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개그본능 봉인해제? 영화로도 떴으면… 스크린 복귀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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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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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더 내밀 걸 그랬어요. 동작도 더 크게 하고.”

배우 김소연(32)은 아쉬워했다.

그는 4일 KBS2 TV ‘개그콘서트-꺾기도’에 출연했다. 말 그대로 ‘파격’이었다. 헐렁한 흰 티에 빨간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무대에 올라 “김소∼연기잡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혀를 내밀고 ‘메롱’ 춤을 췄고, 서인영의 ‘신데렐라’를 “나는 신사임당”이라 개사했다. 시청자들은 “시집 다 갔다”고 걱정해주기도 했다.

“(홍)은희, (전)혜빈이…. 방송 끝나고 문자를 23통 받았어요. 리허설 때 제가 ‘까불이∼’ 하니까 개그맨분들이 다 웃어주셨어요. 현장이 더 재미있었는데, 방송에 덜 나왔어요.”

김소연은 속사포처럼 당시를 설명했다. “열한 살 조카가 ‘꺾기도’를 좋아한다”는 이유였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 아이디어도 적극 냈다.

김소연은 “아역배우 시절, 혼자 좌석버스를 타고 촬영장을 오갔다”고 말했다. 어른스러운 외모의 아이는 이제 속깊은 30대 여배우가 됐다. 임진환 동아닷컴 기자 photolim@donga.com
김소연은 “아역배우 시절, 혼자 좌석버스를 타고 촬영장을 오갔다”고 말했다. 어른스러운 외모의 아이는 이제 속깊은 30대 여배우가 됐다. 임진환 동아닷컴 기자 photolim@donga.com
한 관계자는 “김소연이 정성을 보이니까 개그맨들이 같이 사진을 찍고 갈 정도로 반기더라”고 대기실 분위기를 전했다. 개그우먼 정경미는 “같이 코너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물론 김소연도 홍보 목적으로 예능 나들이를 한 것이다. 그는 영화 ‘가비’(감독 장윤현·15일 개봉)에서 고종암살작전에 휘말린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로 분했다.

직접 커피를 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러시아어 대사도 소화했다.

“지금도 러시아어 다 기억나요. 근데 한국어 뜻을 몰라요. 호호.”

김소연은 ‘체인지’(1997년) 이후 15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그사이 출연이 번복된 적도 있었고, 일 없이 쉬어야 했던 시간도 있었다. 남모를 속병을 앓아야 했다.

“왜 그렇게 길었을까요? 아니, 아니에요.” 그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며 무언가 떠올리는 듯했지만 이내 방긋 웃었다.

“그때 도와주셨던 분들이 참 많아요. 다 모시고 싶었는데, VIP 시사회에 다 초대하지 못했어요. (박)시후 오빠랑 (정)겨운 씨에게도 연락을 못 했네요. 죄송해요.”

성실과 겸손. 데뷔 18년 차 김소연을 설명하는 키워드였다. 연기가 아니라 다른 일을 했어도 성공했을 것 같단 질문에 크게 웃었다.

“연기를 일찍 시작해 다행이에요. 공부는 취미가 없었거든요.(웃음) 어리니까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열심히 하는 게 당연한 거죠.”

지금 김소연은 ‘호감 연예인’이지만, 그렇지 않던 때도 있었다. 과거 악녀로 변한 ‘이브의 모든 것’ 시절. 성숙한 외모 탓에 그는 꽤 차가운 이미지였다.

“예전엔 현장을 즐기지 못했어요. 오해받을까 겁났고, 스스로 그런 편견에 갇혀 있었거든요. 지금은 달라졌죠. 예능의 힘이 커요.”

김소연은 ‘해피투게더’를 시작으로 ‘승승장구’, ‘강심장’ 등 예능 프로그램에 종종 출연해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스스로 약점을 말하거나 솔직한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예능이 처음엔 참 무섭고 두려웠는데, 이젠 개그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소연을 이를 두고 ‘봉인 해제’라고 했다. 하지만 부침이 심한 연예계에서 환호도 받고, 상처도 받으며 스스로 지키는 법을 익힌 것인지도 모른다.

“화면 속 ‘따냐’를 보니까 저도 나이가 들었구나 싶었어요. 내적으로도 성숙해진 느낌이랄까? 감독님이 잘 끄집어내 주신 것 같아요. ‘가비’를 만난 건 행운이에요. 많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진한 여운이 있는 영화거든요.”

김윤지 동아닷컴 기자 jayla30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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