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브람스 교향곡 2번-영화 ‘메리 포핀스’ 삽입곡, 고전음악과 대중음악이 쌍둥이처럼 닮았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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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브람스 교향곡 2번 1악장 일부 ②영화 ‘메리 포핀스’ 중 ‘침침체리’를 번안한 ‘종소리’ 악보. 각각 g단조, d단조에서 ‘레미레 도레도 시도시 라’의 진행을 보인다.
①브람스 교향곡 2번 1악장 일부 ②영화 ‘메리 포핀스’ 중 ‘침침체리’를 번안한 ‘종소리’ 악보. 각각 g단조, d단조에서 ‘레미레 도레도 시도시 라’의 진행을 보인다.
지난달 지면에 “라모의 ‘탕부랭’과 김건모가 부른 ‘짱가’ 일부가 닮았다”라는 얘기를 썼죠. 몇몇 독자와 지인들이 예민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모방했다는 건가요?” 글쎄요. 생각난 김에 모방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닮은꼴’ 선율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브람스
올해도 동아일보와 서울 예술의전당이 주최하는 ‘교향악축제’가 4월 1일 개막합니다. 3일엔 성시연 부지휘자가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신지아 협연)과 교향곡 2번을 연주합니다. 그런데 브람스 교향곡 2번 첫 악장에는 귀에 익은 선율이 등장합니다. 바로 브람스 자신의 자장가(‘잘 자라 내 아기, 내 귀여운 아기…’) 시작 부분을 닮은 선율입니다. 여기까지는 알 만한 분들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악장을 듣다 보면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선율이 또 나옵니다. 영화 ‘메리 포핀스’에 나오는 ‘침침체리’ 기억하시나요? ‘종소리’라는 우리말 제목으로 번안되기도 한 노래인데, 여기서 ‘바람결 따라 저 멀리서’ 가사 부분입니다. 계이름으로 풀면 ‘레미레 도레도 시도시 라’가 되겠습니다. 10개 음표의 진행이 같습니다. 영화음악가가 브람스를 표절한 것일까요.

어떻게 보면 빼도 박도 못할 표절 같기도 합니다. 한 옥타브에 12개 음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어지는 10개 음이 같을 확률은 12분의 1의 9제곱, 천문학적으로 낮은 확률입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요?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 언어에서 ‘버’ 다음에는 ‘스’란 음절이 나올 확률이 다른 음절보다 훨씬 높은 것처럼, 사람들의 귀에 자연스럽게 들리는 진행이 있기 마련입니다. 위 ‘침침체리’ 진행도 우연히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레-도-시-라’로 한 음씩 자연스럽게 내려가도록 한 뒤, 그 네 음 각각이 중간에 한 음씩 올라갔다가 내려오도록 ‘볼록’ 기복을 준 것에 불과합니다. 얼마든지 우연히 닮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음원제공 낙소스>
<음원제공 낙소스>
귀 기울여 보면 고전음악 작품 사이, 고전음악과 대중음악 사이에도 묘하게 닮은 선율을 자주 발견할 수 있죠. 라벨 ‘볼레로’는 빌리 조엘의 ‘업타운 걸’과 시작 부분이 묘하게 비슷합니다. 브루크너 교향곡 4번 시작 부분에는 구노의 ‘아베 마리아’와 ‘닮아도 너∼무 닮은’ 음형이 등장합니다. 말러 교향곡 3번 첫 악장에는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마음껏 드세요(Be our guest)’와 매우 닮은 음형이 있습니다. 궁금한가요? 궁금하면, 다음의 주소나 QR코드에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classicgam.egloos.com/195913

유윤종 gustav@donga.com
#브람스#교향곡 2번#볼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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