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급 지휘자 이탈리아의 리카르도 무티(72)가 시카고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다음 달 한국 무대에 선다. 미국의 명문 악단 시카고심포니는 첫 내한이고, 무티는 2004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한 바 있다.
무티는 1972∼82년 영국 런던필, 1980∼1992년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1980∼2005년 라 스칼라의 수장을 잇달아 맡으며 지휘계 정상에 군림해 왔다. 2002년 뉴욕필의 음악감독 영입 제안을 단칼에 거절해 화제가 됐고, 2005년 단원들과의 불화로 라 스칼라를 떠났다.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는 그에 대해 “성악가 의견을 무시하고 연출가도 휘어잡는 독재자”라고 평한 적도 있다. 꼬장꼬장하기로 이름난 그를 e메일로 먼저 만났다.
―시카고심포니가 명문 악단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뭔가.
“티치아노가 카라바조보다 더 낫다거나 카라바조가 라파엘로보다 낫다고 누가 말할 수 있나. 랭킹이란 건 시시때때로 달라진다. 분명한 것은 시카고심포니는 세계에서 두서너 개의 뛰어난 오케스트라 중 하나라는 거다.”
―내한 공연에서 협연자 없이 교향곡만 연주하는데….
“난 투어 때 절대로 협연자를 세우지 않는다.”
―어떤 스타일의 지휘자라고 자평하나.
“오케스트라를 다루려면 외교관이자 심리학자가 돼야 한다. 지휘자가 천국의 비밀을 밝혀주기를 200개의 눈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 봐라. 대개의 경우 지휘자는 아무것도 못 보여주는데, 그러면 그 눈망울들이 실망으로 채워진다. 지휘자는 리더이자 아버지, 형이 돼야지 독재자가 돼선 안 된다. 하지만 때론 독재자로 보일 정도로 분명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난 모든 사람을 친구로 만들고 즐겁게 해주고 사랑받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위대한 지휘자가 되기 위해 포기한 일 중 무엇이 가장 아쉬운가.
“딸이 공연계에서 일하겠다고 결심했다기에 어느 날 편지를 썼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삶은 고독과 실망으로 점철될 것이다. 뭔가 이뤄지고 있을 때는 고독과 일만이 삶을 차지할 것이다.’ 전문 음악가의 길은 외롭다. 다시 태어나도 지휘자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2월 6, 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7만∼36만 원. 1577-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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