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협곡 열차 타고 온천-사케의 별천지 속으로

  • 동아일보

구로베협곡철도(총연장 20km)를 운행하는 도롯코 미니열차가 우나즈키 역을 출발한 직후 구로베 강의 신야마비코 다리를 건너 협곡 상류를 향해 오르고 있다. 166m의 이 다리는 협곡구간 22개 다리 중 가장 긴데 다리를 건널 때 나는 열차소리가 근처 온천마을에 메아리(야마비코)친다 해서 이렇게 불린다. 구로베협곡철도 제공
구로베협곡철도(총연장 20km)를 운행하는 도롯코 미니열차가 우나즈키 역을 출발한 직후 구로베 강의 신야마비코 다리를 건너 협곡 상류를 향해 오르고 있다. 166m의 이 다리는 협곡구간 22개 다리 중 가장 긴데 다리를 건널 때 나는 열차소리가 근처 온천마을에 메아리(야마비코)친다 해서 이렇게 불린다. 구로베협곡철도 제공

최근 니가타 현이 이시카와, 도야마 두 현과 저팬알프스를 경유해 일본 100대 명산인 묘코 산을 전망곤돌라로 오르는 새 여행길을 열었다. 3박 4일간 겐로쿠엔과 구로베 협곡, 알펜루트와 더불어 묘코 산을 섭렵하고 거기에 온천과 사케(일본 술) 시음, 다도와 게이샤(기생)의 춤까지 보는 새로운 여행코스 ‘니가타 플러스’로 안내한다.

● 일본 니가타 현 새 여행길 답사

오전 10시 50분. 대한항공기가 인천공항을 이륙한 지 80분 만에 고마쓰공항(이사카와 현)에 내렸다. 버스는 겐로쿠엔(兼六園)을 찾아 가나자와로 향했다. 이곳은 봉건시대 가가 번(藩) 영주가 은퇴 후 유유자적하던 별장지로 일본 3대 정원에 든다. 10km 밖 강에서 끌어들인 물은 연못을 이루고 물가는 다리와 등롱, 찻집, 흑송으로 장식됐다. 숲에는 폭포와 분수도 있다. 축소지향의 일본인 성정을 고스란히 담은 정원이다.

옆은 가나자와 성인데 가가 번은 옻칠과 금박, 염색 기술이 발달했던 곳. 그걸 두루 즐기는 데는 겐로쿠엔 안의 식당 기칸테이(寄觀亭)의 가이세키(정식코스)가 제격이다. 향토음식은 ‘마키에’ 칠기에 담겼고 오차엔 금박도 동동 떠 있다. 디저트인 당고(경단)도 이름나 식당은 겐로쿠엔의 참새 방앗간이다.

오후 3시 반. 북쪽 도야마 현을 향해 출발했다. 구로베 협곡 여행의 관문이자 숙박지 우나즈키 온천마을을 찾아서다. 협곡은 이튿날 알펜루트에서도 만난다. 걸어 지나는 구로베 댐이 거기다. 협곡 여행은 76.2cm 협궤철도의 ‘도롯코’라는 미니열차를 이용한다. 이 철도는 구로베 댐 건설(1956∼63년) 당시 자재와 인력을 실어 나르던 것. 그런데 주목할 점이 있다. 댐 완공 후 관광시설로 활용방안이 이미 계획단계에 마련됐다는 것이다. 그건 알펜루트(1971년 개통)도 마찬가지. 구로베 협곡 철도와 알펜루트라는 세계적인 산악관광시설은 그렇게 태어났다.

오후 3시 40분. 미니열차가 해발 224m 우나즈키 역을 출발했다. 해발 433m의 가네쓰리까지 1시간 20분의 기차여행이다. 오른편의 구로베 강 협곡 비경은 여행 내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당시 단풍은 해발 1600m가 절정. 그런데도 낮은 협곡과 산중도 가을색은 완연했다. 가네쓰리에 내려 협곡의 물가로 내려갔다. 강돌로 막은 웅덩이에선 온천이 솟는다. 노천온천 욕장(무료)이다. 부근엔 녹지 않은 눈 더미도 보인다. 협곡열차는 12월 1일부터 긴 겨울잠에 들어간다. 다시 여는 건 내년 4월 20일. 눈 때문이다.

