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담王 박민규, 자기 소설이 현실주의냐 초현실주의냐 물음에

  • 동아일보

“자식이 특목고 가면 모든게 이뤄진다는 믿음, 현실일까요 초현실일까요”

“아들이 특목고 가면 모든 게 이뤄진다는 믿음은 현실일까요, 초현실일까요.”

소설가 박민규(44·사진)는 그의 작품이 현실주의인지, 초현실주의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되물었다. “동네 아주머니가 그렇게 믿는데, 이는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그 본질은 초현실입니다. 이렇게 사회도 현실과 초현실이 뒤섞여 있는데, 소설을 현실주의와 초현실주의로 분류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죠.”

박민규는 최근 열린 푸른역사 작가 콘서트 ‘앙’에서 재치 있는 비유와 입담으로 청중을 열광시켰다. 그는 자신의 소설 가운데 유일한 로맨스물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가장 쓰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남자가 사랑 이야기를 어떻게 써요, 남세스러워서. 하지만 가장 못할 것 같았기에 도전했죠. ‘남자 동물’이 ‘여자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려니 쓰는 내내 손발이 오글거렸어요. 그만큼 ‘여자 사람’에 대해 많이 배웠지만요.”

그는 한국 문학을 클래식만 있는 음악계로 비유했다. ‘메탈 시’ ‘힙합 소설’ ‘펑키 평론’도 있어야 하는데, 한국 문학계는 클래식적인 작법과 평가만 강조한다는 지적이었다. “클래식 평론가가 에릭 클랩턴의 음악을 듣고 ‘화성학을 잘 모른다’고 평가하는 꼴이죠. 하지만 문학계도 ‘그래미의 시대’가 옵니다. 클래식 음악이 소수가 즐기는 고급문화가 됐듯, 순문학 역시 그렇게 될 거예요. 대중문학, 즉 다양한 장르문학이 주류가 될 때 한국 소설도 재미있어져요. 작가 역시 노벨리스트(novelist)가 아닌 스토리텔러(storyteller)가 돼야 합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박민규#현실주의#초현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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