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정선 ‘하이원 하늘길’ 에코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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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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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 연둣빛 3.6km 숲의 향기가 가슴 속으로

가족 단위 에코투어 참가자들이 5월 19일 하이원하늘길 산철쭉 길에서 마천봉으로 향하는 숲길을 걷고 있다. 참가자들은 백운산 능선을 따라 숲 속을 걷는 내내 연둣빛의 나뭇잎과 각양각색의 들풀에 매료됐다. 정선=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가족 단위 에코투어 참가자들이 5월 19일 하이원하늘길 산철쭉 길에서 마천봉으로 향하는 숲길을 걷고 있다. 참가자들은 백운산 능선을 따라 숲 속을 걷는 내내 연둣빛의 나뭇잎과 각양각색의 들풀에 매료됐다. 정선=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지난달 19일 오후 2시 강원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마운틴콘도 스키하우스. 어린이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대부분 가족 단위인 ‘하이원 에코투어’ 참가자 300여 명이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하늘길’로 올라갈 곤돌라를 기다렸다.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하이원리조트가 후원하는 이 행사 참가자들은 “하늘을 나는 기분”이라며 곤돌라 밖 풍광에 눈을 떼지 못했다.

화창한 날씨 덕에 발아래 펼쳐진 연둣빛 숲은 곱디고왔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생동감을 전해주는 신록. 이를 바라보는 사이 일상의 스트레스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는 점은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덤.

그렇게 20분, 마운틴 탑에 도착했다. ‘하이원 하늘길’은 모두 9개 산책로와 등산로, 트레킹 코스로 이뤄져 있다. 이날 에코투어 하늘길 트레킹 코스는 마운틴 탑에서 시작해 산철쭉 길로 들어서 백운산 정상 마천봉(해발 1426m)까지 1.8km, 왕복 3.6km다. 백운산 능선을 따라 석탄을 나르던 그 길은 철마다 새로운 빛깔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로가 됐다. 삼삼오오 사람들은 꼬불꼬불 길을 따라 발걸음을 뗀다. 경사가 완만한 길을 걷다 보면 각양각색 자태를 뽐내는 들꽃과 인사하게 된다.

봄에는 얼레지 오랑캐꽃 둥근털제비꽃이 잔치를 벌이고 여름엔 개쑥부쟁이 개불알꽃 노루오줌 개망초가 이름을 알린다. 용담은 가을 찬 서리를 맞아 더욱 선명해진단다. 겨울이면 순백의 설화가 꽃이 진 자리를 대신한다.

사람들은 숲 속을 걷는 내내 연둣빛의 나뭇잎과 들풀 색에 마음을 뺏겼다. 살포시 핀 들꽃 앞에 서면 시 한수 절로 나올 법하다. 동생 가족과 함께 왔다는 회사원 김일강 씨(52)는 “가슴속에 숲의 향기가 밴 듯하다”며 무뎌진 감성이 깨어났다고 했다. 다른 지역의 나뭇잎은 꽃이 지고 잎이 갓 나올 즈음 하루 이틀 정도 연둣빛을 띤다. 하지만 하늘길의 나뭇잎과 들풀은 공기가 맑고 자외선이 풍부해 다른 곳보다 연초록빛이 더 오래간다. 숲 속 바닥까지 채광이 좋은 길을 걸으니 어느새 마천봉, 하늘길의 정점이다. 사방에 절경이 펼쳐지고 하늘을 향해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멀리 함백산과 태백산 줄기가 보이고 하이원리조트의 슬로프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걷다 보니 하늘마저 손에 잡힐 듯하다. 내려오는 길은 백운산 자연관찰로. 나무계단이라 걷기 편하고 백운산 주변의 들꽃과 동물 등을 학습하면서 걸을 수 있다. 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만나는 슬로프는 넓고 평탄해 가족들이 살가운 대화를 나누며 걷기에 좋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참가한 배정선 씨(35·여)는 “함께한 직장 동료들이 능선을 따라 풍광을 즐기며 걸을 수 있어 좋아했다”며 “다시 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하늘길에는 연못이 둘 있다. 하나는 정상 산죽길 부근의 ‘도롱이’ 연못. 폭이 80m 남짓으로 탄광의 지하갱도가 무너져 내리고 거기에 다시 물이 차오르면서 생겨난 함몰 습지다. 키 큰 낙엽송이 운치를 더하는 이곳에 도롱뇽도 둥지를 틀었다. 산짐승들의 샘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 실감나게 노루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여기서 200m 떨어진 곳에 작은 연못 ‘아롱이’가 있다. 이곳을 지나 강원랜드 호텔 쪽으로 가면 옛 석탄 길 끝자락 고개, ‘화절령(花折嶺)’을 만난다. ‘처녀들이 꽃을 꺾으며 넘던 고개’라고 전해온다. 탄광 시절 전해진 얘기도 있다. 고단한 광원들이 봄에 진달래 꽃잎을 꺾어 씹으면서 힘을 얻어 고개를 올라갔다는 것이다.