기타알프스의 눈체험엔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가 제격이다. 하지만 그건 최고 20m 높이로 눈이 쌓인 무로도 고원에 설벽의 버스길을 뚫는 4월 중하순부터 6월까지뿐. 이후 11월 말까지는 들꽃 트레킹의 명소로 변한다. 그중 지금은 단풍철(9월 초∼10월 말)이다.

우나즈키의 온천료칸에서 온천욕과 가이세키 요리로 여행의 피로를 푼 이튿날. 오전 7시 출발한 버스는 1시간 20분 만에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의 다테야마 역(도야마 시)에 도착했다. 이제 5가지 교통수단―케이블카 고원버스 무궤도전기차 로프웨이 노선버스―을 이용해 기타알프스의 해발 3000m급 다테야마 연봉을 관통(터널), 저팬알프스의 중심인 나가노 현까지 장장 6시간 40분의 알펜루트 여행이 시작될 참이다.

알펜루트의 고도는 변화무쌍하다. 다테야마 역은 해발 475m이고 최정점 무로도는 2450m다. 여기서 다테야마 연봉을 관통한 터널로 건너간 산악 남사면의 다이칸보 역은 2316m이고 종착점 시나노오마치(나가노 현) 기차역은 713m다. 남사면은 급경사 험지지만 북사면은 완만한 등성이다. 그래서 도야마 현의 산악도로는 고원버스로 달린다. 반면 나가노 쪽에선 로프웨이와 케이블카, 무궤도전기차(터널용)가 운행된다. 총연장 90.1km는 이동에만 2시간 30분(도보 15분 포함)이 걸린다. 중간 역에서 산책과 탑승 대기까지 포함하면 6, 7시간의 꼬박 하루 여행코스다.

오후 3시 무궤도전기차가 터널 밖 오기자와 역에 도착했다. 다음 행선지는 오늘 숙박할 묘코 산(2454m) 아래 아카쿠라 온천의 아카쿠라간코호텔(니가타 현). 사실 이날 알펜루트는 온종일 비구름에 뒤덮였다. 이 때문에 단풍에 발갛게 물든 미다가하라(해발 1930m)의 비경은 볼 수 없었다. 묘코까지 2시간의 버스여행이 아쉬움으로 가득 찬 건 당연했다.

그러나 세상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이튿날 묘코 고원의 하늘은 활짝 개었다. 단풍에 물든 묘코의 산색과 자태도 파란 하늘 아래 천연했다. 산봉우리도 구름 모자를 벗고 신령한 모습을 드러냈다. 스키리프트로 오른 중턱의 산정역(1236m). 겨울이면 스키를 신고 디뎠던 설산인데 지금은 단풍에 물들어 딴 모습이다. 산정카페의 테라스에선 전망이 기막히다. 기타알프스의 산악과 호수를 배경으로 펼쳐진 묘코 고원의 마을은 평화로운 모습이다.

오늘은 여행 사흗날. 내일은 공항에 갈 일밖에 없으니 마지막 날인 셈이다. 니가타 시로 가는 도중엔 차(茶)체험(가시와자키 시)과 사케(일본 술) 시음(오지야 시), 게이샤의 춤(니가타 시) 관람이 기다린다. 기무라 다도미술관은 쇼운(松雲)산장이란 고적한 정원에 있다. 명품 골동 도자기 전시장도 겸하는데 전통 행다(行茶)로 그 그릇에 말차(末茶)를 타주는 곳이다.

