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동물이 있는 패션, 친근하고 활기찬 표정에 반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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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액세서리 파고드는 동물 캐릭터

디자이너 제러미 스콧이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함께 만든 컬렉션. 인형이 잔뜩 달린 이 바지를 2NE1의 산다라 박이 입어 화제가 됐다. 제러미 스콧 트위터 캡처
디자이너 제러미 스콧이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함께 만든 컬렉션. 인형이 잔뜩 달린 이 바지를 2NE1의 산다라 박이 입어 화제가 됐다. 제러미 스콧 트위터 캡처
“엄마가 사준 루돌프 스웨터나 입고 다니는 저 남자요?”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남녀 주인공의 첫 만남. 여주인공 브리짓의 뇌리에 박힌 남자 주인공 마크의 첫 인상은 커다란 딸기코 사슴 스웨터였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기본 규칙에 따르면 남자 주인공의 첫인상은 절대로 좋으면 안 된다. 툭탁거리다 서로의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도 루돌프 스웨터는 마크의 첫인상을 망치기 위해 등장한 소품이었다. 영화 속 표현에 따르면 유치찬란한 취향과 마마보이 성향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다시 찍는다면 마크의 루돌프 스웨터는 귀여움의 상징이 되지 않을까. 애들이나 입는 줄 알았던 동물 캐릭터가 어느새 패션의 중심을 차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표범, 얼룩말 같은 무늬프린트를 넘어선 동물 캐릭터가 옷과 액세서리의 중심을 파고든 것이다.

옷의 주인공이 된 동물 캐릭터
올해 가을겨울 ‘버버리 프로섬’의 컬렉션에는 부엉이, 여우, 개, 오리 등 동물 장식이 은근히 숨어 있다. 컬렉션의 콘셉트가 영국의 ‘도심과 전원(Town and Field)’으로 영국의 숲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동물의 모티브를 도심의 모던한 감각으로 표현한 것이다.

동물을 고급스럽게 표현한 제품들. ‘폴앤조’의 호랑이 그림 니트, 손가락에 고양이가 사뿐히 앉은 듯한 장식의 ‘리사코 주얼리’ 링, 이탈리아 베네치아 장인이 조각한 부엉이 장식이 달린 ‘버버리 프로섬’의 오차드 백(위부터).
동물을 고급스럽게 표현한 제품들. ‘폴앤조’의 호랑이 그림 니트, 손가락에 고양이가 사뿐히 앉은 듯한 장식의 ‘리사코 주얼리’ 링, 이탈리아 베네치아 장인이 조각한 부엉이 장식이 달린 ‘버버리 프로섬’의 오차드 백(위부터).
영국적인 상징물로 등장한 동물들을 옷과 액세서리 곳곳에서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귀여운 부엉이. 딱딱할 수 있는 룩에 친근감을 불어넣는 부엉이 티셔츠는 윤은혜가 입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엉이 티셔츠가 귀엽다면 가방에 장식된 동물 머리 모양 금속 장식은 고풍스러워 보인다. 버버리가 올 시즌 내세우고 있는 ‘오차드 백’에는 부엉이 머리 모양 금장식이 달려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장인이 손으로 조각했다는 게 버버리 측의 설명이다. 영국의 신사들이 좋아할 법한 우산 손잡이에는 오리, 클러치백 잠금장치에는 귀여운 강아지 장식이 돼 있다.

패션계의 호랑이 사랑은 여전하다. 호피 무늬는 기본이고, 호랑이가 옷의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게 된 것이다. ‘폴앤조’는 니트에 숲 속에 웅크리고 숨어있는 호랑이의 모습을 강렬하게 담았다. 크고 작은 무늬들과 톤 다운된 색깔이 조화를 이뤄 빈티지 느낌을 풍긴다. ‘겐조’는 동양화에 나올 법한 일러스트와 자수 디테일로 호랑이를 표현했다. 올해 ‘잇 컬러’인 그린 긴팔 티셔츠에 색깔 자수로 수놓은 매서운 호랑이의 자태가 동양적이면서 세련돼 보인다. 국내 캐주얼 브랜드 ‘SJSJ’도 호랑이 프린트가 들어간 니트를 선보였다. 여성스러운 브랜드답게 SJSJ의 호랑이는 양같이 순해 보인다. ‘산드로’의 맨투맨 티셔츠와 터프한 재킷에서도 호랑이 얼굴을 찾아볼 수 있다.

때로는 앙증맞게 때로는 무시무시하게 묘사되는 곰도 올해 주목할 만한 패션 아이템. 최근 다소 충격적(?)으로 곰돌이를 전면에 내세운 디자이너는 언제나 파격적인 제러미 스콧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산다라 박 인형바지’라고 치면 그의 실험적인 패션에 잠시 말을 잃게 된다. 100개는 족히 넘을 듯한 다채로운 색깔의 곰돌이 인형이 바지에 빽빽하게 붙어 있기 때문이다. 곰돌이 바지는 도저히 일반인이 입기 어렵지만 곰돌이 운동화는 엄마와 딸이 세트로 도전해 볼 만하다. 제러미 스콧과 아디다스 오리지널스가 컬래버레이션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바이 제러미 스콧’의 운동화 발목 부분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테디베어 인형이 사뿐히 앉아있다. 반면 ‘르윗’의 티셔츠에 들어간 곰은 사진처럼 현실적이다. ‘시스템 옴므’ 티셔츠 속 곰은 남성미를 자랑하듯 송곳니를 드러내고 포효하고 있다.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데는 고양이 장식만 한 게 없다. 핸드백 ‘러브캣’은 잠금장치에 고양이를 달았다. ‘리사코 주얼리’는 손가락 위로 고양이가 앉아있는 듯한 디자인의 반지를 선보였다.

브랜드의 ‘얼굴’ 동물 캐릭터
시즌에 반짝 나오는 게 아니라 아예 브랜드의 간판이 동물 캐릭터인 패션 브랜드도 적지 않다. 딱 봐도 그 브랜드가 뭔지 알 수 있고,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도 쉽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디자이너 김재현이 만든 ‘쟈뎅 드 슈에뜨’와 세컨드 브랜드 ‘럭키 슈에뜨’. 둘 다 올빼미(슈에트)가 간판이다. 쟈뎅 드 슈에뜨가 시크한 올빼미라면 럭키 슈에뜨는 귀엽고 발랄한 올빼미인 식이다. 쟈뎅 드 슈에뜨 관계자는 “프랑스어인 ‘슈에뜨’는 멋쟁이, 멋진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인 동시에 올빼미를 지칭하는 말”이라며 “동물 프린트는 강렬함과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를 동시에 전달해 주기 때문에 주위의 시선을 끌기 좋다”고 설명했다. 특히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럭키 슈에뜨는 올빼미를 옷에 더욱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화려한 색깔의 올빼미가 촘촘히 프린트된 셔츠가 대표적이다.

가방 브랜드 ‘라빠레뜨’는 훤칠한 말로 주목받은 케이스다. 국내에 정식 수입되기 전부터 ‘말 그려진 가방’으로 유명해졌다. 라빠레뜨 관계자는 “말은 믿을 수 있고, 활기찬 동물이라 브랜드의 이미지를 더 좋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매력적인 모티브”라며 “말을 귀엽게, 때로는 생동감 있게 묘사해 가방의 독특한 디자인을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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