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관객 호응 커 황금사자상 수상 내심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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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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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삶, 용서와 구원의 메시지가 통했다"
■ 김기덕 감독 일문일답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현대사회에서 금전이 일으키는 인간성 파괴의 문제를 모성을 매개로 고발한다. 뉴 제공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현대사회에서 금전이 일으키는 인간성 파괴의 문제를 모성을 매개로 고발한다. 뉴 제공
“이탈리아 팬들이 ‘황금사자상의 진정한 주인공은 피에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솔직히 기대를 좀 했다.”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거머쥔 김기덕 감독은 상 욕심이 있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 영화제에 휴대전화를 가져가지 않은 김 감독은 9일 오전(한국 시간) 영화 홍보사를 통한 서면 인터뷰에서 수상 요인에 대해 “범세계적인 주제인 ‘자본주의’와 이로 인해 발생한 어긋난 도덕성에 관객과 심사위원들이 공감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피에타’는 영화제 기간에 현지에서 러시아, 노르웨이, 터키, 홍콩 등 20여 개국에 판매되는 성과를 올렸다. 6일 국내 개봉한 이 영화는 8일까지 사흘 동안 3만8000여 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번 수상으로 흥행에도 날개를 달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일문문답.

―현지 반응을 보며 황금사자상을 예상하진 않았나.

“황금사자상이 얼마나 중요한 상인지 알기에 내심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라고 생각은 했다. 처음으로 영화가 공식 상영된 뒤엔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영화에 대한 관객과 평단의 관심과 애정이 상당했다.”

―‘피에타’가 상을 타게 된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심사위원들의 평대로 폭력성과 잔인함으로 시작하지만, 영화 마지막에 다다르면서 인간 내면의 용서와 구원으로 마음을 정화하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폐막식 전날까지 로이터 통신 등 세계 유력 언론도 이번 베니스 영화제 영광의 주역은 한국의 ‘피에타’나 미국의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더 마스터’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앤더슨 감독은 미국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 등 인간 내면을 주제로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했던 감독이었기에 그와의 경쟁은 아주 영광스러웠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 출품된 폭력과 종교에 관한 쟁쟁한 감독들의 작품이 많이 쏟아졌는데 그중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타게 되어 다시 한 번 모두에게 감사한다.”

―이번 베니스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알베르토 바르베라는 12년 전 김 감독의 ‘섬’을 처음으로 세계에 소개했다. 그가 황금사자상 수상 전이나 수상 후 특별히 전한 말이 있는가.

“사실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에 입성하게 된 것은 가장 크게는 나를 발굴해준 바르베라 집행위원장과 마이클 만 심사위원장 덕택이다. 수상 전에는 ‘먼저 떠나지 말고 꼭 폐막식에 참석하면 좋겠다’고 개인적인 의사를 표시했고, 수상 후에는 정말 축하한다고 전해 주었다.”

―시상식 무대에서 ‘아리랑’을 부른 이유는….

“영화 ‘아리랑’은 지난 4년간 나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자 씻김굿 같은 것이다. 세계인들에게 영화 ‘피에타’의 메시지와 더불어 일종의 가장 한국적인 것을 수상 소감 대신 전하고 싶었다.”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피에타’를 통해 돈이면 다 된다는 무지한 우리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더 늦기 전에 인생의 진실한 가치를 깨닫기를 기원한다.”

● 영화 ‘피에타’는…

‘피에타’는 자본주의 폐해의 극단을 보여주는 사채업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렸다. 무자비한 채권추심으로 채무자들에게 악명 높은 강도(이정진)에게 어느 날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여자(조민수)가 찾아온다. 강도는 여자를 엄마로 받아들이고 함께 살지만 복수를 노리는 채무자들이 엄마를 살해하려고 찾아온다. 김 감독의 전작 ‘섬’ ‘나쁜 남자’ 등에서와 같이 잔인한 장면과 욕설이 많이 등장하지만 미스터리 기법을 활용해 이전 영화보다 대중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김기덕#피에타#베니스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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