목을 드러낸 기모노 차림에 머리와 얼굴을 한껏 치장한 게이샤가 사미센 연주와 노래에 맞춰 다다미 방에서 춤을 추고 있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목을 드러낸 기모노 차림에 머리와 얼굴을 한껏 치장한 게이샤가 사미센 연주와 노래에 맞춰 다다미 방에서 춤을 추고 있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오지야 시에선 니가타 현의 전통 헤기소바(‘헤기’라는 나무그릇에 한 입 분량으로 담아내는 해조류 첨가 반죽 메밀국수)를 먹고 다카노이(高の井) 양조장에 들렀다. 150여 년 역사를 간직한 이곳은 ‘설중저장’ 사케의 원조. 겨우내 빚은 술 중에 고급(다이긴조, 긴조 등급) 일부를 스테인리스 탱크에 넣고 그 위에 200t의 눈을 쌓아 만든 5m 높이 눈 더미 속에서 100일간(2월 말∼5월 중) 숙성시킨다. 이렇게 하면 술이 부드러워지는데 ‘습도 100%, 섭씨 0도’라는 숙성환경(눈 속)이 열쇠라고 야마자키 료타로 사장은 말한다. 이 술은 5월에 꺼내고 그날엔 양조장 정원에서 200명 한정으로 마음껏 먹고 마시는 축제 ‘셋주사이’(雪中祭·참가비 4000엔)를 벌인다.

니가타는 쌀의 고장이다. 가장 맛있는 쌀 고시히카리 산지 중 최고이며 쌀로 빚는 사케의 양조장 수(93개)도 전국 최다다. 그뿐이 아니다. 사케 소비량은 물론 최고급 사케 생산도 최대다. 고시나칸바이, 핫카이산, 구보타 등 유명 사케가 모두 여기서 난다. 그러다 보니 예부터 부농이 많았는데 아직도 건재한 게이샤(일본기생) 문화는 거기서 왔다. 그날은 니가타 시내의 엔키칸(보존 가옥)에서 그들의 춤을 보았다. 사미센 연주와 노래에 맞춰 기모노 차림에 하얀색 메이크업의 게이샤가 춤을 추었고 관객과 기념촬영도 해주었다. 관람비는 1000엔.

니가타 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다케다 히로후미 온천소믈리에 “입욕 20분전 물 많이 마셔야”


몇 년 전 일본에 ‘온천 소믈리에’가 생겼다. 발상지는 묘코고원(니가타 현)의 아카쿠라(赤倉)온천. 여행 중에 숙소인 아카쿠라간코 호텔에서 온천소믈리에 다케다 히로후미 씨(45·사진)를 만났다.

온천소믈리에가 하는 일은….

“건강하고 안전하게 온천을 즐기도록 돕는다. 온천은 성분별로 아홉 가지나 되고 효과도 제각각이다. 지식을 갖춰 이용할 때 원하는 효과를 얻는다.”

미인이 되는 온천이란 걸 본 적 있는데….

“피부가 매끈거리는 등 미백성분이 함유된 온천을 말한다. 각질 등 노폐물 제거와 보습효과가 뛰어난데 수질은 알칼리성(PH7.5 이상)이다. 그런데 여기선 온천욕 후 로션 등 보습제를 반드시 발라야 한다. 피부가 퍼석해지는 단점 때문이다.”

안전한 온천욕이라는 뭔가.

“일본에선 연간 1만5000명이 온천으로 숨진다. 뇌출혈 심장발작 등 순환기계통 이상이 원인인데 섭씨 42도 수온에서 오는 사고다. 그걸 막자면 입욕 전 수분 섭취가 가장 중요하다. 20분 전까지 물을 많이 마시기를 권한다. 입욕 땐 심장에서 먼 데부터 온천수를 끼얹고 반신욕을 한다. 목까지 담그면 신체엔 500kg의 수압이 가해진다. 탕에 오래 있기보다는 자주 들락거리자. 효과는 같다. 탕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무리한 것이다. 체온상승은 뇌에서 알파파가 생성되는 1도―가볍게 땀이 맺히는 정도―가 적당하다. 가장 위험한 건 음주 후 입욕이다.”

아카쿠라 온천은 어떤 곳인가.

“묘코산의 해발 1500m 산중에서 용출되는 온천수를 도관(4.5km)으로 끌어와 이용한다. 마을은 53도의 원천수가 이송 중 자연냉각돼 입욕온도(42도)가 되는 해발 700m 지점에 자리 잡았다. 역사는 200년쯤 됐는데 아카쿠라, 아카칸 이 두 스키장의 베이스다. 아카칸 스키장 중턱의 이 호텔(아카쿠라간코)도 같은 온천수를 쓴다. 수질은 미백효과가 뛰어난 탄산수소염천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