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伊남자의 감성은 네이비 컬러

  • 동아일보

리더의 취향… ‘토즈 코리아’ 주세페 카발로 지사장

주세페 카발로 지사장
주세페 카발로 지사장
《의외로 평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23일 오후 신세계 강남점 남성관 토즈 매장에서 주세페 카발로 지사장(38)을 만났을 때 그는
블랙슈트에 블랙슈즈, 단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하지만 촬영을 마치고 인터뷰를 위해 카페로 자리를 옮기려 할 때 그의 모습에 눈이 번뜩 뜨였다.
그는 슈트 위에 네이비 체크무늬 스카프를 매고, 행커치프 대신 선글라스를 슈트 옆 주머니에 넣고, 빈티지 느낌의 가죽 백 팩을 들었다.
자연스러워 보이면서도 뒤돌아보게 만드는 이탈리안 스타일.
매장을 나서는 그를 붙잡고 사진을 다시 찍자고 말했다.》

카발로 지사장은 국내 명품업계에서도 이탈리안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리더로 꼽힌다. 스트리트 사진작가의 카메라에 잡힐 만큼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상으로 멋 낸 느낌은 아니지만 한 번 보면 기억에 남는 그런 스타일이다.

옷을 잘 입는 사람을 보면 마케터 출신일 것 같지만, 그는 경제학을 전공했고 2010년 토즈 한국 지사장으로 오기 전까지 홍콩 지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했다.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있었나.

“이탈리아인에게 패션은 생활이다. 옷을 좋아하고 잘 입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리고 이탈리아에는 패션회사들이 많아서 패션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게 자연스럽다.”

자신의 스타일을 뭐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특별히 ‘이게 내 스타일’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그냥 좋은 대로 입는다. 이탈리아인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옷을 입을 때 격식을 덜 차리는 편이다. 자연스러우면서 남다른 아이템을 좋아한다. (오늘은 왜 슈트를 입었나?) 그냥 왠지 입고 싶어서 입었다.(웃음)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모든 남자들이 거의 다 블랙 아니면 브라운 슈즈를 신고 있어서 놀랐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패션을 닮아 가려고 하는 게 눈에 띄었다.”

서로를 닮아 가려고 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옷차림에서 개성(personality)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또 신기하게도 누가 신거나 입어서 한 아이템이 뜨면 소비자들이 그 제품만 찾는다. 매번 특정 아이템만 ‘완판’되는 게 안타깝다. 시즌 컬렉션에는 다양한 제품이 많은데…. 남과 같아지기 위해서 패션을 소비하는 게 아쉽다.”

그는 정말 대중과 비슷해지는 것을 질색하는 듯했다. 손목시계를 20개나 모았지만 1년 전부터 안 산다고 했다. 왜냐하면 ‘지금 시계 광풍이 부는 데 동참하기 싫어서’이다. 그가 차고 있는 시계도 수천만 원대에 이르는 컴플리케이션 워치가 아니었다. 시곗바늘이 하나밖에 없는 ‘마이스터징어’라는 브랜드 시계다. 1000분의 1초까지 정확하게 보는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갖춘 시계와는 딴판이다. 시간을 가리키는 숫자 사이의 5분 단위 눈금으로 분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 전에 내일 뭐 입을지 생각하나? 그리고 옷장에 제일 많은 아이템은…

“네버(never)! 생각하고 입지 않고 그냥 입고 싶은 대로 입는다. 그리고 마지막 외출하기 전 거울을 보고 전체적인 조화가 맞는지 본다. 옷장에는 네이비 컬러가 제일 많다. 어디에도 어울리는 컬러다. 제일 많은 아이템은 셔츠. 50벌 정도 있는데 셔츠도 슈트나 캐주얼 어디에도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오늘 아끼는 아이템으로 타이를 챙겨 왔다.

주세페 카발로 토즈코리아 지사장이 아끼는 타이와 가죽팔찌. 왼쪽 네이비 컬러 제품은 아버지가 물려준 40년 이상 된 펜디 타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주세페 카발로 토즈코리아 지사장이 아끼는 타이와 가죽팔찌. 왼쪽 네이비 컬러 제품은 아버지가 물려준 40년 이상 된 펜디 타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타이를 좋아한다. 어느 나라 브랜드이든 좋은 소재를 찾아가면 결국 메이드 인 이탈리아 원단이다. 가장 아끼는 아이템은 아버지가 물려주신 40년 된 타이다. 중요한 날에 행운의 아이템으로 맨다. 아버지는 젊었을 때 멋쟁이셨다.”

한국 남성들이 멋 내는 데 눈을 뜨고 있다. 블랙과 브라운 슈즈만 신는 이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아, 정말 일부 한국 남성은 웬만한 유럽 신사를 제칠 정도로 취향이 고급스럽고 세련돼 깜짝 놀란다. 남성 매출도 계속 늘고 있다. 옷차림은 ‘공부’를 한다고 해서 갑자기 잘 입어지는 게 아니다. 한국 남성들에게 꼭 ‘주말에 골프는 그만 치고, 집 밖에서 여자친구와, 아내와 만나라’고 말하고 싶다. 어차피 회사에서는 조직이 원하는 대로 입어야 한다. 하지만 주말에 외출하려면 내가 고른 옷을 입어야 하고, 남은 뭘 입었나 보게 되고, 새로운 옷에 도전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기 취향을 찾고, 패션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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