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속 그림 그리는 장면은 어떻게… 실제 미대생이 그리고, 카피본에 덧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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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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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비’에서 20대 미대생 인하가 그리는 수채화는 첫사랑의 풋풋함을 상징하는 수단이다. 이후 50대 화가가 된 인하는 수채화가 아닌 유화를 그린다. KBS TV 화면 촬영
‘사랑비’에서 20대 미대생 인하가 그리는 수채화는 첫사랑의 풋풋함을 상징하는 수단이다. 이후 50대 화가가 된 인하는 수채화가 아닌 유화를 그린다. KBS TV 화면 촬영
극사실화가(KBS2 ‘적도의 남자’), 미대생과 추상화가, 광고 사진작가(KBS2 ‘사랑비’), 디자이너(SBS ‘패션왕’)….

최근 방영 중인 TV 드라마에서 그림 그리는 직업이 유난히 부각되면서 드라마 속 그림들의 세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각각의 작품에 어울리는 그림을 ‘TV 갤러리’에 전시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적도의 남자’에서 화가인 수미(임정은)가 그린 살인미수 사건 그림은 극중 갈등을 이끄는 소재로 부각되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 그림은 진짜 회화가 아니다.

제작진은 수미가 극사실화가라는 데 착안해 촬영 장면 일부를 캔버스에 인쇄하고, 붓 터치를 곁들여 극사실화 작품인 양 사용했다. 이 그림뿐 아니라 수미의 작업실 등에 걸린 다른 작품들도 실제 극사실화가 이태경 씨의 작품을 파일로 받아 인쇄한 것이다.

반면 ‘사랑비’는 정공법을 택했다. 드라마 초반 미대생 인하(장근석)가 그린 수채화는 홍익대 미대 대학원에 다니는 남학생이 그렸다. 제작진은 1970년대풍 그림을 소화할 수 있는 대역 화가를 찾기 위해 한 달간 서울 주요 미대와 미술학원 등을 다녔다. ‘사랑비’의 배월이 미술감독은 “주인공이 재능 있는 미대생인 만큼 실력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프로페셔널하면 안 되는 탓에 섭외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인공의 극중 연령과 성(性)에 따른 세심한 배려도 있었다. 50대 인하(정진영)의 그림은 추상화가 전경자 씨의 작품 카피본에 남성 화가의 작품처럼 보이기 위해 푸른색 아크릴 물감을 덧칠했다. 광고사진작가로 등장하는 인하의 아들 서준(장근석)의 작업실과 작품은 사진작가 오중석 씨의 작업실과 작품을 활용했다.

최근에는 작가와 협의해 작품 파일을 캔버스에 프린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부분의 작가는 작품을 알릴 수 있기 때문에 흔쾌히 응하는 편이다. 양정혜 KBS 아트비전 장식인테리어 팀장은 “대형 화랑 등에서 소속 작가 작품을 써달라는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림 파일은 ‘공짜’가 많지만 비싼 가격을 부르는 작가도 있다. 촬영을 위해 일정 비용을 내고 작업실을 빌리면서 해당 작가의 작품을 함께 촬영하는 경우도 많다. 통상 10호(45cm×53cm)짜리 그림을 실제로 그려주는 대가로 장당 10만∼50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지만 정해진 룰은 없다.

촬영이 끝난 후 소품용 그림들은 대부분 폐기하지만 원작자가 허락하면 다른 드라마에서 재활용한다. 최근에는 소품용 그림이 시청자 경품이 된 사례도 생겼다. 적도의 남자 제작진은 시청자 이벤트를 통해 그림 35점을 나눠주기로 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드라마#그림#적도의 남자#사랑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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