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패션서 성공하려면, 희생정신- 호기심 갖추고 꼭 영어 익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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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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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잔니니 구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인터뷰

24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에서 열린 특별강연에 참석한 구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다 잔니니.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희생, 겸손, 호기심, 영어실력을 갖출 것”을 당부했다. 구치코리아 제공
24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에서 열린 특별강연에 참석한 구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다 잔니니.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희생, 겸손, 호기심, 영어실력을 갖출 것”을 당부했다. 구치코리아 제공
24일 오후 2시. 이탈리아의 럭셔리 브랜드 구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다 잔니니(40)를 만나기로 한 시간이다. 인터뷰 장소인 홍익대 홍문관 가람홀의 무대 뒤, 지하 대기 공간으로 향하는데 약 5m 간격으로 빽빽이 서 있는 경호원들이 눈에 띄었다. ‘거물’을 지키기 위한 긴장감이 전해져 왔다. 삼엄한 경계를 뚫고 드디어 그를 만났다. 그가 ‘얼음공주’ 같을 것이라는 편견은 약간은 긴장된 얼굴로 나눈 첫 인사 때까지만 이어졌다.

45분간 이어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나지막한 음성으로 달변을 토했다. 때로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이탈리아인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인터뷰 직후 국내 대학생 450명을 대상으로 한 특별 강연에서도 그는 유머를 섞어가면서 주로 패션 전공자인 참석자들을 사로잡았다.


첫 번째 방한이라고 들었는데 한국을 처음 본 느낌이 어떤가요.


“한국가구박물관 인근과 청담동 일대를 잠시 둘러봤는데 현대와 전통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오늘 열리는 강연은 구치가 한국장학재단과 협약을 맺고 향후 5년간 패션디자인, 패션마케팅 전공 학생 5명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특히 교육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있나요.


“교육은 사람을 값지게 하잖아요.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보람이 각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국 FIT나 파슨스 등 유명 패션스쿨의 유학생 가운데 상당수를 한국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어요. 글로벌 브랜드에서 일하고, ‘제2의 프리다’를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희생할 줄 알 것, 겸손할 것, 매사에 호기심을 가질 것, 그리고 영어를 익힐 것! 영어 문제는 제가 스스로 너무나 고생했던 문제라 꼭 당부 드리고 싶어요. 아 참. 구치 칠드런 디자인팀의 디자인 디렉터가 순수 한국인인데 그가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겠네요.”

명품업계에서 아시아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이에 맞춰 일부 브랜드는 아시아만 타깃으로 한 제품을 만들기도 하는데….

“시장 조사를 해보면 아시아 고객들은 아시아의 특성을 살린 제품보다는 글로벌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걸로 나타나요. 특정 시장만을 위한 라인을 따로 만드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닌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과거 구치를 이끌었던 톰 포드의 공로를 인정하면서도, 지나치게 야한 ‘포르노 시크(Porno chic)’가 가끔은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당신이 이끄는 구치는 더욱 ‘여성 친화적’인 것 같은데….

“전 여성으로서 제 세대 여성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옷을 입고 싶어 할지를 가장 염두에 두고 디자인해요.”

현대의 구치를 대표하는 모델은 바로 당신인 것 같아요. 구치 최고경영자(CEO)인 파트리지오 디 마르코 사장(51)과 당신이 각각 명품업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녀인 듯한데…(구치의 CEO인 디 마르코 사장과 잔니니는 공개적으로 교제 사실을 알린 연인이다).


“(숨이 넘어갈 듯 웃으며) 파트리지오가 가장 섹시한 CEO라고요? 저에 대한 평가도 과분하고…. 저 역시 늘 ‘전쟁’ 중이에요. 최근 건강이 좀 안 좋아서 일부러 살을 찌우기도 했고, 다시 빼기도 했고…. 일주일에 세 번 운동, 식이요법 등은 꼭 지키려고 해요. 밤에는 소비뇽 블랑이나 샤르도네 품종의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을 한 잔씩 마시고요.”

한국에 온 뒤 공식석상에서 늘 블랙 패션만 선보이는 것 같아요.


“하하. 그랬나요? 블랙을 좋아하긴 해요. 너무 바쁘다 보니 실험적인 색상을 스스로 시도할 시간이 없다는 점 때문이죠. 더 날씬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제가 일하는 디자인팀은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여 있어요. 늘 다양한 패브릭과 모델로 가득 차 있는데 디자이너의 옷 색상이 튀지 않아야 새롭게 디자인한 옷들의 색상이나 디자인을 볼 때 헷갈리지 않아요.”

올봄 여성들에게 주고 싶은 스타일링 어드바이스가 있다면….

“어떤 브랜드도 한 여성을 온전히 표현할 수는 없어요. 요즘 젊은이들이 럭셔리 브랜드를 빈티지 아이템이나 스트리트 패션브랜드와 섞어 매치하는데 그런 게 ‘쿨’한 스타일링법이 아닐까 싶어요.”

인터뷰 후 간호섭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와 토크쇼 형식으로 연 강연에서 잔니니는 자신의 패션학도 시절 모습을 “마돈나 같았다”고 자평하며 웃었다. 헤어스타일과 패션 변신을 통해 매번 ‘실험’을 했다는 설명이었다.

강연에 참석한 일부 대학생은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잔니니의 날씬한 몸매에 감탄했다”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대목에서 반성”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고향인 이탈리아 로마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한국의 패션 후학들로부터도 이미 ‘뮤즈’로 자리매김한 듯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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