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신용극 유로통상 회장 “몽블랑 한국의 후원자에게도 존경심 갖게 해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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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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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째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시상식 여는 신용극 유로통상 회장

신용극 유로통상 회장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유로프라자 내 이성자기념관에서 자신의 어머니인 이성자 화백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그가 ‘몽블랑’의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국내에 유치하려고 노력한 데에는 어머니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된 예술 사랑이 크게 작용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신용극 유로통상 회장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유로프라자 내 이성자기념관에서 자신의 어머니인 이성자 화백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그가 ‘몽블랑’의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국내에 유치하려고 노력한 데에는 어머니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된 예술 사랑이 크게 작용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0년 전. 만년필로 유명한 독일의 럭셔리 브랜드 ‘몽블랑’ 본사. ‘몽블랑’을 국내에 수입·판매하는 신용극 유로통상 회장(67)이 본사 관계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1992년 시작한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한국에도 도입할 수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각국의 문화예술 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눈에 띄는 후원 활동을 펼친 이들에게 주는 이 상은 영국 스페인 러시아 프랑스 일본 등 문화예술 선진국으로 꼽히는 10여 개국에서만 진행되고 있었다.

군사정권 때 ‘文人 마케팅’

신 회장은 한국이 세계 문화예술에 미치는 영향력을 꾸준히 설득한 결과 한국을 후원자상을 진행하는 12개국 중 하나로 포함시킬 수 있었다. 이 상은 한국에서 2004년 첫 수상자를 배출하고 벌써 8년째 시상식을 열고 있다. 고(故) 박성용 금호그룹 회장·금호문화재단 이사장(2004년)을 필두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대산문화재단 이사장(2010년),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2011년) 등이 수상했고 올해는 정희자 아트선재센터 관장이 선정돼 지난달 26일 시상식을 열었다. 처음으로 여성 수상자를 배출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는 신 회장을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유로프라자에서 만났다.

“제가 이런저런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올해 몽블랑 본사가 공로상을 다 주더라고요. 1975년 몽블랑 면세사업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인연이 깊거든요. 가족 기업이 대기업인 리치몬트그룹에 매각되고 직원들도 자연히 조금씩 물갈이가 됐는데 직접 제품을 만드는 장인을 제외하고는 제가 가장 오래 몽블랑과 인연을 맺고 있는 셈이더라고요.”

현재는 시계·보석 부문 매출이 더 크지만 몽블랑은 여전히 많은 이에게 최고의 만년필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사업 초기인 1980년대에 국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신 회장은 박완서 조병화 최인호 선생 등 문인들과 접촉하면서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은밀한 메시지’를 전파했다. “암울한 군사정권 시대에 펜이 가진 힘을 강조한 것이죠. 당시 이런저런 마케팅이 성공하면서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신 회장은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은 유일하게 수상자가 시상자보다 명성이 높은 상”이라며 웃었다. 역대 수상자는 영국의 찰스 왕세자(2011년), 스페인의 소피아 왕비(2011년), 미국의 록펠러 재단(1992년) 등. “문화예술인을 직접 시상하는 경우는 많아도 후원자를 조명하는 상은 거의 없지 않나요. 실제로 예술인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도자급 인사들을 격려함으로써 문화예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입니다.”

명품 산업의 미래

각국의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수상자에게 부상으로 수여한 만년필. 올해는 오스트리아의 황제 ‘요제프 2세’를 테마로 제작됐다. 유로통상 제공
각국의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수상자에게 부상으로 수여한 만년필. 올해는 오스트리아의 황제 ‘요제프 2세’를 테마로 제작됐다. 유로통상 제공
신 회장은 한국 명품 업계 1세대다. ‘랑방’ ‘피아제’ ‘미소니’ ‘버버리’ ‘라프레리’ 등 유명 패션, 화장품 브랜드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국내에 안정적으로 진출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면세점인 남문면세점 무역부장으로 일하면서 프랑스를 드나들다가 본사들로부터 직접 한국 에이전트를 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은 게 직접 수입 사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출장을 가서도 재프랑스 화가이던 어머니 댁에서 밥을 먹고 다닌 터라 선진국에서도 기가 죽지 않아 당당해 보였기 때문일까요.”

그의 어머니는 2009년 작고한 이성자 화백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추상화를 그린 여성 화가로 유명하다. 외과의사와 결혼해 아들 셋을 낳은 그는 남편의 외도로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1951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 화가로서 새 인생을 살았다. 신 회장은 셋 중 막내로 큰형인 신용석 씨(71)는 현재 2014 인천아시아경기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둘째 형 신용학 씨(69)는 파리7대학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프랑스어(한국외국어대 프랑스어과)를 전공했고 프랑스에 가고 싶었어요. 수입 사업을 한 덕에 돌아가실 때까지 프랑스에서 사셨던 어머니를 자주 뵐 수 있었죠.”

의사였지만 프랑스사 영국사 등을 직접 번역할 정도로 인문학적 소양이 뛰어났던 아버지 덕에 서양사에 능통했던 것도 명품 사업에 도움이 됐다고 신 회장은 회고했다. 명품 브랜드 관계자들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명품 브랜드들을 운영할 만큼의 소양이 있는지를 은연중 평가했다.

신 회장은 2009년 이성자기념사업회를 만들었고 유로프라자 내에 전시 공간도 마련했다. 인터뷰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방문한 사진기자가 “이 화백을 직접 뵌 적이 있다”고 말하자 “어머니를 생전에 만나셨던 분을 뵈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성장세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명품 산업에 대해서 신 회장은 낙관론을 펼치기도 했다.

“명품 산업의 성장도 인류 문명사의 진화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서양에서 시작된 명품이 일본을 거쳐 현재는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고 앞으로는 중동으로 옮겨 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렇게 외연을 넓혀 나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모멘텀을 맞게 될 것입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몽블랑#신용극 사장#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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