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조 밴드 피터팬컴플렉스 “피터팬 증후군 앓는 분들 신나게 치료해 드립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30일 03시 00분


■ 내달 무료 콘서트

서울 마포구 서교동 쇼머스트 스튜디오에서 만난 피터팬컴플렉스. 리더 전지한은 “‘피터팬’만 있다면 나이 들수록 초라하겠지만 ‘컴플렉스’가 붙으면 매력이 더해가지 않겠느냐”고 역설적으로 말했다. 왼쪽부터 김경인(드럼) 이치원(기타) 전지일(베이스) 전지한(보컬).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 마포구 서교동 쇼머스트 스튜디오에서 만난 피터팬컴플렉스. 리더 전지한은 “‘피터팬’만 있다면 나이 들수록 초라하겠지만 ‘컴플렉스’가 붙으면 매력이 더해가지 않겠느냐”고 역설적으로 말했다. 왼쪽부터 김경인(드럼) 이치원(기타) 전지일(베이스) 전지한(보컬).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인터뷰하는 걸 보니 결론이 나와요. 그래요. 기자분도 앓고 있군요, 뭐, 괜찮아요. 건전하게 풀고 있는 것 같으니.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은 조금씩 다 앓고 있는 게 피터팬 증후군(성인이 된 후에도 어린아이 같은 성향을 보이는 심리적 증상)이죠.”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쇼머스트 스튜디오에서 만난, 4인조 혼성 밴드 피터팬컴플렉스의 리더이자 보컬인 전지한은 이렇게 말했다. 10m² 정도의 무균실 같은 정사각형 공간에 아래위로 하얀 옷을 입은 네 명의 남녀가 둘러싸며 ‘진단’까지 내려주는 이곳은 병원 진찰실을 연상시킨다. 방 안을 ‘ㄴ’자로 가득 메운 컴퓨터, 신시사이저, 각종 전자악기들이 의료 도구로 느껴질 지경이다.

이 밴드의, 진지하지만 허를 찌르는 상상력은 유명하다. 이들은 4월 8일 오후 7시 서교동 카페 벨로주에서 피터팬 증후군 의심자들을 위한 무료 초청 콘서트(문의 070-8708-3966)를 연다. 초청받고 싶다면 밴드의 홈페이지에 있는 피터팬 증후군 진단 카드를 작성해 프린트해 가면 된다. 공연 중간, 관객들을 무대로 올려 신경정신과 전문의와 일대일 상담을 받게 하는 순서도 준비 중이다.

리더 전지한은 소설가이기도 하다. 2008년 내놓은 소설 ‘누구나 일주일 안에 피아노 죽이게 치는 방법’은 음악도서 분야 스테디셀러에 올랐다. 소설과 피아노 교본을 섞은 독특한 구성. “5만 부쯤 팔렸어요. 2010년 일본어판, 2011년 중국어판도 내놨죠.” 독자가 작품 속 인터넷 사이트 ‘유캔피아노닷컴’에 실제로 접속해야 소설의 결론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소설의 여주인공 서은혜를 향한 주인공의 ‘고백송’은 그해 발매한 4집에 ‘Grace(은혜)’란 제목으로 수록했다.

최근 4년 만의 정규 앨범이 되는 5집 ‘O’를 내놓으면서도 이들은 미디어를 융합시키는 ‘장난기’를 또 한 번 과시했다. 음원 서비스 사이트에 전지한이 내놓을 소설 ‘엔터테이너’의 일부를 미니 픽션으로 각색해 싣고 스토리와 겹치는 신곡 ‘감정을 삼키고’ 뮤직비디오를 결말 직전에 삽입했다. 그는 출간을 기다리는 장편소설만 두 편이라고 했다.

끊임없이 분출되는 독특한 상상력의 원천은 뭘까.

“문화적 잡식이죠. 뉴런이 서로 연관되면서 새로운 걸 창출하는…뭐랄까….”(이치원·기타) “짧게 갈게요. 연, 애.”(전지한)

‘너는 나에게’ ‘사랑의 첫 단계’ 등 히트곡들에서 짝사랑의 안타까운 마음을 절절한 목소리에 실어냈던 이들은 새 앨범에서 록의 강렬함을 덜어내고 장난스러운 전자음을 앞세운 복고풍 일렉트로닉 음악으로의 일대 변신을 감행했다. 홍일점 드러머 김경인은 “한 곡을 뺀 전곡의 드럼 파트를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채웠다”며 “라이브 때는 전자드럼과 실제 드럼을 동시에 함께 연주해야 해 연습이 많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장난기 어린 상상력을 지닌 이들, 이만하면 피터팬 증후군 중증 아닌가. “저도 테스트해봤는데 72점 나왔어요. 심각한 편은 아니지만 앓고 있는 거죠. 밴드는 그 자체로 치유의 커뮤니티를 이룬 셈이어서 괜찮대요. 혼자 끙끙 앓고 있으면 큰일 납니다. 어서 오세요. 우리 음악 세계로.”(전지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피터팬컴플렉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