 섞어 만드는 색’이라고 정의했다. 변종(變種) 혹은 서자(庶子) 느낌이 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초록은 파랑, 빨강 못지않게 여기저기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멕시코, 브라질,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등의 국기에 들어가 있다. ‘아기공룡 둘리’의 몸도, 군인 아저씨들 옷 색깔도 초록이다. ‘메뚜기’로 불리는 개그맨 유재석이 좋아하는 색이기도 하다. 처지가 같은 사람들끼리 한패가 된다는 뜻으로 ‘초록은 동색(同色)’이라는 말도 있다.

친근하지 않아서, 튀는 것 같아서 오랫동안 우리에게 낯선 존재였던 초록의 위상이 달라졌다. 글로벌 색채기업 팬톤 컬러연구소의 리어트리스 아이즈먼 소장은 이렇게 외친다. “이제 ‘그린(Green)’의 시대가 왔다!”
평소 튀는 의상을 두려워하는 초급자는 초록색을 하나만 입어 포인트를 주는 것이 좋다. 남성 모델은 빈폴 맨 셔츠와 카디건 바지에 라코스테 신발, 폴스미스 시계, 옵티컬W 안경을 착용했다. 여성 모델은 띠어리 재킷에 프레드페리 셔츠, 커밍스텝 바지, 슈콤마보니 신발, 잼마알루스디자인 목걸이를 하고 클럽모나코 가방을 들었다.
평소 튀는 의상을 두려워하는 초급자는 초록색을 하나만 입어 포인트를 주는 것이 좋다. 남성 모델은 빈폴 맨 셔츠와 카디건 바지에 라코스테 신발, 폴스미스 시계, 옵티컬W 안경을 착용했다. 여성 모델은 띠어리 재킷에 프레드페리 셔츠, 커밍스텝 바지, 슈콤마보니 신발, 잼마알루스디자인 목걸이를 하고 클럽모나코 가방을 들었다.
▼ 그린이 회색과 만나면 도회적, 흰색 매치 땐 산뜻 ▼


치유의 색, 녹(綠)의 유혹

팬톤 컬러연구소는 매년 패션산업 전반을 조사해 ‘올해의 색’을 발표한다. 2013년에는 치유와 부활을 상징하는 ‘에메랄드그린’이 올해의 색이 됐다. 아이즈먼 소장은 “패션뿐 아니라 가전 등 산업 전반에 에메랄드그린이 올해의 색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메랄드그린을 포함한 초록 계통은 이미 지난해 열린 명품 브랜드들의 2013년 봄여름 패션쇼 의상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주류를 이뤘다. 바닷속 생물체를 연상시키는 무늬에 에메랄드그린을 넣은 ‘구치’, 에메랄드그린 뱀 가죽 소재 의상을 만든 ‘에르메스’, 여성 정장과 스커트에 초록색을 넣은 ‘소니아리켈’ 등이 대표적이다. ‘랑방’ ‘요지 야마모토’ 등의 남성 브랜드들도 앞다퉈 초록색 의상을 내놓았다.

초록색에 날개를 달아준 유명인 중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있다. 지난달 취임식 때 선보인 초록색 코트 외에도 그는 검은색과 초록색이 들어간 재킷을 자주 입고 등장했다. 검은색, 감색, 흰색 등 무채색 계통의 옷을 선호하는 정치인들에게서 볼 수 없는 패션 감각이다.

올봄 초록색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단순히 ‘상큼한 색’이라는 까닭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강은영 제일모직 삼성패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불황에 복잡한 사회를 사는 사람들에게 자연을 상징하는 초록색은 치유, 참살이 등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고 분석했다. 아프리카 정글이나 야생 등 자연, 지역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초록색 의상들이 늘어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초급은 ‘무채색 의상과 맞춰 입기’

셔츠는 프레드페리, 재킷은 시리즈, 바지와 스카프는 카이아크만, 신발은 어그 오스트레일리아, 안경은 키오야 마토by디케이, 시계는 펜디워치.
셔츠는 프레드페리, 재킷은 시리즈, 바지와 스카프는 카이아크만, 신발은 어그 오스트레일리아, 안경은 키오야 마토by디케이, 시계는 펜디워치.
올해의 색, 올해의 유행이 됐다고 무턱대고 초록을 선택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초록색 의상은 그 자체로 튀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입으면 촌스럽다는 말을 듣기 쉽다. 크게는 다 초록이지만 에메랄드그린부터 민트, 라임그린, 피(Pea)그린 등 미묘한 색은 10여 종에 이르기 때문에 셔츠 하나로 ‘스타일리스트’와 ‘패션 테러리스트’를 오갈 수 있다.

패션 초급자라면 초록색은 더더욱 낯설다. 전문가들은 전체 의상 가운데 하나만 초록색으로 고르는 편이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초록색을 하나의 ‘포인트’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채도가 높은 ‘완전 초록’보다는 어두운 초록색이나 올해의 색으로 꼽힌 에메랄드그린 등을 골라 무채색 계통 의상과 함께 입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검은색 카디건에 초록색 셔츠를 입는 식이다. 하의는 다소 어두운 청바지나 블랙진을 입어 보는 이의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고 상의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요즘 유행하는 ‘어두운 상의+밝은 색 바지’ 조합도 가능하다. 에메랄드그린 등 초록색 계통의 바지를 검은색 상의나 감색 카디건과 함께 입으면 ‘초록 공포’를 없앨 수 있다. 나현준 롯데백화점 자주MD팀 매니저는 “초록색 의상을 검은색이나 회색과 함께 입으면 도회적인 인상을, 흰색과 매치하면 자연스럽고 산뜻한 느낌을 준다”며 “‘무채색+초록’ 조합은 전체적으로 경쾌하고 깔끔한 느낌을 낼 때 필요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어두운 초록과 밝은 초록의 조화… 중급

