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무비컬 ‘미녀는 괴로워’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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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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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초연보다 흥행 저조
“대작 많이 나와 파워서 밀려”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 쇼노트 제공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 쇼노트 제공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는 국내 대표적 무비컬(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꼽힌다. 2008년 초연 당시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캣츠’나 ‘지킬 앤 하이드’ 같은 브로드웨이 대작 번역 작품과 경쟁하면서 티켓판매 순위 2, 3위를 지키는 저력을 보였다. 이 같은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그 다음 해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최우수 창작작품상 등 4관왕을 휩쓰는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6일부터 3년 만에 같은 공연장(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재공연에 들어간 이 작품의 흥행성적은 ‘아, 옛날이여∼’란 한탄이 나올 정도다. 다음 달 5일 종연을 앞둔 ‘미녀는 괴로워’는 25일 현재 티켓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의 뮤지컬 판매 월간 순위에서 13위에 불과하다. 주간 순위로 따지면 19위로 밀린다.

평균 객석점유율도 초연 당시 90%를 웃돌았지만 이번 공연에선 72%로 떨어졌다. 뮤지컬 ‘맘마미아!’가 2006년 초연 이후 거의 매년 무대에 오르면서도 꾸준히 흥행순위 1∼3위를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다.

더구나 이번 공연은 초연 때보다 캐스팅과 무대가 업그레이드됐다. 여주인공 한별(제니)역에 카라의 박규리를 비롯해 오만석 김태균 등이 가세했다. 아마추어 느낌을 주던 무대 세트도 세련미가 느껴지게 바꿨다. 그런데도 예전만 못한 성적을 내는 이유는 뭘까.

제작사는 달라진 외부 환경을 이유로 꼽았다. 제작사인 쇼노트의 프로듀서 임양혁 이사는 “재공연 시기가 너무 늦어져 초연 때 얻은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고 자체 분석했다. 원작 영화가 2006년 개봉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뮤지컬에까지 영향을 미쳤지만 시간이 너무 지나면서 ‘약발’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뮤지컬 전문지 ‘더 뮤지컬’의 박병성 편집장도 “작품은 장면 전환도 매끄러웠고 무대의 공간 활용도 개선되는 등 초연 때보다 더 좋아졌지만 지난해 말부터 대작 뮤지컬이 워낙 많이 나와 브랜드 파워에서 밀리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뮤지컬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작품 자체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작품이 브랜드를 가지려면 제작 태도나 공연 내용에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 그는 “일본 공연을 위해 세트 제작을 새로 하고 코믹한 요소를 약하게 하는 등 작품을 대폭 수정했다가 한국 공연에선 세트는 그대로 사용하고 내용만 코믹을 강화하는 것으로 수정하면서 세트와 내용 간의 괴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5만∼9만9000원. 02-3485-8700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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