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팝 음악계 최고의 발견’ 호주 출신 고티에 15일 첫 내한무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7일 03시 00분


농장 헛간서 탄생한 실험적 음반… “도대체 누구냐” 뮤비 클릭 3억건

전화로 만난 고티에는 “그렇게 오랫동안 빌보드 정상을 차지할 줄 전혀 예상 못했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아직 생각한 적 없는 의외의 것들을 찾아내는 데 계속 진력하고 싶다”며 웃었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전화로 만난 고티에는 “그렇게 오랫동안 빌보드 정상을 차지할 줄 전혀 예상 못했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아직 생각한 적 없는 의외의 것들을 찾아내는 데 계속 진력하고 싶다”며 웃었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모든 것은 헛간에서 시작됐다.

2010년 호주 빅토리아 주 모닝턴의 농장 헛간. 긴 고수머리를 어깨 위로 늘어뜨린 백인 청년이 서 있었다. 6mm 테이프 머신과 낡은 오르간 중간에 노트북 컴퓨터 ‘맥북프로’가 놓여 있었다. 청년 바우터 디 배커(32)는 그 사이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헛간에서 만들어낸 13곡이 1년 뒤 세상을 뒤흔들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그는 지적인 유희를 즐기듯 음악 만들기에 빠졌다.

호주의 고티에(본명 바우터 디 배커). 그는 ‘올해 팝 음악계 최고의 발견’으로 꼽힌다.

그의 3집 ‘메이킹 미러스’에 담긴 곡 ‘섬바디 댓 아이 유스트 투 노’는 올 4월 28일부터 6월 16일까지 8주 연속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지켰다. 올해 빌보드 최장기 정상 기록이다. 연초 그래미를 석권한 아델에게 집중됐던 세계 팝 팬들의 관심은 ‘고티에가 누구냐’로 바뀌었다. 호주에서조차 발표 당시 라디오 전파를 몇 번 못 탄 ‘섬바디…’는 애슈턴 커처, 릴리 앨런 등 유명인들이 자신의 트위터에 극찬한 글이 수천만 트위터리안에게 리트윗되며 입소문을 탔다. 유튜브에서 ‘섬바디…’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현재 2억9000만 건을 넘어섰다. 고티에는 1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슈퍼!소닉 페스티벌’(문의 1544-1555)에서 첫 내한 무대를 펼친다.

최근 전화로 먼저 만난 그는 “한국이 어떤 곳일지 아주 궁금하다”고 했다. 히트곡 ‘이지 웨이 아웃’의 뮤직비디오가 떠올랐다. 한글 자막(‘쉬운 방법 도망’)으로 시작하고 주인공도 동양인인 영상이다. “평소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아온 뮤직비디오 제작자가 ‘한글을 한번 써보자’고 제안했어요. 그렇지만 전 한국 문화를 잘 몰라요. 한국과 동양의 문화에 대해 더 잘 알아보고 싶어요.”

고티에는 아버지 농장의 헛간을 개조한 스튜디오에서 트리니다드의 스틸 드럼을 비롯해 오토 하프, 칼림바 터키 드럼, 로어리 코틸리옹 오르간 등 낯설고 다양한 악기에 첨단 전자장비를 결합해 실험성 높은 음반을 만들었다. 해외 매체들은 “서로 비슷하게 들리는 곡이 단 한 곡도 없다”(영국 가디언), “몽환적이면서도 무섭게 지적이다”(미국 뉴욕타임스)라고 평했다.

다양한 악기와 스튜디오 기술이 동원된 고티에의 음악이 라이브로 생동감 있게 재현될 수 있을까. “베이스, 드럼을 포함한 5인조 밴드가 기본 구성이지만 다양한 악기를 연주할 거예요. 미리 준비된 악기 소리 샘플을 특수 장비를 이용해 즉흥 연주할 겁니다. 커다란 애니메이션 영상도 활용할 거고요.”

많은 사람이 “고티에의 음악은 처음엔 어렵다가 어느 순간 귀에 맴돌기 시작한다”고 했다. 실험성이 높은데도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것이다. 비결에 대해 고티에는 반문한다. “무엇보다 표현법의 측면에서 기존 음악들과 달라서가 아닐까?”

세계적 히트로 큰돈을 번 그가, 첨단 장비 가득한 대형 스튜디오를 등지고 다시 ‘헛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는 “역시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다른’ 것,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사운드를 발견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했다. “아, 최근에 야마하 오르간의 1970년대 모델인 ‘EX-42’를 한 대 샀어요. 손가락 움직임과 페달 사용만으로 풍부한 표현이 가능해요. 신작에 사용해보고 싶어 못 견디겠어요.”

고티에는 이번에 같은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뮤지션 중 1980년대 인기를 누린 영국 듀오 ‘티어스 포 피어스’의 공연을 꼭 보고 싶다고 했다.

“음악은 제게 늘 ‘환상적인 다른 세계’예요. 늘 다양한 영감과 신선한 자극을 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서울에서 봐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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