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공간속에 남은 흔적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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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사진작가 회퍼 씨, 국제갤러리서 개인전

벗겨진 회벽에 군데군데 덧칠한 자국이 남아있는 텅 빈 미술관. 오래된 건물의 내부를 촬영한 사진에서 인간은 찾을 수 없다. 그 안에 과거와 현재, 화려함과 적막함이 뒤섞여 묘한 울림을 남긴다.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독일 여성사진가 칸디다 회퍼 씨(67)의 개인전은 2009년 촬영한 베를린의 ‘노이에 미술관’ 연작(사진)을 선보였다. 그는 독일 사진가 베른트 베허가 가르쳤던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토마스 스트루스, 토마스 루프 등과 함께 베허를 잇는 첫 세대 작가로 꼽힌다.

회퍼 씨는 도서관과 박물관 등 유서 깊은 건축물의 내부를 찍은 대형 사진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부재’가 특징이면서 동시에 사람이 남긴 자취와 흔적들, 오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작업이다. “공간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곳에 놓인 사물들로 인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공간과 사물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담아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공간의 세부까지 명료하게 포착한 그의 사진은 관객에게 마치 현장에 가 있는 듯한 기이한 느낌을 선사한다. 노이에 미술관 연작에선 건물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좀 더 강조된다. 19세기 중반 프러시안 건축 양식으로 건립된 미술관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돼 60여 년 동안 폐허 상태로 있었으나 복원을 거쳐 2009년 재개관했다. 건물의 고유한 양식, 전쟁이 남긴 상흔, 동서독 체제 시절 보수한 흔적이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시대의 유물과 어우러진 사진들. 시간의 흐름이 가져온 변모와 축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02-733-8449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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