초록 공포를 느끼지 않는 ‘중급 단계’가 되면 초록색 아이템 하나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 한두 개 더 찾거나 다소 밝은 초록색 의상을 입는 등 한 단계 높은 ‘시도’를 한다. 패션 전문가들은 이때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절제된 초록 패션은 깔끔해 보이는데 자칫 초록색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한두 점 더해 망칠 수 있고, 과감하다 하기엔 부족한 ‘애매한’ 패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같은 초록색이라도 채도가 높은 것과 다소 낮은 것을 같이 입는 등 채도의 정도로 의상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밝은 초록색 셔츠에는 어두운 초록색 재킷이나 바지를 입는 식이다. 강조하려는 의상보다 한두 단계 채도를 낮춰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한다.
트렌드 정보회사 인터패션플래닝의 이성아 연구원은 “지난해 파리, 밀라노, 뉴욕 등 주요 도시 패션쇼에서 많은 디자이너가 올해 봄 패션으로 밝은 초록색 의상과 함께 어둡고 짙은 초록색 의상도 선보이며 초록색에 대한 부담을 낮췄다”고 말했다. 특히 에메랄드그린은 채도 높은 초록색을 포함해 다른 색 의상과 입어도 잘 어울리는 색 중 하나로 꼽힌다.

화사함을 강조하기 위해 무늬를 이용해도 좋다. 에메랄드그린 블라우스를 입은 여성이라면 하의는 화려한 꽃무늬가 들어간 치마를 활용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의상은 단순하게 하고 화려한 무늬의 가방이나 신발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과감한 스타일에 도전하고자 하는 상급자는 초록색 옷에 선명한(비비드) 의상을 함께 입어 최대한 경쾌하게 보이도록 한다. 남성 모델은 빈폴 맨 셔츠와 카디건, 클럽모나코 바지, 라코스테 신발과 수비by옵티컬W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여성 모델은 캘빈클라인컬렉션 원피스에 커밍스텝 재킷, 슈콤마보니 신발, 클럽모나코 가방에 케이트로지 팔찌를 했다.
과감한 스타일에 도전하고자 하는 상급자는 초록색 옷에 선명한(비비드) 의상을 함께 입어 최대한 경쾌하게 보이도록 한다. 남성 모델은 빈폴 맨 셔츠와 카디건, 클럽모나코 바지, 라코스테 신발과 수비by옵티컬W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여성 모델은 캘빈클라인컬렉션 원피스에 커밍스텝 재킷, 슈콤마보니 신발, 클럽모나코 가방에 케이트로지 팔찌를 했다.
▼ 고수라면 초록바지+주황셔츠로 과감하게 일내봐! ▼

“초록 바지에 주황 셔츠” 고수들의 초록 활용법


재킷은 바나나리퍼블릭, 셔츠와 바지는 카이아크만, 신발은 슈콤마보니, 선글라스는 카렌워커 by옵티칼W, 목걸이는 잼마알루스디자인.
재킷은 바나나리퍼블릭, 셔츠와 바지는 카이아크만, 신발은 슈콤마보니, 선글라스는 카렌워커 by옵티칼W, 목걸이는 잼마알루스디자인.
지난해 뉴욕 패션쇼에서 몇몇 디자이너는 친환경을 주제로 ‘피그린(Pea Green)’ 패션을 선보였다. 모델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두콩 색깔의 의상을 입고 나타났다. 소재가 고급스러워 활동적이고 진보적인 패션이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적잖은 반론도 있었다. 아무리 멋지고 예쁘다 해도 위아래 모두 초록색 의상을 입고 ‘아름답다’는 평을 듣기란 쉽지 않다.

아래위 같은 색으로 통일하는 사례는 주로 무채색 계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올 블랙’ ‘올 화이트’ 등이다. 그러나 ‘올 그린’은 아무리 패션 고수라도 “슈렉 같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패션 전문가들은 올 그린보다는 선명한(비비드) 의상을 활용해 경쾌함을 강조하는 쪽을 권한다. 남성이라면 초록색 바지에 주황색 피케 셔츠를 입거나 초록색 셔츠에 흰색 바지를 입는 등 상하의 모두 채도를 높이라는 것이다.

에메랄드그린이나 민트 등 초록색도 종류가 다양하지만 패션 고수 중에는 유독 선명한 초록색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선명한 의상을 잘 소화해야 진정한 패셔니스타’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여성 의류에는 이런 패셔니스타들을 위해 초록색 원피스, 초록색 트렌치코트 등 선명한 초록색을 강조한 것이 많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 잘못 입으면 아래위 모두 선명한 초록색처럼 보인다. 전문가들은 초록색 원피스에 흰색 재킷을 덧입거나 초록색 트렌치코트에 옅은 파란색 청바지를 입는 등 밝은 색 의상을 섞어 입는 방식을 선호한다.

신기한 것은 커다란 목걸이나 선글라스 등 과감해 보이는 액세서리가 오히려 선명한 초록색 패션에 ‘빛’을 더해주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남성 브랜드 ‘디젤’의 신수민 바이어는 “초록은 자연에 가장 가까운 색이기 때문에 다른 색에 비해 지나쳐도 시각적으로 편안한 것이 장점”이라며 “화려한 무늬의 구두를 신거나 초록색 아이섀도를 하는 등 강렬함을 극대화하는 것도 패션 고수가 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글=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사진=김덕창 포토그래퍼(studio 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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