봄꽃 축제의 자리는 이제 더 짙어가는 신록이 차지하고 사람들을 반긴다.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숲-별-동굴 1박2일 생태체험 신청하세요▼

“초등학교 때부터 동굴에 관심이 많아 가보고 싶었는데 동굴 생태를 잘 알 수 있는 기회였어요.”(이경석·16)

곁에서 바라보던 여동생 경민이(12)는 “하늘길 트레킹이 힘들지 않고 좋았다”며 다시 오고 싶단다. 아빠 이재준 씨(46)는 모처럼 아이들과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데 만족해했다.

가족의 정을 자연 속에서 나눌 수 있는 1박 2일 생태체험 에코투어. 강원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와 삼척 태백 일대에서 열리는 ‘2012 하이원 에코투어’가 지난달 19일 1차에 이어 2, 3차 참가자를 모집한다. 2차는 6월 16∼17일, 3차는 6월 23∼24일에 진행된다. 회당 400명이 참가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숲 별 동굴 등 주제별 일정을 택해 투어를 즐길 수 있다.

투어 첫째 날은 참가자 전원이 ‘하늘길 트레킹’으로 시작한다. 옛날 석탄을 운반한 하늘길이 걸쳐 있는 백운산 능선은 철마다 오색빛깔 들꽃의 멋을 느낄 수 있다. 둘째 날에는 숲 별 동굴 등 주제별 투어가 마련돼 있다. 숲 참가자는 태백 8경의 하나인 ‘검룡소’ 일대를 걷는다. 연간 평균 기온이 9도 정도인 이 소의 물이 남한강의 발원이 돼 500km 이상을 흐른다. 별 투어는 ‘삼척 해양레일바이크’를 타고 해안선을 따라 왕복 10km를 달린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일품이다. 동굴 참가자들은 영월 10경 중 하나인 ‘고씨동굴’을 체험한다. 4억 년 전 생성된 동굴에는 호수 4개, 폭포 3개 등이 어우러져 신비함을 느낄 수 있다.

삼척 궁촌역 해양레일바이크를 즐기는 에코투어 참가 가족들. 동아사이언스 제공
삼척 궁촌역 해양레일바이크를 즐기는 에코투어 참가 가족들. 동아사이언스 제공

또한 오래걷기 기네스 기록 보유자인 정성열 강사의 올바르게 걷는 법(숲), 안성천문대 심재철 대장의 천체관측(별), 최용근 영월동굴생태관 관장의 동굴 생태강좌(동굴)로 구성된 ‘감성 아카데미’도 함께 진행된다.

참가비는 1인당 3만5000원이며 여행자보험 식비 체험료가 모두 포함돼 있다. 하이원리조트 숙박을 원할 경우 마운틴콘도(5인실·정가 37만4000원)를 80% 할인된 금액(8만 원)에 제공한다. 접수 마감은 2, 3차 각각 6월 12, 19일이다.

문의 high1.dongascience.com

02-314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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