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2025년, 나는 ‘일의 노예’일까 ‘주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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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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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미래/ 린다 그래튼 지음·조성숙 옮김/396쪽·1만7000원·생각연구소

우리는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래서 ‘10년 후 나는 무슨 일을 누구와 어떻게 하고 있을 것이며, 누가 나에게 임금을 지급할까’라는 질문은 누구도 비켜갈 수 없다.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을 거치며 시대가 급변하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꼼꼼하게 그려보기를 두려워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하고, 제대로 그려낼 수 있을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경영대학원 경영학과 교수로 30년간 기업의 인적자원관리 분야를 연구한 저자는 아침 식탁에서 ‘기자와 의사가 되고 싶다’는 자녀들의 미래 직업 선택을 듣고 막막해 보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문명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노동의 종말’에서 디스토피아적인 일의 미래를 그렸다. 기계가 노동을 대체해 인간 노동력의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노동의 위기가 닥치고 중산층은 몰락할 것이라는 예견이다.

그러나 저자는 일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기뻐하는 인간 본성을 간과하지 않고 함께 고려했다. 또 ‘2025년의 오늘에는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협의하고 있을까’와 같은 구체적인 시점을 활용했다. 또 200명의 글로벌 근로자를 연구그룹에 참여시켜 2025년에 있을 수 있는 6가지 일과(日課)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나쁜 상황과 좋은 상황을 함께 고려하는 ‘시나리오 예측’의 정석을 반영해 긍정과 부정의 상황을 3가지씩 만들었다. 단 대개의 미래 예측이 그렇듯 시나리오가 단순해 크게 미덥지는 않다.

먼저 부정적인 미래 상황. 3분 이상 일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로 가상공간이나 화상통화가 많은 회사원, 원격수술의 발달로 동료 없이 혼자 집에서 일하는 의사, 승자 독식의 경쟁에 밀려 허드렛일을 찾아 수십억 명의 외국인과 자리다툼을 벌여야 하는 시간제 근로자 등이다. 이들의 주요 키워드는 파편화, 고립, 소외다.

이에 반해 긍정적인 미래에는 브라질과 인도 등 여러 나라의 동지들과 함께 도시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회사원, 1년 중 정기적으로 수개월간 방글라데시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연봉보다는 경험의 가치를 더 중시하는 근로자, 70대임에도 인터넷 생태계를 활용해 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 소상공인이 등장한다. 이는 창조적 협력과 사회 참여, 소기업가 정신과 연결된다.

그러나 이 책의 진가는 이런 기계적인 예측이 아니라 자신만의 미래 시나리오를 만드는 방법론을 알려주는 데 있다. 6가지 시나리오는 자신만의 그것을 만드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와 지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도움이 된다. 저자는 미래 일과 직업에 영향을 끼칠 중대요소 5가지를 꼽는다. 즉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폭발적인 기술 발전 △세계화의 명암 △수명의 증가 △가족이나 여가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 △화석연료의 종말이다.

또한 저자는 앞으로 20년 동안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다음 3가지를 유념하라고 제안한다. △모든 것을 무난히 처리하는 일반적인 능력보다는 ‘유연한 전문 능력’이 중요하다 △개인주의와 경쟁보다는 상호연결과 협업, 네트워크가 성공적인 직장생활의 토대가 된다. △고소득만이 아니라 경험의 질과 균형적인 삶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 요소들을 바탕으로 어떤 역량을 계발할지, 어떤 커뮤니티와 네트워크에 관심을 집중할지, 어떤 조직과 함께 일할 것인지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만들라는 것이다.

미래에는 근로의식 자체도 바뀔 것이라는 저자의 통찰이 눈에 띈다. 저자는 “산업혁명이 상품 거래가 이뤄지는 거대시장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뇌를 재편성해 소비 욕구를 높이고 부와 재산을 획득하게 이끌었다”며 “앞으로 근로의식 자체가 어떻게 바뀔지에도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자. 스포츠 경기를 할 때 다음 공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고 몸과 마음을 ‘준비 상황’으로 만들어두면 훨씬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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