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째 ABT 무대 지키는 줄리 켄트 “사람들이 날 걱정스러워하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3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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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닉과 스텝이 춤의 전부가 아닙니다. 직업 무용수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걸고 무대 위에 오르기 때문에 연기가 자기 기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 크게 실망합니다. 이 실망감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건 훌륭한 무용수로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합니다."

'지젤' 내한 공연을 위해 2000년 이후 12년 만에 한국에 온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간판스타 줄리 켄트 씨(43·사진)를 21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1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 열린 공연에서 주인공 지젤로 무대에 올라 연륜 만큼이나 더 깊어진 내면 연기로 찬사를 받았다. 1986년 ABT 입단 이후 26년 째 무대를 지키고 있는 그는 후배 무용수들에겐 존경과 경탄의 대상이다.

켄트 씨는 최근 ABT에서 주역 무용수로 승급한 서희 씨에 대해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서희는 테크닉도 훌륭할 뿐만 아니라 섬세한 감정 표현에 몸의 선이 아름다운 발레리나입니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경험을 쌓는다면 발전할 여지가 많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무용수에요. 친구로서 힘닿는 한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그는 "ABT의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훌륭한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하다"며 후배 무용수들에게 내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발레의 기술, 공연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은 가르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용수들의 내면을 어떻게 할 수는 없어요. 관객들이 감동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내면이 진솔하게 밖으로 드러났을 때입니다. 그건 자기 스스로 해야지 누가 해줄 수 없는 것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에게 발레를 그만두고 싶은 적은 없었는지 물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제게 걱정의 눈길을 보냅니다. 하지만 춤은 어릴 때부터 간절하게 원했던 것이라 ABT에 있는 동안 단 한번도 그만두고 싶다거나 다른 걸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어요. 춤은 내 '고향'입니다. 26년이나 무대에 섰지만 춤을 추는 것은 여전히 즐겁습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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