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에 ‘행복한 시 읽기’ 연재 중인 황인숙 시인 “아침에 시 한편 읽는 삶, 행복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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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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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에 ‘행복한 시 읽기’를 연재하는 황인숙 시인은 독자들에게 “내가 고른 시들을 읽으면서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하루를 시작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본보에 ‘행복한 시 읽기’를 연재하는 황인숙 시인은 독자들에게 “내가 고른 시들을 읽으면서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하루를 시작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해설보다는 시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시라는 것을 너무 멀게 느끼지 말고, 자기와 상관없는 것이라 제쳐두지 말고, ‘오늘 아침에 시 한편 읽었네’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좋지 않을까 싶어요.”

12일부터 동아일보 오피니언면에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를 연재하고 있는 황인숙 시인(54). 17일 만난 그는 일주일에 세 번(월 수 목요일) 싣는 원고 준비를 위해 “부지런히 시집을 들춰보고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시를 고르는 게 뜻밖에 어려워요. 아침 신문에 실리는 거니까 되도록 밝은 시를 고르려고 해요. 난해한 시들은 그나마 괜찮은데 난감한 시도 많죠. 또 너무 긴 시는 고르기가 힘들죠. 중략을 해서 소개할까도 하는데 아무래도 시 전체를 보여주는 것만 못하니까 짧은 시 위주로 소개하려고요.”

황 시인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나와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로 등단했다. 김수영문학상 동서문학상을 받은 중견 시인이자 맛깔 나는 필력을 뽐내는 소설과 수필도 여러 편 선보인 전방위 작가이다.

‘행복한 시 읽기’란 제목은 그가 지었다. “문학평론가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에서 제목을 착안했어요. 사실 마음에 와 닿는 시를 찾아 행복해지는 것은 드문 일이죠. 하지만 시를 읽는 상황 자체가 행복한 것이 아닐까요.”

황 시인은 17일자로 소개한 김남조 시인의 시 ‘연인들’에 얽힌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그는 30년 넘게 문단 선배인 김 시인의 작품을 여태껏 찾아 읽지 않았다고 한다. ‘원로급 여류시인들에게 대한 편견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나온 책 ‘명동아가씨’를 보다가 김 시인이 궁금해졌고, 시집을 찾아보게 됐다는 것. ‘명동아가씨’는 1950, 60년대 서울 명동의 시대상을 그린 책이다.

“진짜 정말 괜찮은 선배이자 여성 시인인데 내가 그냥 제쳐두고 접근도 안했구나 싶었죠. 아무래도 연세가 있는 여성 시인들은 (창작에) 자유롭지 않은 부분이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김남조 선생님은 아니에요. 시심(詩心)이 제대로 된 시였습니다.”

황 시인은 한편의 시를 읽는 것을 교회의 종소리를 듣는 것에 비유했다. “개신교 신자는 아니지만 교회 종소리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흘깃 들리는 청아한 소리. 시를 읽는 것도 마찬가지였으면 좋겠어요. 또 ‘뭐 이런 시가 다 있나’ 싶어도 그 짧은 시간 본인도 모르게 인문학적 비판의 경험을 하게 되잖아요. 계산, 돈, 자식, 세상 걱정 잠시 잊고 시 한편 읽으면 어떨까요.”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행복한 시 읽기#황인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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