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문열이 제15회 동리문학상, 시인 오세영이 제5회 목월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동리·목월문학상은 경북 경주 출신인 소설가 김동리(1913∼1995)와 시인 박목월(1916∼1978)을 기려 경주시와 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만든 상이다. 수상작은 이문열의 장편 ‘리투아니아 여인’, 오세영의 시집 ‘마른하늘에서 치는 박수 소리’. 상금은 각 7000만 원이며 시상식은 12월 7일 오후 6시 경주시 신평동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두 작가의 수상소감을 들었다.》 ■ 동리문학상 이문열“이 나이에 상받으니 민망할 뿐”
장편 ‘리투아니아 여인’으로 제15회 동리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이문열은 “참 오래간만에 받는 작품상이라 기쁘지만 나이도 있는데 상을 받게 돼 민망하기도 하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민음사 제공
소설가 이문열(64)에게 수상 소감을 부탁하자, 그가 먼저 꺼낸 말은 “민망하네요”였다.
“나는 (동리문학상이) 젊은 후배들 격려하는 상인 줄 알았어요. 이 나이에 받는 게 민망하고, 사실 수상 소식을 듣고서 ‘받아야 하나’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이문열은 동리 선생과의 인연을 떠올려 상을 받기로 했다. 그는 “선생으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은 애제자였다”고 털어놓았다. 특별한 사제관계가 없었던 그가 등단하자 동리 선생은 집으로 자주 그를 불렀고, 먼저 찾아오면 반갑게 맞았다. 저녁 술자리를 자주 함께 가졌고, 동리 선생은 직접 쓴 휘호를 보내기도 했다. ‘왜 그렇게 아껴주신 것이냐’고 묻자 이문열은 “한 번도 제대로 설명해주신 적이 없었다”며 웃음지었다.
동리문학상 수상작인 ‘리투아니아 여인’(민음사)은 이문열 문학의 이정표가 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1980, 90년대 숱한 히트작으로 문단을 평정하다시피 한 이문열은 2000년대 들어 정치적 발언들을 쏟아내며 작가보다는 보수 논객 이미지가 굳어졌다. “언론들이 제가 책을 내면 관심이 없다가 정치적 얘기를 한 마디만 하면 앞다퉈 다루었다”고 섭섭함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해 출간한 ‘리투아니아 여인’에 대해 그는 “마음 가볍게 그야말로 근육을 풀고 쓴 소설”이라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강했던 색채를 빼고 편하게 쓴 소설이라는 설명이다. 동리문학상 심사위원회(이어령 임헌영 김주영 김지연 문순태)는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한국 미국 영국 등을 주요 활동 무대로 삼으면서도 여주인공 어머니의 조국이 한국과 비슷한 처지인 리투아니아인 점이 디아스포라(이산) 의식을 더욱 고조시켜준다”며 “원숙기를 맞은 작가가 세계화 시대로 전환하는 이정표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문열은 1999년 ‘변경’으로 호암예술상을 받은 이후 13년 만에 개별 작품에 주는 문학상을 받게 됐다. “오랜만에 받는 작품상이라 반갑기는 한데, 마음에 부담도 생깁니다. 동리 선생과 제 문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듯합니다.” ■ 목월문학상 오세영“목월 선생께 이제야 인정받나”
시집 ‘마른하늘에서 치는 박수 소리’로 제5회 목월문학상을 받은 시인 오세영은 “문단에서도, 학교(서울대)에서도 나는 왕따였다. 집념과 오기로 집필에 힘썼다”고 고백했다. 동아일보DB오세영 시인(70)은 참 부지런히 글을 썼다. 아니 치열했다는 표현이 더 맞다. 1968년 등단한 그는 44년 동안 시선집을 제외하고 창작 시집만 20권을 펴냈다. 서울대 국문과 교수로서 학술서도 20권을 썼다. 시인으로, 학자로 ‘지독하게’ 활동한 셈이다. ‘문단의 원로이자 명문 국립대 교수가 왜 그토록 글쓰기에 절박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사실 문단에서도, 학교에서도 왕따였다”고 털어놓았다.
“문단에서는 ‘서울대 교수면 학자지 무슨 시인이냐’고 하고, 학교에서는 ‘시나 쓰는 나부랭이가 무슨 훌륭한 학자냐’고 합니다. 나는 항상 외로웠습니다. 그런 주위의 말들을 벗어나기 위해서 오기 겸 집념으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이번에 그에게 목월문학상을 안겨준 시집 ‘마른하늘에서 치는 박수 소리’(민음사)는 그의 20번째 시집이다. 목월문학상 심사위원회(김후란 구중서 이하석 정호승 이남호)는 이렇게 평했다. “대범한 우주적 상상력과 건강한 언어는 예사롭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한다. 시인은 큰 무당이 되어 우주와 존재의 내밀한 네트워크를 언어로 드러낸다. 또는 헤르메스가 되어 우주의 신탁을 풀어서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오랜 시작(詩作)과 삶에 대한 관찰이 응축된 시들은 여유와 깨달음을 노래한다. 특히 이번 시집에는 새를 주제로 한 시 20편이 실렸다. 연속되는 날갯짓 같다.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는 것이 새입니다. 결국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무엇을 ‘깨뜨리지’ 않고서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오 시인은 목월 선생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목월은 오 시인에게 언어의 순결성을 강조했으며 시 표현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최소한의 언어로, 최대의 의미를 끄집어내는 ‘언어의 경제성’ 이론이다. “목월 선생은 작품에 대해서 굉장히 냉정한 분이셨습니다. 제가 제자로 드나들던 시절에도 칭찬을 한 번 해준 적이 없으셨어요. 목월문학상을 받으니 이제야 (선생님으로부터) 인정을 받는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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