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국악, 싸이처럼 세계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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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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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초 해외 유명 공연기획자들 초청… 국악 뮤직마켓 ‘에이팜’ 울산서 열려


10년 전, 국악 그룹 ‘들소리’는 주류 국악 사회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 아웃사이더였다. 국내에서의 한계를 절감하고 2003년 싱가포르 아츠마켓에 참여하면서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05년 세계 월드뮤직 페스티벌 워마드(WOMAD)에 초청됐다. 처음에는 회당 1000달러를 받고 공연했지만 지금은 회당 1만5000∼2만 달러를 받는다. 지금까지 53개국에서 공연하면서 해외에서 더 유명해졌다.

그동안 문화외교 측면의 일회성 해외 공연에 머물러온 국악 공연이 전략적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2008년부터 ‘전통예술 해외 아트마켓 및 해외진출 지원 사업’에 나서면서 해마다 15∼20개 단체가 해외 무대에 서고 있다. 10월 초에는 국악 중심의 뮤직마켓인 ‘에이팜(APaMM·아시아퍼시픽뮤직미팅)’이 울산에서 문을 연다. 해외 유명 페스티벌과 공연 기획자, 마케터들을 초청해 우리 국악을 알리는 최초의 견본시다.

에이팜에 초대된 해외 참가자들은 우리 국악팀을 해외 무대에 소개해온 주역들이다. 유럽월드뮤직축제포럼 디렉터인 파트리크 드 그루트(벨기에), 국제 공연 에이전시 ‘어스 비트’ 공동 설립자 제롬 윌리엄스(네덜란드), 일본 ‘스키야키 미츠 더 월드 페스티벌’ 프로듀서인 니콜라스 리발레(프랑스)에게 국악의 세계화를 위한 조언을 e메일로 들었다.

○ “전통 그릇에 현대 담아내길”

10월 울산에서 열리는 국내 최초의 국악 중심 뮤직마켓 ‘에이팜’에서 공연을 펼치는 국악 단체들. 위부터 재비, 주리스 쿤스, 반, 이도. 에이팜 제공
10월 울산에서 열리는 국내 최초의 국악 중심 뮤직마켓 ‘에이팜’에서 공연을 펼치는 국악 단체들. 위부터 재비, 주리스 쿤스, 반, 이도. 에이팜 제공
그루트 씨는 2006년 벨기에 월드뮤직 축제인 ‘스핑크스 페스티벌’에 들소리를 초청했다. 4만 명이 넘는 유료 관객이 모여드는 서유럽의 유명 페스티벌이다. 그는 “들소리는 뛰어난 역량을 갖췄다. 또 음악에 대한 진심이 있어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악에는 ‘무슨 음악이지?’라고 관객이 돌아보게 만드는 독특한 무언가가 있지만 어느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만한 장르는 아니다. 보편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면을 살리되 국악만의 색깔을 생생하게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전통 굿과 판소리, 국악과 케이팝의 결합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한다. 윌리엄스 씨도 “전통을 계승하되 지금 현재의 것을 그 안에 담아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들소리는 2009년 덴마크의 월드뮤직 박람회인 워멕스(WOMEX) 공연을 마친 뒤 “왜 국악 공연에 서양 악기인 키보드를 쓰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들소리의 차현진 공연단장은 “화음 부족이 국악의 약점이라고 생각해 키보드를 썼는데 해외 전문가들은 도리어 ‘한국 악기만으로 너희의 색깔을 만들라’고 주문하더라. 부끄러웠다. 바로 키보드를 빼고 기존의 가야금 대금 타악 장구에 피리와 아쟁을 보강했다”고 말했다.

○ “모국 관객 먼저 만족해야”

리발레 씨는 해외 진출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국내 환경부터 정비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의 관객을 먼저 만족시키는 게 우선이며 연주자와 스태프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들소리는 지난달 18일부터 비언어공연 ‘점프’의 상설공연장이었던 서울 종로구 시네코아 2관에서 국악 공연으론 드물게 무기한 공연에 들어갔다.

10월 4∼7일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리는 에이팜에는 ‘정가악회’, 철현금 연주자 유경화가 이끄는 앙상블 ‘이도’, 해금과 기타, 장구, 퍼커션, 가야금으로 구성된 ‘주리스 쿤스’, 국악밴드 ‘고래야’, 기타, 피리, 타악 트리오 ‘반’, 퓨전국악을 들려주는 어쿠스틱 앙상블 ‘재비’ 등의 쇼케이스가 펼쳐진다. 070-8232-7464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문화#국악#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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