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연가’ 박범신 담배 풍년

  • Array
  • 입력 2012년 11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소설가 박범신은 애연가다. 술자리에서 만나 두세 시간을 보내면 그의 앞에 놓인 재떨이에는 꽁초가 수북하기 마련이다. 흡연법도 특이하다. 서너 모금 빨고 껐다가 잠시 뒤 다시 그 장초에 불을 붙여 피운다.

그는 6월 한 일간지에 ‘흡연은, 때로 나를 구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금연정책 확대는 바람직하지만 흡연자를 위한 정책적 배려도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국민의 5분의 1 이상이 상시적 흡연자인데도 그들을 위한 대책은 일방적인 압박뿐이라는 것은 유감이다.(중략) 담배는 비의적인 영혼과 다양한 문화, 팍팍한 삶의 언저리에 두루 놓여 있다. 피우는 자의 권리도 배려해야 한다.’

박범신은 칼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에 담배 한 개비의 여유가 있었다면 부엉이바위에서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적기도 했다. 이 칼럼은 흡연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요즘 시대에 흡연자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칼럼이 나간 뒤 뜻하지 않은 ‘선물’이 박범신 앞으로 도착했다. KT&G가 그에게 담배를 보내주기 시작한 것. 그가 즐겨 피우는 2500원짜리 가는 담배였다. 타르 함량은 1mg.

얼마 지난 뒤 그는 전시, 공연 공간인 KT&G 상상마당 관계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KT&G가 담배를 보내주게 된 사연을 얘기하다 말미에 농담처럼 건넸다. “그런데 2500원짜리만 보내줍니까?”

이후 KT&G는 고급형 담배도 함께 보내온다. 3000원, 4000원짜리들이다. 하지만 2500원짜리 담배에 익숙한 소설가는 고급형이 입맛에 맞지 않다. 이 때문에 주변의 담배를 끊지 못한 지인들이 고급 담배를 공짜로 피우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박범신#담배#KT&G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