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 사로잡는 지휘자는 외교관이자 심리학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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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한국무대 서는 伊지휘자 리카르도 무티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는 “시카고심포니의 금관의 명성에 대해 귀가 따갑게 들었다. 지금은 금관, 목관, 현·타악 모두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오케스트라”라고 자부했다. 현대카드 제공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는 “시카고심포니의 금관의 명성에 대해 귀가 따갑게 들었다. 지금은 금관, 목관, 현·타악 모두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오케스트라”라고 자부했다. 현대카드 제공
세계 최정상급 지휘자 이탈리아의 리카르도 무티(72)가 시카고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다음 달 한국 무대에 선다. 미국의 명문 악단 시카고심포니는 첫 내한이고, 무티는 2004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한 바 있다.

무티는 1972∼82년 영국 런던필, 1980∼1992년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1980∼2005년 라 스칼라의 수장을 잇달아 맡으며 지휘계 정상에 군림해 왔다. 2002년 뉴욕필의 음악감독 영입 제안을 단칼에 거절해 화제가 됐고, 2005년 단원들과의 불화로 라 스칼라를 떠났다.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는 그에 대해 “성악가 의견을 무시하고 연출가도 휘어잡는 독재자”라고 평한 적도 있다. 꼬장꼬장하기로 이름난 그를 e메일로 먼저 만났다.

―시카고심포니가 명문 악단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뭔가.

“티치아노가 카라바조보다 더 낫다거나 카라바조가 라파엘로보다 낫다고 누가 말할 수 있나. 랭킹이란 건 시시때때로 달라진다. 분명한 것은 시카고심포니는 세계에서 두서너 개의 뛰어난 오케스트라 중 하나라는 거다.”

―내한 공연에서 협연자 없이 교향곡만 연주하는데….

“난 투어 때 절대로 협연자를 세우지 않는다.”

―어떤 스타일의 지휘자라고 자평하나.

“오케스트라를 다루려면 외교관이자 심리학자가 돼야 한다. 지휘자가 천국의 비밀을 밝혀주기를 200개의 눈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 봐라. 대개의 경우 지휘자는 아무것도 못 보여주는데, 그러면 그 눈망울들이 실망으로 채워진다. 지휘자는 리더이자 아버지, 형이 돼야지 독재자가 돼선 안 된다. 하지만 때론 독재자로 보일 정도로 분명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난 모든 사람을 친구로 만들고 즐겁게 해주고 사랑받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위대한 지휘자가 되기 위해 포기한 일 중 무엇이 가장 아쉬운가.

“딸이 공연계에서 일하겠다고 결심했다기에 어느 날 편지를 썼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삶은 고독과 실망으로 점철될 것이다. 뭔가 이뤄지고 있을 때는 고독과 일만이 삶을 차지할 것이다.’ 전문 음악가의 길은 외롭다. 다시 태어나도 지휘자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2월 6, 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7만∼36만 원. 1577-5266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지휘자#리카르도 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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