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아파트 안에 마당도 있고 텃밭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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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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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변신 Season 2<6>스마트 자급자족형

마당이 있는 복층 아파트. 거실에서는 2층 높이로 툭 트인 마당의 간이 농장을 내다볼 수 있다. 2층 주 침실에선 마당과 아파트 건물 밖의 도시 전경이
보인다. 방이 모자라면
마당을 좁게 쓰는 대신 주 침실
아래에 별채를 둘 수도 있다.
THE_SYSTEM LAB 제공
마당이 있는 복층 아파트. 거실에서는 2층 높이로 툭 트인 마당의 간이 농장을 내다볼 수 있다. 2층 주 침실에선 마당과 아파트 건물 밖의 도시 전경이 보인다. 방이 모자라면 마당을 좁게 쓰는 대신 주 침실 아래에 별채를 둘 수도 있다. THE_SYSTEM LAB 제공
《우리는 집을 갖고 싶어 한다. 이는 오랜 세월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살아온 한국인의 민족성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에게 땅은 영역이요 삶이며 미래에 대한 보험과도 같은 것이었다.
유독 한국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주거에 대한 집착은 땅에 대한 관심이, 생활과 좀 더 직접적으로 관련된 집에 투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일고 있는 ‘땅콩 주택’ 열기는 아파트라고 하는 공동 주거 양식이 충족해주지 못했던 가치를 사람들이 얼마나 원해 왔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 가치는 ‘땅’과 가까운 생활방식이 건강한 삶을 보장할 것이라는 기대에 근거한다. ‘거실에서 TV 보고, 식당에서 밥 먹으며, 각자의 방에서 잔다’로 요약되는, 극단적으로 단순화된 아파트 생활에서 몸과 마음은 결코 건강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서민들이 아파트라고 하는 집합주거의 형식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마당이 있는 이층집

그렇다면 과거 ‘땅’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조상들의 생활방식을 간소하게나마 아파트에서 재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자기가 먹을거리를 생산해내고, 자기가 쓸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삶이 풍요로워지고 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 제안하는 자급자족형 아파트의 단위 가구는 12평짜리 마당을 포함해 42평 규모의 복층이다. 우선 집의 구조를 들여다보자. 방은 가족 구성원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2개 혹은 3개로 만들 수 있다. 1층엔 마당과 마당이 내다보이는 거실, 주방, 안쪽 방 하나가 있다. 2층은 침실용 공간인데 하나로 넓게 쓸 수도 있고 둘로 나눠도 된다. 마당 위에 있는 주 침실에선 아래층 마당의 정경과 아파트 바깥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마당을 좁게 쓰는 대신 주 침실 밑에 별채의 방을 둘 수도 있다.

마당에는 간이 농장으로 쓸 수 있도록 담장에 폭 50cm, 길이 3m, 깊이 30cm 크기의 플라스틱 플랜트 박스 8개를 설치한다. 플랜트 박스에는 급수 장치와 조명 장치가 있어 실내에서 온도조절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간단한 조작으로 채소들이 자라기에 적절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플랜트 박스에서 8종류의 채소를 키우는데 이 정도 규모라면 4인 가족이 먹고도 남을 만큼의 양을 수확할 수 있다. 먹고 남은 채소는 아파트 공동 집하장에서 판매한다.

겨울에는 마당 바깥쪽에 설치해둔 반투명의 슬라이딩 패널 도어를 닫아 냉기를 막는다. 이 패널 도어의 소재는 단열효과와 빛 투과성이 좋은 가벼운 폴리카보네이트이다. 다시 말해 겨울에도 마당을 비닐하우스처럼 쓸 수 있어 간이 경작을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 겨울철에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당. 이것은 일반 주택에서는 누릴 수 없는 혜택이다.

자가발전으로 관리비 낮추기

마당이 있는 복층 아파트 빌딩의 외관. 외벽에 붙어 있는 검게
보이는 부분이 태양전지판이다. 개별 가구는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 쓸 수 있다. THE_SYSTEMLAB 제공
마당이 있는 복층 아파트 빌딩의 외관. 외벽에 붙어 있는 검게 보이는 부분이 태양전지판이다. 개별 가구는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 쓸 수 있다. THE_SYSTEMLAB 제공
아파트 바깥 외벽에는 검은색 태양 전지판을 붙인다. 가구별로 각자가 쓸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 쓸 수 있다는 것은 이 아파트가 가진 또 하나의 큰 장점이다. 태양 에너지를 축적해두었다 밥하고 빨래하고 불을 켜는 생활 에너지로 쓰고 마당에 설치된 간이 농장의 야간 조명과 자동 급수장치에도 쓴다. 이는 공용으로 설치하는 태양 발전장치에 비해 관리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당이 있는 아파트라면 여러 가지 활동이 가능하다. 화초를 가꾸고, 애완동물을 풀어놓고 키우며, 아침에 일어나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친지를 불러 가벼운 파티를 해도 좋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집에서는 모래판을 만들어 모래장난을 실컷 즐기게 할 수 있다. 빨래를 하고 나서 건조기를 사용할 때 옷감이 많이 상할까봐 걱정인 주부들이라면 볕이 좋은 날 마당에서 빨래를 말려도 된다. 캠핑을 다녀온 뒤 텐트와 장비들을 말려 정리하기에도 좋으며, 안심하고 자전거를 세워두기에도 넉넉한 공간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걱정이 많다.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건강한 환경’은 건축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된 지 오래다. 거의 모든 건설업체가 단지 내 녹지 공간을 늘리고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다고 홍보한다.

마당이 있는 이층집 아파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주기 때문에 환경친화적 아파트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도시 안에서 빡빡하게 살면서도 무인도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꿈꾼다. 마당이 있는 자급자족형 아파트라면 도시인들의 도시 탈출 꿈을 실현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김찬중 THE_SYSTEM LAB대표·경희대 건축학과 초빙교수
※본보에 소개된 아파트 설계 아이디어와 이미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 필자 명단

서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②조남호 솔토건축소장 ③황두진 황두진건축소장 ④김광수 이화여대 건축학부 교수 ⑤정현아 DIA건축소장 ⑥김찬중 THE_SYSTEM LAB 소장 ⑦안기현 이민수 Ani_스튜디오 공동소장 ⑧장윤규 국민대 건축대학 교수·운생동 건축 대표 ⑨임재용 OCA건축소장 ⑩양수인 삶것(lifethings)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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