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만화 ‘스바루’ ‘카페타’ 작가 소다 마사히토 씨 “역경을 극복해가는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 전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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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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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1권부터 26권까지 출간된 만화 ‘카페타’. 학산문화사 제공
한국에서 1권부터 26권까지 출간된 만화 ‘카페타’. 학산문화사 제공
《 1977년,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야구만화 ‘도카벤’을 따라 그리는 여덟 살 소년이 있었다. 4년 뒤 노트에 10쪽짜리 야구만화를 그리자 반 친구들이 돌려가며 읽고는 재미있다며 계속 그려달라고 졸랐다. 집에 박혀 그림을 그리던 아이는 이렇게 만화로 친구를 더 많이 사귀게 됐다. 일본 만화가 소다 마사히토 씨(44)는 ‘스바루’ ‘카페타’로 한국 팬들과도 친숙한 인물. 어려운 환경 속에서 기적을 이뤄내는 천재의 성장 과정을 그려 감동을 주는 작가로 알려졌다. 》
일본 만화가 소다 마사히토 씨의 대표작은 발레를 소재로 한 ‘스바루’다. 그는 “작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발레 군무에 직접 참여한 일도 있다”며 웃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일본 만화가 소다 마사히토 씨의 대표작은 발레를 소재로 한 ‘스바루’다. 그는 “작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발레 군무에 직접 참여한 일도 있다”며 웃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스바루’는 죽어가는 쌍둥이 동생을 깨우기 위해 병상 곁에서 춤추던 주인공이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된다는 줄거리를 담았다. ‘카페타’도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살아가던 의욕 없는 소년이 카레이서가 되는 훈훈한 성장만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특별전시를 위해 방한한 작가를 20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코믹코즐에서 만났다.

―발레나 카레이싱을 실제로 해본 일이 있나.

“2001년쯤 일본의 한 프로발레단이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할 때 군무에 참여한 일이 딱 한 번 있다. ‘스바루’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지인이 참여를 제안했고, 처음엔 거절했지만 작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시도했다. ‘스바루’ 뒷부분은 그 경험을 새기면서 그렸다. 카레이싱은 해본 일이 없다.”

―만화를 그릴 때 캐릭터 설정은 어떻게 하나.

“‘스바루’의 경우 소녀의 얼굴을 먼저 그려놓고 생각하다 ‘이 아이는 발레에 어울릴 것 같다’는 영감을 뒤늦게 얻었다. 발레를 전혀 모르고 그리다 보니 1, 2권까지는 감이 안 왔다. (동행한 편집장의 눈치를 보며) 지금 돌아가면 2권을 좀 더 재밌게 쓸 자신이 있다. 물론 그림도 훨씬 깔끔하게!”(이 대목에서 편집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익살스럽게 그를 흘겨봤다.)

―당신의 만화에는 일관된 주제가 있다. 온갖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도 재능이 모든 걸 압도한다는 것.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나.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극복해 나가는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웅변가도, 소설가도 아니다. 독자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만화뿐이다.”

―주인공 친구인 ‘스바루’의 마나, ‘카페타’의 노부는 주인공의 경쟁자면서 천재의 빛에 가려지는 인물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위기에 처할 때 조력자를 자처한다.

“그림이 잘 안 그려질 때 주변에서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캐릭터화한 것 같다. 카페타를 예로 들면 운전 외는 ‘젬병’이다. 누군가가 다른 부분을 도와주지 않으면 레이서로 성장하는 데 큰 장애가 될 것이다. 혼자 힘으로만 재능을 꽃피울 순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단연 스바루다. 내가 낳은 자식이나 다름없다. 내 작품 속 캐릭터 가운데 가장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성격에 큰 결함이 있다. 당시 내 상황과 많이 겹쳐 더 애착이 간다. 처음 ‘스바루’를 연재할 때 독자들은 ‘만화가 우울하다. 굳이 만화에서 어두운 면을 그려야 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독자들은 달랐다. 한국에서 잡지 연재를 시작했을 때 독자들이 ‘어렵게 자라는 스바루가 내 모습 같다’며 보내준 엽서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징크스를 물었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 선이 삐져나가면 수정액을 쓰지 않고 커터로 긁어내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선 하나를 지우는 데 30분이 걸리고 종이도 너덜너덜해진다. 사람들이 답답해하지만 꿋꿋이 그 위에 다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문득 그의 고집스러운 면모가 발레, 레이싱 등 외길을 걷는 작품 속 주인공들과 겹쳤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소다 마사히토#스바루#카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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