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같은 O형 남자’ 배우 이희준 “연기는 요리 같은 것, 멋보단 맛있게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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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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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은 “치열하게 연기했는데 상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이 나오는 게 즐겁다”며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게 가장 값진 ‘봉사활동’ 아니냐”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희준은 “치열하게 연기했는데 상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이 나오는 게 즐겁다”며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게 가장 값진 ‘봉사활동’ 아니냐”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샤프’한 얼굴에 담긴 우수 어린 눈동자, 몸에 착 감기며 보디라인을 드러내는 고급 슈트. 드라마에서 익숙한 ‘실장님’의 모습이다.

9일 종영한 KBS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쿨당)에서 재벌 2세 순정남 천재용 역을 맡았던 배우 이희준(33)은 그 반대였다. 다른 꽃미남 스타들처럼 얼굴이 작지도 않았다. 넥타이도 가슴팍 셔츠 단추들 사이로 대충 구겨 넣었다. 근엄한 말투를 구사하기보단 아이처럼 사람들에게 투정 부렸다. 시청자들은 그 매력에 푹 빠졌다.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표정이나 말투에서 ‘천재용의 애교’가 녹아나올 것을 기대했으나 그는 진중한 태도로 두 손을 모았다.

“전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예요. 진지할 때가 더 많죠. 여자들에게 친절한 것도 ‘습득된’ 거예요. 장난스럽게 웃는 것, 애교 부리는 것도 천재용 역할을 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넝쿨당’으로 뒤늦게 얼굴이 알려졌지만 20세 때부터 연극 극단에서 활동하다 영화 엑스트라를 거쳐 2010년부터 단막극에서 연기를 해왔다. 2011년에는 KBS 특집단막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무 살 때부터 대구에서 아동극단 활동을 했어요. 연기를 공부하고 싶어 서울에 올라와 포르노 영화관이나 청담동 웨딩홀 아르바이트, 막노동으로 생활비를 벌었죠.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 워크숍에 가서 무작정 끼워달라고도 했습니다. 결국 스물넷에 한예종 입학에 성공했죠.”

그에겐 ‘전문 캐릭터’가 없다.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서다. ‘넝쿨당’에선 방이숙(조윤희)만 바라보는 순정남이지만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선 왈자패, 영화 ‘부당거래’에선 형사로 나온다.

“저, 섬세한 남자예요. 누구나 내면에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잖아요. 연기할 땐 그걸 꺼내는 거예요. 제가 ‘다중이(다중인격자)’인 것 같나요(웃음)? O형이지만 예민한 A형이란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관찰하는 것도 좋아해 답답하면 늘 산에 가서 그림을 그려요. 미대 출신 어머니 덕에 미술관 가는 것도 좋아하고….”

그는 장르에 관계없이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연극과 영화, 드라마, 모두 다 하고 싶어요.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처럼 한국의 ‘아이언맨’도 되고 싶고, 내년엔 뮤지컬도 하고 싶고…. 무엇을 창작한다는 게 신나요. 분야가 바뀐다는 건 단지 연기를 담는 ‘그릇’만 바뀔 뿐이에요. 또 연기는 요리 같으니까 ‘멋’보단 ‘맛’있게 해야죠.”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희준#넝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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