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 때 조그마한 검은 녀석이 머리 위에 살포시 앉았다. 군대를 다녀오니 녀석은 조금 커져 있었다. 졸업할 때가 되니 덩치가 훨씬 커진 녀석은 어깨 위를 완전히 차지했다. ‘나’는 말한다. “넌 우째 점점 무거버지노.”
19일 창간하는 다큐멘터리 만화 계간지 ‘사람 사는 이야기’(사진)에 실린 만화 ‘청춘은 아름다워?’의 한 에피소드다. 네 컷 만화 속에 오늘날을 살아가는 청춘의 고민을 날카롭게, 하지만 귀여운 캐릭터를 통해 지적했다. 검은 ‘녀석’은 무엇일까. 젊은이에게 드리운, 미래에 대한 불안일까.
‘사람 사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만화에서는 다소 생소한 ‘다큐멘터리 만화’를 지향한다. 기록 문학적 성격을 지닌 만화를 일컫는다. 창간을 기획하고 진행해온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만화평론가)는 “만화라고 하면 판타지적 소재로 만든 픽션만 생각하지만, 만화는 현실 고발적이고 사회성 짙은 메시지도 잘 전달할 수 있는 매체다. 1980년대 활발하게 만들어진 르포 문학의 형태를 다큐멘터리 만화가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인문교양서를 내온 출판사 휴머니스트가 이 만화 계간지를 펴낸다는 점. 휴머니스트 위원석 교양만화 편집장은 “재미나 교육이 목적이 아닌, 우리 출판사의 색깔에 맞는 인문 만화를 꾸준히 펴내고 싶었다”고 했다.
1년 가까이 준비한 끝에 탄생한 ‘사람 사는 이야기’ 창간호에는 젊은 작가 14명(글, 그림 작가 포함)의 12개의 작품이 실린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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