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가 고향인 소년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동양화에 마음을 온통 빼앗겼다. 연말에 아버지가 들고 온 새 달력을 넘기다가 눈 덮인 산 그림에 반한 소년은 이를 무작정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 집안에선 반대했으나 중2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할아버지가 그를 동양화 선생에게 데려갔다. 목포상고에 다니던 그는 고3 때 홍익대 미대 실기대회에 참가해 1등을 차지한 뒤 동양화과에 들어간다. 대학 재학 중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지만 졸업 후 그림에서 멀어져 건축가의 길을 걷는다.
주인공은 바로 건축가 실내디자이너 아트디렉터 등으로 활약하는 전방위예술가 김백선 씨(47)다. ‘화풍: 경복궁으로의 초대’ ‘묵향-천년전주명품’처럼 그가 펼쳐온 공간과 문화 관련 프로젝트를 비롯해 수묵화 사진 영상을 한데 선보인 개인전이 3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 전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는 바람에 댓잎들이 사각사각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흑백 사진들, 안개 자욱한 설악산의 모습을 담은 영상, 한옥에서 수거한 오래된 나무와 문짝을 서양식 구조의 집에 채운 설치작품이 어우러져 있다. 장르는 달라도 모두 자연을 중시하는 한국적 미감이라는 한 뿌리에서 나온 작업이다. 그는 “건축, 디자인, 아트는 하나이자 내 삶의 동반자”라며 “장르와 장르가 만나면서 새로운 것이 탄생하고 깨달음을 준다”고 말했다.
근본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 김 씨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 공간적 합일을 이끌어내는 한옥을 최고의 건축이라 말한다. 그가 한옥의 안채 사랑채 대청의 개념을 현대적 재료와 공법으로 재해석함으로써 동양적 사유의 공간을 표현하는 까닭이다.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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