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한미 드라마 속‘재벌녀’패션 뜯어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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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치, 머리부터 발끝까지 톡톡… 블레어, 선택과 집중으로 포인트

《‘재벌녀’의 패션은 언제나 화제다. ‘예산 제약하 선택’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원칙이 그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럭셔리와 캐주얼 사이를 오가며 자유롭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간다. 호텔 재벌 힐턴가(家)의 딸들은 연예계의 톱스타를 능가할 정도의 화제를 몰고 다니기도 했다.

드라마에서도 재벌녀 캐릭터는 패션업체들의 협찬 1순위다. 수수하게 보여야 하는 ‘캔디형’ 여주인공과 달리 재벌 상속녀에게는 마음껏 최신 제품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 재벌녀의 패션은 항상 가장 앞선 트렌드를 반영한다.》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천하그룹 진시황 회장의 천방지축 외손녀 역을 맡은 백여치(정려원). SBS 제공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천하그룹 진시황 회장의 천방지축 외손녀 역을 맡은 백여치(정려원). SBS 제공
요즘 가장 뜨거운 재벌녀 캐릭터는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의 백여치(정려원)와 미국 드라마 ‘가십걸’의 블레어 월도프(레이턴 미스터). 둘 다 전형적인 요조숙녀형 부잣집 딸들과는 거리가 멀다. 착하지 않고 남들을 무시하곤 한다.

뚜렷한 개성과 패션이 어우러져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들이 입었다 하면 해당 제품은 완판되기 일쑤다.

‘샐러리맨 초한지’의 백여치- 천방지축 믹스&매치의 달인
백여치는 천하그룹 진시황 회장의 외손녀다. 어릴 적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진 회장의 보살핌 속에서 컸다. 피도 눈물도 없이 냉혹한 진 회장이지만 여치한테만큼은 한없이 너그럽다. 그래서 세상물정 모르고 사치스러우며 천방지축 안하무인인 캐릭터라는 게 드라마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백여치에 대한 설명이다.

백여치의 패션도 어디로 튈지 모른다. 드라마 ‘로열패밀리’의 재벌가 사모님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짙은 보라색 코트에 선명한 노란색 스타킹을 신고, 머리에는 캐주얼 스타일의 털모자를 눌러 쓰는 식이다. 머리도 빨갛게 염색했다. 남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이 규칙을 만들어 가는 백여치의 캐릭터처럼 패션에도 상식적인 룰이 없는 셈이다.

그런 그녀의 스타일을 한마디로 말하면 ‘믹스&매치’.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을 섞어 어울려 보이게 만드는 재주를 지녔다. 이자벨마랑의 핑크색 꽃무늬 드레스에 남자친구 옷을 빌려 입은 듯한 헐렁한 줄무늬 재킷을 걸쳤다. 선명한 빨간색 드레스 위에 남성스러운 무스탕 재킷을 입기도 한다.

명색이 재벌가 외손녀이기 때문에 부의 상징인 모피도 빼놓지 않는다. 전형적인 모피패션에서 벗어나 화려한 색깔과 독특한 디자인을 고집한다. 파업 중인 공장을 찾아갈 때에는 회색의 코쿤(동그란 모양) 실루엣 재킷에 흰색과 검정의 대비가 돋보이는 독특한 여우털 조끼를 입었다. 면접을 볼 때에는 고급스러운 모피 속에 헐렁한 셔츠와 하늘색 체크무늬 원피스를 선보였다. 앞으로 항우와 여치의 로맨스가 시작되면 여치의 패션은 좀 더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변신할 것으로 보인다.

‘가십걸’의 블레어- 사랑스럽지만 톡톡 튀는 럭셔리
2년 전 한국에 머리띠 바람이 불었다.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의 김태희 때문이라고? 아니다. 원조는 뉴욕 상류층 소녀들의 이야기인 미국 드라마 ‘가십걸’의 블레어 월도프. 엄밀히 따지자면 ‘재벌녀’는 아니지만 엄마가 유명한 디자이너다.

미국 뉴욕 상류층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가십걸’의 블레어 월도프(레이튼 미스터). 가십걸 홈페이지
미국 뉴욕 상류층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가십걸’의 블레어 월도프(레이튼 미스터). 가십걸 홈페이지
한국의 막장드라마 뺨치는 복잡한 러브라인에 부모 잘 만나 연일 파티와 쇼핑으로 시간을 보내는 얘기인데도 무려 5년째 인기를 끄는 이유로 패션을 꼽는 이가 많다. 블레어는 2007년 시즌1에서는 사랑스러운 프레피룩의 고등학생으로 나와 10대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시즌5에서는 성숙한 숙녀의 모습으로 2030세대를 홀리고 있다.

특히 최근 모나코 왕자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블레어가 입은 럭셔리 룩은 연일 화제다. 러블리 페미닌 스타일이다. 허리를 조여 주는 강렬한 빨간색의 레드 발렌티노 코트에 빨강 스카프를 매고 파란색 클러치를 드는 식이다.

평범한 코트에는 사랑스러운 모자를 매치한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아이보리 코트에는 귀여운 모자와 레이스 스타킹을 신어 남달라 보인다. 밀리터리 느낌의 국방색 케이프코트 위로 나온 옐로 실크 리본 블라우스와 비슷한 색상의 백과 모자는 그야말로 블레어표 스타일이다.

패션정보회사 PFIN의 이강주 스타일큐레이터는 “백여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에 띄는 아이템으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한편 블레어는 선택과 집중으로 포인트를 주는 편”이라며 “둘 다 사랑스러운 여성미를 추구하지만 캐릭터에 맞게 서로 다른 스타일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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