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서점에서 인문학 도서를 2만 원어치 이상 구매한 독자라면 16쪽 타블로이드 판형의 신문 ‘마리’를 함께 받았을 것이다. 일본 여류작가 요네하라 마리(1950∼2006)의 저서 14권을 펴낸 출판사 마음산책이 4월 1일 이 시리즈를 홍보하려고 발행한 신문이다. ‘미식견문록’ ‘팬티 인문학’ ‘속담 인류학’ 등 요네하라의 작품 소개와 국내 유명 저자 및 언론매체의 서평, 사진으로 살펴본 요네하라의 인생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이 신문은 3만 부 인쇄됐고 예스24, 교보문고, 인터파크,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을 통해 이달 말까지 배포한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신문 형태라 단지 책만 나열하지 않고 주제를 잡아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노골적인 홍보가 아니라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니 독자 반응도 좋다”고 밝혔다. ‘마리’를 배포한 후 실제 요네하라의 책 판매량은 전반적으로 늘었고, 4종은 품절돼 다시 인쇄에 들어갔다고 한다. 마음산책은 올해 ‘마리’ 2, 3호를 낼 계획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출판계에 ‘마리’와 비슷한 홍보지는 많았지만 2000년대 이후 출판사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이 이 역할을 대신해 왔다. 그런데 최근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다시 종이 신문 형태의 홍보지(사진)를 내는 출판사가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 것.
올해 초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마쓰모토 세이초(1909∼1992)의 책을 펴낸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도 2월 6일 ‘Le Zirasi(르 지라시)’ 1호를 3500부 발행했다. 전단지의 속어인 ‘찌라시’와 프랑스 정론지 ‘르 몽드’를 교묘하게 결합한 이름은 톡톡 튀면서도 품위 있는 내용을 선보이겠다는 취지로 지었다. 마쓰모토의 작품 외에도 다양한 장르 문학을 소개한 대판형 8장 분량 신문으로, 마쓰모토의 책 ‘짐승의 길’ 상·하 초판 1쇄를 산 독자들에게 제공했다. 내용이 조금 다른 4장 분량의 ‘호외’ 4만 부는 교보문고 등 오프라인 서점에 무료로 배포했다. 6월엔 ‘여름맞이 공포문학 특집’으로 2호를 발행할 예정.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책을 읽는 사람들은 같은 내용이라도 아날로그적 감성의 신문에 담겨 있으면 더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경제 경영 자기계발서를 주로 펴내는 출판사 한빛비즈도 올여름, 신문 형태의 홍보지를 발행할 계획이다. 조기흠 한빛비즈 이사는 “30, 40대 직장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잡아 다양하게 기사를 구성하면서 우리 회사가 출간한 양질의 구간(舊刊)을 자연스럽게 노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책과 선택’이라는 이름의 타블로이드 판형 홍보지를 22호째 비정기적으로 간행해온 열화당도 “우리 책 홍보만 하는 게 아니라 지식인들 사이에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획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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